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장애아를 둔 부모님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심지어 한 어머니는 장애아를 낳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게 되었다.

어느 지역에 특수학교 건립을 두고, 주민들의 의견 충돌이 발생한 일이었다. 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특수학교를 지으면 땅값이 떨어지니 특수학교 짓지 말라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그 지역 국회의원이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서울시, 서울시 교육청, 보건복지부, 국회의원 등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였다.

특수학교 건립을 두고 주민공청회가 있던 날,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장애아를 둔 어머님들이 무릎을 꿇고 절박함을 호소한 것이었다.

관련 동영상을 보니, “욕을 하시면 욕을 다 들을 것이고, 때리시면 다 맞겠습니다. 그런데 특수학교만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남일 같지 않았다.

25년 전인 내가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 혼자서는 학교에 등하교 할 수 없어 어머니께서 통학을 시켜주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다른 학부모들이 ‘왜? 장애인을 일반학교에 보내느냐며 특수학교를 보내라’고 항의했었다고 한다.

당시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단지 걷지 못한다고 해서 학교를 다니라 마라하는 것이냐’며 이의를 제기하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한 번도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셨다. 나중에 그 일을 전해 듣게 되었다. 어머니가 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세상과 치열하게 싸우셨는지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그런 노력으로 건강 때문에 자주 결석을 했지만, 친구를 사귀고 공부하고 경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학교를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만 다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습득하고 친구들과의 사귐으로 사회성을 기르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경쟁력과 실력을 쌓는다.

언젠가는 사회에 나가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며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반대로 비장애인 아동들에게는 장애아동과 함께 생활하면서 장애를 간접 경험하게 하여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차별을 막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박범계 국회의원이 발의한 어린이재활병원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여 국회에서 장애아를 둔 어머니께서 무릎을 꿇으셨다.

지난해에도 발의되었다가 회기만료로 폐기되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공약 중 하나였다.

교육과 건강은 성장하는 장애아동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문제다. 빠른 시일 안에 정부, 관련 행정기관, 국회가 함께 협의하여 조속히 일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또한 장애아를 둔 부모님께서 이제 더 이상 무릎 꿇지 않으셨으면 한다.

절박함을 표현하기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만약 장애를 가진 나로 인해 부모님이 사회에 나가 당신이 죄인이라며 무릎 꿇으신다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역시도 죄인이 된 같은 마음이 들어 한없이 죄송할 것 같다.

장애는 그 누구의 의지도 아닌 그냥 사고와 같은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도 그 부모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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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칼럼리스트 법학을 전공하고 법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관련해 10여 가지의 법들이 존재합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알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모르면 두려움의 대상이 바로 법입니다. 법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장애인 문제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쉬운 칼럼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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