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가수 김광석. ⓒ에이블뉴스DB

시각장애인 김광석은 연세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하고 실명하여 가톨릭녹음도서관 관장으로 일했다. 당뇨로 인한 포도막염(RP, Retinitis Pigmentosa)으로 실명한 후 거북이를 키우고 무선 HAM을 하면서 무엇엔가 열중함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가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한 것이 사회복지였고, 졸업 논문으로 '시각장애인 가족의 부담에 관한 연구(1994)'를 하였다.

그가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시각장애인의 스트레스나 부담에 관한 연구를 하지 않고 왜 가족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을까? 실명으로 인연을 맺게 된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었고, 안내를 이해하려는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가수 김광석의 죽음과 그의 외동딸 서연 양에 대한 이야기가 요즘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광석은 딸을 너무나 사랑했다. 딸 서연의 원래 이름은 서우였다. 서우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자, 어리석을 ‘우’자처럼 놀림을 받지나 않을까, 이름이 낙인이 되지는 않을까 하여 개명을 한 것이다. 그런데 김광석의 저작권 소송과정에서 개명한 것이어서 의도성을 의심받고 있다.

딸이 희귀난치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은 성장과정에서 몸의 생김새와 행동에서 발견하게 된다. 가부키 증후군(kabuki syndrome)이라는 것은 전문의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증후군은 1981년 일본인 니카와(Nikawa)와 쿠로키(Kuroki)에 의해 명명되었다.

가부키 증후군은 얼굴생김새가 독특하고, 골격계 기형이 나타나며, 지문학적 이상(새끼손가락 짧고 지문이 없음), 지적장애, 성장지연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부키 증후군은 배아형성 과정에서 히스톤 매틸 전이효소가 12번 염색체에 이상적 영향을 미쳐서 발생한다고 하고, 성염색체 이상이 원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가부키 증후군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그런 이상이 일부 있더라는 것이지, 그런 이상이 가부키 증후군을 발생한다고 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척추만곡 외에도, 고관절 탈구, 신장 기형, 소화기 기형, 심장 기형, 호르몬 이상이 나타나고, 과절의 과운동성으로 물리치료가 필요하고, 치아와 구개열 이상으로 언어장애를 수반하기도 하고, 중이염을 수반하기도 하고, 시각에도 이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원인을 알지 못하므로 치료 방법은 가부키 증후군으로서의 치료가 아니라 각각의 현상에 대한 개별적 치료로 대처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이는 후유증 치료만을 하게 되기에 병원을 평생 다녀야 한다.

김광석은 서연이 6살 때 죽어서 어린 시절만 가족으로 살았다. 잦은 공연 등으로 어린 아이와 같이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미안했다. 김광석은 저작권을 그의 친부에게 남겼고, 친부가 폐렴으로 사망하자, 저작권을 서연이에게 받도록 하기 위한 소송을 전개하였고, 각종 수익 사업도 '서연이를 사랑한 김광석'으로 홍보하며 기념사업을 전개했다.

서연의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들이 있고 재수사에 들어갔다. 서연 사망 당시 국과수의 자료에 의하면 사망원인은 급성 농화성 폐렴이다. 염증으로 인한 고름이 찼다는 말이다. 네티즌들은 그라목손 농약 살해설을 말하기도 한다. 이는 폐렴을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이를 사용하여 살해했다면 폐세포가 섬유화가 되어야 한다. 자동차 부동액 살해설을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부동액을 사용했다면 급성으로 하루 만에 죽지는 않는다.

한남동 롯데캐슬에서 용인 전원빌라로 이사를 한 서연이 집에서 쓰러져 있는 것이 엄마에게 발견되어 이송도중 또는 치료 중 사망했다. 어머니와 서연의 불화설도 있지만 아무리 급성이라고 하더라도 고열과 고통이 따르는 상태에서 방치되어 심각한 상태가 되어야 쓰러진다는 점에서 ‘발견’이라는 단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수사에서 학대나 방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조사했으면 한다. 동거남의 김광석 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항상 혼자 두어서는 안 되는 지적장애인 서연을 집에 두고 돌아와 심각한 상태를 발견했다는 것은 방치를 의심케 한다. 노인도 아닌데 무슨 폐렴이냐고 하는 네티즌도 있는데, 노인성이 아닌 아동성 폐렴도 있다. 특히 가부키 증후군은 만성 폐렴과 연관성이 높다. 사망 며칠 전 동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는 것은 소홀하게 대한 방임이 아닌가 한다.

서연은 상당한 재산권을 가졌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엄마의 의도에 의해 김광석 노래를 즐겨 불렀는지, 아니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은 행복했을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슬프다. 때로는 자학적이다. 당시 군사정권으로 인한 민주주의 탄압 아래 젊은이들의 좌절과 투쟁과 한탄, 자포자기가 노래에 담겨져 있다. 이러한 억압 사회가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사화를 절감한 김광석은 이 두 가지가 평행선상에 있다고 느꼈다. 출구가 막혀 있는 현실에서 자폐성을 가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희망을 버릴 수 없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지나간 사랑을 추억으로 묻으면 그만인 것을 밤새워 고민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저마다 아름답지만' 오직 김광석의 '마음속에 빛나는 별 하나가 있을 뿐'이다.

이 노래는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아쉬움과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치료, 그러나 장애인도 사람으로서 같은 가치를 가지고 삶이 계속되고 현실인 새벽이 오고 삶과 사랑을 계속 한다는 말로 들린다.

미련을 버리고 현실을 수용하는 것은 잊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김창기 작사곡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에서 김광석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너무 깊이 생각하지는 마. 가시 돋힌 폐허 속에 남겨진 너의 평범함을 외면하진 마’라고 노래한다.

가버린 사랑을 잊는 노래로 해석하기에는 모든 것을 다 잊자면서도 '남은 평범함은 잊지 말자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 장애로 상실된 건강과 기능 상실은 있어도 한 인간으로서 평범함은 존재한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

노래 ‘사랑했지만’은 그렇게 미련을 둔 사랑을 단념하고 있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그댈 사랑했지만’이라 노래하며 사랑해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비는 씻어내는 물이고, 카타르시스이다. 그리고 미련은 먼지이고 씻겨야 할 아픔이다. 그저 바라볼 뿐 김광석은 서연의 장애인 당사자로서의 입장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노영심의 작사작곡 '맑고 향기롭게'는 '어둔 곳에서 너만은 변함이 없구나. 진정 너의 그 향기는 날개가 있구나. 말없이 넌 말하지. 맑고 또 향기로움이 멀리 있진 않구나.'라는 가사로 되어 있다.

남녀 간의 사랑노래로 보기에는 '어두움, 말 없는 말, 향기, 날개' 등의 단어가 너무나 이상해 보인다. 김광석이 딸에게 하는 사랑의 노래이고, 남보다 더 기다려야 하고, 더 가까이 공감하기를 원하는 맑고 향기로운 서연이를 노래하였다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김광석은 김형석의 작사곡 ‘너에게’에서 꿈과 나의 하늘, 나의 정원을 노래한다. 나의 세게인 하늘에 정원이 있고, 아름다운 정원에서 자라난 나의 사랑은 꽃이 된다. 고요한 달빛으로 나의 정원에 다가와 준다면 여린 마음으로 피워낸 그 꽃을 꺾어주겠다고 노래한다.

너무나 은유적인 시다. 사랑을 주는 것은 희생이다. 자신을 꺾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런 행위는 너무나 아름답다. 김광석은 서연과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사람을 했다. 장애인 가족이 아닌 동등한 가치를 가진 사랑을 딸에게 주었다.

김광석은 남은 평범함을 토대로 일어서고자 한다. 늪에서 허우적대면 더 깊은 수렁으로 삐지지만, 포기를 하고 바닥을 차고 나오면 일어설 수 있다. 이러한 절대절망을 통한 수용태도를 보인다.

김광석은 노래 ‘일어나’에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의 한 가운데에서 있는 상태에서 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질문은 소용이 없고, 흐르지 않는 물에 의해 썩어‘갈지라도 일어나자고 노래한다. 적극적 장애 수용반응의 태도를 보인다.

김광석은 노래 ‘기다려줘’의 가사처럼 서연에게 다가가 완전한 이해를 하고자 노력한다. ‘난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대 마음에 이르는 그 길을 찾고 있어’라 하듯 김광석이 서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서연이에게 광석이 다가가고자 하니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김광석은 노래 ‘자유롭게’에서 인간 모두는 구름처럼 달빛처럼 바람처럼 고귀한 존재라고 말한다. 김광석은 자유와 평등을 노래하면서도 잊어야 할 추억과 사랑을 노래한다.

이것이 당시 시대 상황의 요구이기도 했고 현실참여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광석에게는 항상 딸 서연의 자유와 평등, 존귀함과 사랑이 겹쳐져 있다.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더욱 목말랐다. 저항시인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그는 장애인의 상실된 존재가치와 낙인 되지 않은 고유한 이름을 남몰래 써야 하는 심정을 가지고 ‘목마르다’라고 남몰래 쓰고 있다.

공연장을 늘 따라다니던 서연이 앞에서 목 놓아 외쳤던 사랑과 자유는 김광석으로 하여금 누구보다 색다른 운명적 감수성을 가지게 하였다. 김광석의 노래를 자유라는 저항으로 해석하면 남녀 간의 사랑이니 추억이니 하는 것은 퇴폐적이기까지 하다.

남녀 간의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평범함은 잊지 말자는 등의 단어선택은 해석되지 않는다.

김광석은 시대상황과 더불어 자신의 딸 서연이를 둔 장애가족으로서의 감수성으로 세상에 외쳤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은 김광석도 서연이도 긴 시간의 사랑도, 심지어 존재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이루지 못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2003년 클래식 영화에서의 사랑의 부정이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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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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