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제22조 개정안(의안번호 7351, 발의일자 2017. 6. 12)은 시각장애인 인쇄물 접근성 보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이 담겨져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적인 행사, 그 밖의 교육・집회 등 대통령으로 정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및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점자 또는 점자・음성변환용 코드가 삽입된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민간이 행사를 주최하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는 개최자에게 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애인복지법 제22조 정보에의 접근 조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령인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시행령 제15조(한국수어 통역 또는 점자자료 등의 제공)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사란 국경일, 보건의 날, 장애인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현충일, 국군의 날, 노인의 날 등 기념일 행사를 말한다.

장애인들은 정보접근에의 접근을 규정하는 조항에서 정보접근권을 선언하는 것도 아니고, 정보통신에서의 접근성보장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언급하는 것도 아니며, 출판물이나 공연에서의 접근성을 언급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국경일과 기념일 행사에서의 정보제공만을 언급한 소극적 조문을 만들었을까 의문을 가지며, 보다 일반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기를 주장해 왔다.

물론 국경일이나 기념일에 행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일상생활이나 학습에 정보제공은 되지 않는데, 국경일과 기념일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잔치 때에만 밥을 얻어먹으라는 말로 느껴진다.

국민이면 다 같이 국가적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평소에 다른 정보는 무시하면서 국경일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실 국경일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지만, 일생상활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으면 매우 살아가기가 불편하다.

일상생활에서 정보제공을 법으로 정해 달라는 것은 많은 부담이 되어 법제화하기 어려운데, 국경일이라도 장애인도 참여하고 싶다고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국가가 할 일을 하도록 하는 데에는 성공적이다. 그리고 국가적 행사라는 것이 정보접근의 권리를 주장하기에도 설득력은 있다. 하지만 그것에만 그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소하 의원안은 정보 제공의 범위는 그대로 두고, ‘점자 또는 점자・음성변환용 코드’를 ‘점자 및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라고 하였다. 앞에서 ‘또는’이라 함은 둘 중의 하나만 하면 되므로 ‘및’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여러 가지 시각장애인 정보접근 방식 중 시각장애인의 선택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및’은 ‘and’의 개념일까? 법 해석에 따라 ‘or’일 수도 있고, ‘and’일 수도 있다. 국어사전적 의미는 분명히 ‘그리고’이다. 사람들이 보다 명확하게 의미를 해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의 의미라면 ‘및’이라 하지 않고 ‘그리고’란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법에서 점자란 점자인쇄물을 말한다. 점자・음성변환용 코드가 삽입된 자료라는 말은 점자인쇄물 또는 행사 리플렛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변환코드도 삽입하여 인쇄하라는 말이다.

‘삽입된’이란 수식은 점자와 묵자(일반글자)가 같이 인쇄된 리플렛이면 점자와 코드를 모두 수식하는 말이고, 별도로 점자인쇄물을 제공할 경우라면 후자에만 수식하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 등 전자적 표시’라고 하면, 세 가지의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는 바코드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등’이란 말을 사용하여 다른 코드도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을 보는 사람들은 바코드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코드는 바코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니코드도 있고, 3차원 코드도 있다.

둘째는 인쇄물 정보접근성 바코드라고 하면 음성만 변환되거나, 점자로만 변환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점자도 되고 음성도 되는 것이 아닌 둘 중의 하나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법보다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

셋째는 ‘전자적 표시’라고 하면, ‘점자 및’이란 말까지 수식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보면, 점자는 전자적 표시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점자인쇄물을 제공하고, 바코드도 삽입하여야 한다.’가 맞을 것이다. 바코드는 암호화된 표시기이기는 하지만, 전자적 표시는 리더기로 읽힌 다음 변화과정에서 전자적 언어로 표현된다. 바코드는 단지 인쇄물일 뿐이다.

법 개정 이유에서 점자와 점자・음성변환 코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하도록 하자는 것은 찬성이다. 그런데 점자・음성변환 코드를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라고 하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이 음성이나 점자 외에도 저시력 장애인의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암호화된 코드가 바코드 외에 다른 방법이 많은 것은 오히려 간과하고 있다.

그리고 문자의 확대는 텍스트를 암호화하여 코드화하고 이를 다시 풀어서 문자로 변환한 다음 확대할 이유가 없다. 인쇄물을 바로 확대하면 그만이다.

복지부는 개정안에 대하여 접근성 바코드란 명칭변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점자와 코드 모두를 제공하는 것에 찬성 의견을 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시각장애인은 점자정보단말기, 확대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보조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점자 사용자가 5.1%에 불과하므로 인쇄물 접근성으로 변경하여 확대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확대 프로그램은 컴퓨터 사용에서의 화면 확대를 말하는 것이고, 정확하게 말하면 ‘확대독서기’가 맞다. 시각장애인은 잔존 시력이 있는 경우라면, 정보를 확대하여 주고, 그렇지 않으면 점자나 음성으로 변환하여 준다. 물론 기기는 다양하겠으나 보완과 대체 방법은 이것뿐이다. 이러한 방법에 굳이 용어를 바꾸어야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 개정안 예산추계로 중앙정부 57개와 지자체 등에서 코드 생성 프로그램 구입을 하는 것으로 8억여 원과 추후 유지보수비로 2억원 정도로 약 10억원을 잡았다.

이 내용으로 보면 현재의 점자・음성변환 코드를 모든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도록 구매하자는 것이므로, 새로운 확대나 다양한 새로운 방식을 감안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점자인쇄물 자료 제공도 동시에 하려 했다면 법 취지대로 각종 행사에서의 점자자료 제작비가 추계에 반영되었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에의 보장을 제대로 하려면, 국가 행사에서의 점자 제공이나 바코드가 아니라 공문서나 공공기관 소식지를 점자나 바코드로 확대하자고 제안했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집회를 확대하여 국민을 위한 건강이나 안보 그리고 법으로 정한 의무적인 교육(성평등, 근로자 안전교육, 재난교육 등)에서의 교육자료나 문화축제 집회 등도 포함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말하면서 ‘점자 또는’이 아니라 점자와 바코드 둘 다 의무적으로 하도록 개선을 하였지만,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라고 용어를 변경하여 이 바코드가 갖는 기능의 다양성을 준 반면, 어느 하나의 기능만 있어도 되도록 오히려 위험한 제안을 하고만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교육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서 조항의 제목은 의무이지만, 적극적으로 강구한다고 하여 의무 같은 권장을 하고 있다.

동법 제21조(정보통신·의사소통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에서는 제목은 의무이지만 내용은 ‘노력한다’이고, 23조(정보접근·의사소통에서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에서도 제목만 의무이지 조문 내용은 ‘노력한다’이다.

이러한 권장을 점자와 점자・음성 변환 코드를 의무화하는 것이 용어를 바꾸는 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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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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