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패셜 ‘복마전’, ‘대물’, ‘귀속말’과 영화 ‘내 심장을 쏴라’와 ‘재앙의 시작’ 등에 출연한 배우 양승걸은 9월 한 달 동안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에서 무대에 올릴 연극 ‘집 나간 아빠’의 마지막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이 연극은 양지월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맡은 작품으로 최인숙, 김수림, 정란희, 조은아, 양승걸, 정아미, 조유정, 김리원 등이 출연한다.

최인숙은 드라마 ‘사랑했나봐’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햄릿’ 등에 출연한 우리에게 낯익은 인물이고, 김수림은 드라마, 영화, 연극, CF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제는 중견이라 불러도 되는 배우이다.

양승걸은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문화나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살아가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장애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극을 장애인들도 본다면 가족이 힘이고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로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초청을 하고자 생각하니 대학로의 소극장의 성격상 지하로 가는 계단에 휠체어 장애인이 올 수 없다는 사실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장애인재단에 연락하여 공연 연습의 모습이라도 장애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지인인 SK 텔레콤 SD팀 장창록씨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매달 SK SD팀은 매월 사회봉사 차원에서 장애인기관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니 장애인과 동행하여 공연장으로 와 주면 어떻겠는지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한국장애인재단과 SK SD팀은 자연스럽게 서로 연락하여 지난 23일 일정을 짜게 되었다. 먼저 오전에 정립전자를 방문하여 장애인들도 전자와 통신기기산업에 일조를 하고 있음을 견학하였다. 전자기판을 제작하고 검사하는 자동화시스템과 장애인의 일터에서의 편의시설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직업훈련시설에서 골판지 공예만들기를 체험하였다. 발달장애인의 업종이 많지 않아 임가공을 하고 있으며, 이 일도 발달장애인에게는 상당한 훈련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을 직원으로부터 듣고 임가공 건당 몇 십 원하는 작업을 직접 하면서 월 20만원 정도의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의 현실과 대기업에서의 장애인고용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SK SD팀은 온누리 상품권을 정립전자에 기부하면서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정립전자에서 제공하는 구내식당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정립회관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장애인들과 함께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을 찾았다. 양승걸 배우는 반갑다는 인사를 하면서 희귀난치성 장애인 가족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연극 ‘집 나간 아빠’ 입장권 20매를 장애인재단에 기부하여 주었다.

처음 장애인을 초청하여 연극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사랑 나눔 릴레이가 되어 SK SD팀이 정립전자를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였고, 희귀난치성 장애인 가족을 초대하는 일로 연결되었으니 나눔 릴레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연극을 보여주기 전에 장애인들은 배우들에게 궁금한 질문 공세를 벌였다. 연극에 몰입하다 보면, 극중 인물과 실제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은 없는지, 연극을 하다보면 극중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자신에게도 그런 성격이 있다는 발견을 한 경우는 없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하였다. 질문이 상당히 수준 있는 것들이어서 오히려 배우들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공연은 마치 시사회를 하듯이 실제와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난 아내를 대신해 혼자서 육아를 하던 한 아버지(양승걸 역)가 무명 단역 배우생활로 형편은 어려웠으나 꿈을 잃지 않았다.

아이에게 연극을 보여주고자 자신이 출연하는 공연에 초대를 하였는데, 아이는 1시간 동안 아빠가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다가 아빠가 나오지 않자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연극이 끝난 후 아이는 아빠에게 왜 아빠가 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아빠는 잠깐 나온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아이에게 섭섭함도 있었지만, 이런 배우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 좌절감이 생겨 배우를 그만두게 된다.

온갖 막일을 해 가며 아이를 키우던 중,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게 되고, 아빠는 노인을 상대로 한 엉터리 약장사 조직에서 약을 팔게 된다.

필요도 없고 형편도 좋지 않은 한 부인이 매번 약을 사 주게 되는데, 이 사람은 남편이 군인이었으나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으로 군에서 사고로 죽게 된다. 그런데 남편 집안에서 보상금을 수령해 가고 이 부인은 혼자서 딸을 키우게 되는데, 이 아이의 이름이 김수림이고, 약장사의 딸 이름도 동명이인으로 수림이다.

부인의 딸 수림은 커서 직장생활을 하여 돈을 벌지만 그녀의 엄마는 딸이 준 생활비를 써야 할 카드로 약(‘미치그라’라는 약)을 사서 가정에 파탄이 나고 서로 떨어져 살게 된다.

수림은 단칸방에 세를 들어 살게 되는데, 옆방에 약장사 양승걸 배우가 살고 있다. 아빠 양승걸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며 딸과 함께 살 계산을 하고 있는데, 꿈속에서 잠꼬대로 딸의 이름을 부르자 수림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놀란다.

수림의 어머니인 약장수 고객 부인은 집 나간 아빠 양승걸의 인간적 냄새를 느끼고 자신도 과거 배우의 꿈을 가졌던 것을 생각하며 그를 돕고 동경하면서 약을 사 준 것이다. 그리고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딸의 배필로 좋겠다고 상상한다.

수림을 보고 싶어 아프다는 핑계로 딸을 불러 이야기를 하던 중, 수림은 엄마가 말하는 사람이 옆방 사람임을 알게 되고 약값을 토해 내라고 닦달하게 된다. 이 말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낀 양승걸은 사람들 앞에서 약이 가짜라 고백하지만, 조직에서 구타를 당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

김수림 모녀는 가족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집 나간 아빠에게 치료비를 내어 주고, 아이를 위해 주름이 생기고, 허리가 굽고, 병든 아빠와 수림은 가정을 이루어 보육원에서 딸을 찾아와 화목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연극 스토리에서 아빠들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일생을 바치고 소진되어 가는데, 결국 가족은 삶의 힘이고 존재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배우의 향기를 통해 배우가 배우의 인간미를 알아보고 느낀다는 것은 좀 비약적이지만, 결국 서로 상처를 가진 사람들도 가족을 통해 치유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양승걸은 장애인 역시 가족에 대한 자격은 등등하며, 가족의 힘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 부양되거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한 사람으로 서로 사랑하고 존재를 느끼는 행복의 터전이 가족임을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며 살아간다. 장애인도 가족의 한 사람으로 당당한 가족 역할이 있다. 그러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하고 보호하여야 한다. 장애를 가족의 부담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 장애가 가족의 터전에 나쁜 영향을 미지치 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하고 동등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양승걸 배우의 초청으로 장애와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서로 나눔을 릴레이로 하는 기쁨도 느꼈으며, 배우들과 즐거운 만남도 가질 수 있었고, 문화를 만끽하는 즐거운 문화향유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익살과 눈물 속에 암전에서 불이 켜지듯 사랑과 행복이 비추어져 빛나는 아름다운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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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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