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경찰서에 자동차 대출회사로부터 장애인이 고발되었다. 피고소인 장애인은 30대로 지적장애 3급이었다.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을 하고는 대출금을 전혀 갚지 않자, 자동차를 압류하기 위해 차를 찾았으나 자동차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자 사기혐의로 고발을 한 것이다.

경찰서에 제출된 서류를 보니 대출을 한 사람도, 차를 구입한 사람도 A씨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조사 중 대답이 분명하지 않고 비논리적이어서 처음에는 횡성수설 변명을 하고 마치 아주 불량스럽게 살아온 사람으로 보였다. 보통 양심을 속이고 죄를 인정하지 않는 비양심적이고 뻔치가 좋은 사람들의 행동 태도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 정말 장애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장애 유무를 확인해 보았더니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지적장애인 3급이라고 차를 구입하지 못할 이유도 없고, 대출을 하였으면 당연히 갚아야 한다고 여겨 조사 초기에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판단되었다. 혹 성년후견제를 이용하고 있는지 알아보았으나 그런 것도 아니어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경제3팀 안호준 수사관(경위)는 혹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 인물에 대하여 조사를 해 보았다. 차를 누구와 같이 가서 구입했는지, 대출을 하라고 시킨 사람은 있는지 등이었다.

그러자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동네에서 살고 지내던 김 씨와 홍 씨는 장애인 A씨에게 접근하여 차를 구입하면 같이 타고 놀기도 하고 돈은 자신들이 다 알아서 갚을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득을 한 것이었다.

A씨가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차를 구입하게 하고는 차를 편취한 것이 아닌가 하여 김 씨와 홍 씨를 조사해 보았더니 유사한 대출사기 사건이 여럿 정황이 포착되었고, 심지어 아파트 명의를 도용하여 편취한 정황까지 포착된 것이다.

구로경찰서는 고발된 장애인 A씨가 아니라 진범을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김 씨를 구속하였고, 홍 씨도 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법은 계약자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세무에서는 수주를 받은 자가 채무자이다. 발주자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여도 영수증이 발행되면 채무는 져야 한다. 장애인 A씨가 사기를 당한 것은 안타까우나 실 계약자이므로 변재를 하거나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법의 허점을 악용하여 장애인에게 빌붙어 사기를 치는 사람들을 근절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진범을 찾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입장을 구로경찰서는 취했다.

속고 한 계약도 계약이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었고, 김 씨와 홍 씨와의 관계는 별도의 사건으로 고발된 사건은 사건대로 처리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

법의 허점을 노린 사람에게 이렇게 처리를 할 경우 오히려 법은 악의적 이용자를 도와준 셈이 될 수도 있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민중의 지팡이라고 판단하여 장애인은 무혐의 처분하고 진범을 처벌한 것이다.

다른 지역의 장애인 피해 사실을 보면, B씨는 22세로 지적장애 2급이다. 마을에 알고 지내던 형들이 B씨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하고 핸드폰을 대포폰으로 만들어 자신들이 사용을 했다. 그러니 요금은 핸드폰을 사용하지도 않은 장애인에게 청구된 것은 당연하였다.

B씨가 동네 형들에게 핸드폰 요금을 갚으라고 독촉을 받고 있으니 해결해 달라고 말하자, 형들은 그럼 핸드폰을 팔자고 하여 핸드폰을 판매한 다음, 우리 같이 오토바이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며 신나게 놀자고 제안하였다.

오토바이를 구입한 다음 보험에 가입하지도 않고 형들은 타고 다니다가 고통사고를 내었는데, 사고 변상의 책임을 장애인 B씨가 져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오토바이 사고가 나자 오토바이를 동네 형들은 장애인의 집에 가져다놓았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가진 것이 아니고 같이 탔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평소는 자신들의 것으로 타고 다녔고 장애인은 태워주지도 않았다. 서류상 법적 주인이고, 물건을 집에 보관하고 있으니 꼼짝 없이 변상을 해야 했다. 그리고 핸드폰 해약을 하고자 하니 그 또한 해지금액이 상당하였다.

B씨의 가족들은 백방으로 알아보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통신사도 인권보호기관도 다들 제대로 보호를 하지 못한 죄라며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하였다.

지적 장애인 C씨는 형이 사업을 하면서 동생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다음, 사업의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동생에게 전가시켰다. 그 금액이 수억 원이었고, 장애인은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신용불량자가 되었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 형은 사업을 하면서 동업계 지인으로부터 비싼 값에 땅을 팔아 주겠다며 자신에게 맡기라며 땅문서를 넘겨받고는 동생의 명의로 등기를 한 다음, 그 땅을 팔아 돈을 챙긴 후 잠적해 버렸다.

땅 주인은 자신의 재산이 없어진 것을 알고 명의가 장애인으로 등기된 것이므로 사라진 형 대신 동생을 사기 협의로 고발하였고, 동생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형을 살게 되었다.

또 다른 사건 피해를 보자. 동대문 그릇시장에 근무를 하던 D양은 지적장애 4급이지만 계산을 계산기로 하고 물품판매와 관리를 하는 데에는 매우 성실하고 일을 잘 하였다. 오히려 실수를 할까 더욱 긴장하고 꼼꼼히 하여 실수를 하지 않아 사장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

그릇 판매에서 단골들이 생겨 때로는 외상 거래도 하게 되었는데, 거래자 중 한 상인이 물품을 납품을 했는데 돈을 받지 못했다며 상점 주인에게 돈을 달라고 독촉했다. 납품 영수증에는 도장이나 싸인이 없었고, 이를 문제 삼아 이의를 제기하자 평소 장애인이라서 싸인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사장은 일주일이나 밤을 새워가며 물품과 판매대장을 일일이 확인하고 들어온 물품이 없음을 장부로 증명하려 하였다.

그러자 그 상인은 사장에게 아마도 장애인이 장부에 올리지도 않고 팔아서 편취한 것 같으니 장애인에게 돈을 갚으라고 하고, 돈을 받으면 상점 주인에게도 일부 줄 것이니 그냥 협조를 하고 모른 척만 해 달라고 회유하였다.

상점 사장은 그런 공모를 할 수 없다고 거부하자, 다시 장애인을 고용하고는 이렇게 사기를 치려고 하느냐며 장애인에게 돈을 달라며 형사고발까지 했다. 장애인 가족들로부터 겁박을 하여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었다.

잦은 다툼으로 다른 거래처로부터 신뢰가 의심되자 사장은 장애인을 사직시켰다. 상점에서 열심히 일을 하여 생계를 유지했던 장애인은 실직을 하게 되었고, 받지도 않은 물건 값 수천만원을 갚아야 했다.

몇 사건의 에를 통해 보면, 경찰들은 장애인이 억울하게 당하여도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기보다는 서류상의 책임은 어쩔 수가 없다며 억울할 수도 있으나 진실은 경찰은 모르고 당사자만 아는 것이고, 서류는 분명하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사건처리가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장애인을 편취하는 고도의 편취사기를 벌이도록 한다. 여럿이 공모를 하여 한 사람은 증인이 되어 주기도 하면 장애인은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채무를 지거나, 심지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평소 처음에는 장애인에게 작은 속임을 하다가 그것이 통하는 것을 확인하면 다음에는 더 큰 사기를 장애인을 상대로 하게 되고 결국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어 장애인의 인생을 완전히 전과자로 낙인찍게 하여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밑바닥으로 내몰고 만다.

구로경찰서 한동훈 수사과장은 우리가 진실을 밝혀 장애인을 보호할 수 있은 것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며, 진범을 잡아 제대로 처벌해야 정의가 바로서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안호진 수사관의 정의로운 판단과 수고에 매우 만족해하였다. 미지의 사건을 하나 해결한 것과 같으며, 왜곡된 사건에서 진범을 찾아 제대로 처벌한 수사의 쾌거라고 필자는 말해 주었다.

한 과장은 이런 피해는 지능 범죄자로부터 무수히 나올 수 있을 것이므로 성년후견제를 활용하여 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도록 하여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년후견제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할 수도 있다고 필자가 말하자, 한정후견제와 같이 장애인의 권리를 완전히 의탁하기보다 행사도 하면서 보호도 받는 방법이 있으니 미연에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안타까움을 걱정해 주었다.

지능범죄, 그것도 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비열하고 뻔뻔한 범죄, 강자를 두려워하면서 약자를 얕잡아보고 함부로 범죄의 대상으로 삼고는 자신들은 숨어버리고 장애인에게 고스란히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이런 범죄에 대하여 바른 수고를 해 준 구로경찰서에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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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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