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다른집 아이들과 비교해 가며 잘못을 지적하고 너는 왜 그러냐, 혹은 왜 그렇게 못하느냐 하는 질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이들은 그집 부모들은 아이에게 이런것도 해주고 저런것도 해주는데 우리집은 그렇게 못 해주지 않느냐 하고 반문하거나, 그 집은 환경이나 상황이 우리랑 다르니까 그런 건데 왜 그 집이랑 비교를 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도 부모들은 자녀가 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무 효과가 없는 이야기인걸 알면서도 다른집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인 듯하다.

여러 장애인복지 분야 중 직업재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나도 다른 복지시설들과 직업재활 시설을 비교하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좀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른 유형의 복지시설들과 비교를 종종 하곤 한다.

오늘은 종사자배치에 대해 장애인거주시설과 조금 비교해 볼까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장애인복지시설은 장애인복지법 제 58조에 의거하여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의료재활시설,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장애인거주시설과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해 조금 살펴볼까 한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거주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이라 정의하고 있고,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에 대해서는 ‘일반 작업환경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작업환경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두 시설은 성격 자체가 명확히 다르기에 각 시설에 대한 지원도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지원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각 시설이 30명의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어떤 종사자를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다.

먼저 장애인거주시설을 살펴보자.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배치기준. ⓒ서울시 2017 장애인복지사업 안내 캡쳐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 배치기준에 의하면 시설에서 30인의 중증 시각장애인이 거주할 경우, 원장 1인, 사무국장 1인, 사무원 1인, 사회재활교사 1인, 영양사 1인, 간호사 1인, 물리치료사 1인, 작업치료사 1인, 언어치료사 1인, 보행훈련사 1인, 상담평가요원 1인, 생활지도원 12인, 조리원 2인, 위생원 1인, 촉탁의사 1인, 관리인 1인, 운전원 1인 등 총 29인의 종사자를 지원받게 된다.

다음으로 직업재활시설의 종사자 배치기준을 확인해 보자.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종사자배치기준. ⓒ서울시 2017 장애인복지사업 안내 캡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종사자 배치기준에 따르면 시설에서 30인의 근로장애인이 일하고 있고 집단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근로사업장의 경우, 원장 1인, 사무국장 1인, 직업훈련교사 3인, 영양사 1인, 사무원 1인, 생산 및 판매기사 3인, 조리원 1인, 위생원 1인 등 총 12인의 종사자를 지원받게 된다.

배치기준만 놓고 볼 때, 30인의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거주시설에 배치되는 종사자는 29인인데 반해 직업재활시설에 배치되는 종사자는 12인에 불과하다.

물론,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과 대상이 다르기에 거주시설에 배치되는 종사자 수가 많고 직업재활 시설에 배치되는 종사자 수는 적다는 것을 단순비교하며 문제를 지적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종사자 배치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적할만한 문제가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직업재활에서 재활이라는 단어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장애인 중에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하여 취업지원이나 일자리 제공 등을 하면서 거기에 재활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왜 굳이 장애인들의 직업생활이나 구직활동 등에만 재활이라는 용어를 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하간 직업재활 시설의 종사자 배치 기준이 거주시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배치인원이 상당히 적은 것에 대해 직업재활 시설은 하루 중 8~9시간 정도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거주시설은 24시간 내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종사자를 배치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종사자 수는 배치 기준에 입각한 계산 일 뿐이다. 현장에서 이 기준에 맞게 각 복지시설에 종사자를 잘 배치해 주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인 중 거주시설의 시설장으로 일하는 분이 있어 이야기를 조금 나누어 보았는데, 이 분 말로는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시설도 입소자 수에 따라 종사자 배정을 요청하고 배치기준에 따라 실제 배치가 이루어 졌으며 다른 거주시설들의 경우도 상당부분 종사자 배치 기준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직업재활시설은 이러한 기준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업재활시설들을 대상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항들이 무엇인지 조사하면 늘 나오는 것들이 종사자 추가지원, 판로개척, 생산 기자재 지원 등이다.

종사자 배치 기준에 따라 지원이 이루어져도 일손이 부족한 마당에 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충분한 종사자 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보니 필요로 하는 지원에 늘 종사자 추가지원이 꼽힌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근로사업장의 경우 장애인 근로자와 훈련생이 100여명 가량인데 종사자지원은 13인에 불가하다. 그 기준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종사자 배치인원 계산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서울시 기준을 따를 경우 26인 내외의 종사자가 배치되어야 하는데 그 절반밖에 지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둘째, 종사자 배치기준 상 큰 차이를 보이는 원인을 서비스 제공 시간의 차이에서 찾는다 하더라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서비스 제공 시간에 대해 바로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장애인 근로자가 근무하는 시간은 8시간 내외이지만 이들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8시간보다 훨씬 많다. 작업에 필요한 준비에서부터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운반하는데 투입되는 시간과 상담에서부터 후원과 자원봉사자 관리 등 복지시설 관련 업무에 이르기까지 종사자들은 근로장애인의 근무시간 이외에도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장애인 근로자와 직접 마주하는 시간은 8시간 내외지만 이들이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이 8시간 내외인 것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직업재활시설 종사자들의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월 10시간 내지 15시간 정도의 수당만 지원되고 있다.

살림이 넉넉한 시설들이야 초과근무에 대해 모두 수당을 지급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시설들의 종사자들은 10~15시간을 넘는 초과근무 시간만큼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종사자 배치기준 상 미지원 인력의 역할을 종사자들의 희생으로 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직업재활 시설에서 하고 있는 업무의 난이도가 결코 낮은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대기업 등의 제품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 만큼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력을 가지는 것도 어렵거니와 원자재의 대량 구입을 통한 원가절감도 기대하기 어렵다.

자동화설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또한 비용 부담을 감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쉽게 시도해 볼 수 없다.

게다가 장애인 근로자들 중 노동강도나 난이도가 높은 작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도 많이 있기에 작업 과정에서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직업재활시설의 근로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 동시에 근로자라는 특수한 신분을 가지기 때문에 근로기준법까지 적용을 받게 된다.

직업재활시설들은 이처럼 삼중고, 사중고를 겪고 있기에 그 업무의 난이도가 결코 낮은 것이라 할 수만은 없다.

이와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 볼 때 직업재활시설과 거주시설의 종사자 배치기준상의 차이만 따져 보아도 직업재활시설 쪽에 좀 더 인색한 감이 없지 않고, 종사자배치 기준의 준수 여부까지 생각해 본다면 직업재활 시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이미 우리는 탈시설화 등에 대해 많은 논쟁들을 거쳐 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우리가 ‘지역사회’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동등한 사회 성원으로 우리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데에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안정된 주거공간도 분명 확보되어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스스로 일을 통해 소득을 얻고, 이렇게 얻어진 소득을 이용해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는 소비주체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가 되는 데에 필요한 직업을 위한 복지시설이 바로 직업재활시설이다. 직업재활 시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은 사회통합에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비뚤어진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종사자 배치는 당장 감당하기 싫은 장애인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그곳에서 살게 하는 거주시설 지원에는 선뜻 금고를 열고 예산을 지원하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해가며 정당한 권리를 찾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직업재활시설 지원에는 한없이 인색하게 구는 모습으로 밖에 비추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인색함이 국가와 정부가 우리 장애인들이 계속 시설에 격리되어 있기를 바라지 비장애인들과 함께 동등한 사회 성원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뜻이 담긴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마저 든다.

적어도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2017년 현재의 우리나라 복지정책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예산부족만을 핑계로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지원에 미온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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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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