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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팀” 피해자의 자살은 ‘사회에 의한 타살’

한 개인의 비극 아닌 위태위태한 농아인들 삶의 단면

피해자 입장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 개선도 진행돼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6-16 15:47:15
비보를 접했다.

농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단계 사기 사기인 “행복팀” 피해자(임 모씨)가 그제(14일)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언론(동아일보, 2017.06.15.)에 의하면, 임 모씨는 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움 때문이었을까, “자신이 세상을 등지려 마음먹은 날을 아버지의 기일”로 선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목숨을 끊기 전 지인에게 “지금 자살 준비(하러) 가요…너무 미안해요….” 라는 문자메시지도 남겼다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행복팀” 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농아인은 500여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액도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280여억 원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가해자들이 보상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함구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피해자나 피해 금액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행복팀” 사기사건은 겉으로 볼 때 농아인이 가해자이며, 피해자 또한 농아인으로 단순한 사기사건이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불우한 처지’의 같은 농아인을 등쳐먹은 파렴치한이며 피해를 입은 이들은 동료에게 속은 ‘한탕주의를 바라거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어쩌면 “행복팀” 사기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피해자일 수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라니... 피해를 입은 이들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사기를 친 이들을 두둔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가해자들은 잘못에 대한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들도 피해자로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피해자들과 관계자들이 경남 창원의 한 경찰서 앞에서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소식을 보도한 방송화면 갈무리. ⓒKNN 홈페이지 에이블포토로 보기 피해자들과 관계자들이 경남 창원의 한 경찰서 앞에서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소식을 보도한 방송화면 갈무리. ⓒKNN 홈페이지
“행복팀” 사기 사건의 가해자 가운데는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있다하고, 피해자 가운데에 고액 피해는 젊은 층이, 소액 피해는 중장년 이상이 많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이들 대부분은 수화언어(수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난 시기는 지금보다 수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던 시기였다.

그러다보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별과 배제 속에 살았다. 이들이 태어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의사소통 문제로 이들을 방임하였고,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는 가정에서는 일방적인 구화교육을 하였다. 그래서 외롭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많다.

학교에서는 수화를 잘하는 교사를 만나가 어려웠으며, 맞지 않은 옷을 입듯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의사소통 방식을 배워야 했다. 학교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농아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도 낮아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직장을 갖더라도 건설업 등 3D업종에 종사하거나, 급여와 승진 등 차별을 받았다. 맞지 않는 직장과 차별적인 대우로 이직이 잦아지면 ‘직장 부적응자’라는 낙인도 따라다녔다. 자신을 도와주던 비장애인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비장애인들에게 떠밀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면서 국민으로 완전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차별과 배제라는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농아인들이 사회와 비장애인들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팍팍한 삶을 요령껏(?) 살기 위하여 눈치를 길렀다. 어떤 방식이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마음 깊이 뿌리를 내렸다(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보편적 현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건은 예측된 것이었다. 농아인 사회에 ‘다단계’는 오래 전부터 알려진 이야기였다. 하지만 애석하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즉, “행복팀”이 사건 규모가 커진 것도 농아인 내부에서 방임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피해자 몇이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제대로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 속 시원하게 상담을 하거나 구제요청을 할 곳도 마땅치 않아 문제가 커진 것이다.

개중에는 “행복팀” 사기사건을 두고 농문화인 집단 문화나 상하간의 연대문화가 작용했다는 이들도 있다. 정보의 차단에서 빚어진 맹신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한탕주의에 쉽게 속는 농아인의 특성이 작용했다는 진단을 내리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평가에 대하여 일부는 동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동의를 할 수 없다. 동의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이러한 분석의 중심에는 “행복팀” 사기사건의 문제를 관련된 농아인들만의 책임으로 모두 돌리고 있다는데 있다.

“행복팀” 사기사건 가해자는 당연히 무거운 벌을 받아야한다. 피해자도 적절한 구제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파렴치한 몇 명의 농아인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하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면 유사한 사건은 앞으로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가해자들이 농아인들에게 투자를 유도하려 만든 인쇄물 등과 가해자의 구속을 보도한 방송 화면 갈무리. ⓒChannel A 홈페이지 에이블포토로 보기 가해자들이 농아인들에게 투자를 유도하려 만든 인쇄물 등과 가해자의 구속을 보도한 방송 화면 갈무리. ⓒChannel A 홈페이지
이 사건은 욕심에 눈이 먼 농아인과 그들을 믿었던 농아인들에 의해 비롯된 것은 맞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사건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만든 차별과 배제라는 공동의 피해자로서의 모습이 들어난다.

따라서 이 사건을 풀어감에 있어서 개인의 관점과 사회의 관점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지금도 자살하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피해자들이 있다고 한다. 즉, 가해자들이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한편,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실태를 긴급하게 파악하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피해보상을 비롯하여 경우에 따라 심리 등 상담지원도 하여야 한다. 그리고 비관하는 이들이나 피해사실을 숨기는 이들도 찾아내어 자살한 임 모씨와 같은 큰 불행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사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농아인들과 관련 단체들의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농아인을 대상으로 한 정례적인 교육도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농아인계의 지도층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농아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농아인을 차별하고 배제해 온 사회도 책임이 있으므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작업도 해야 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농아인의 차별을 ‘농인’과 ‘수어’의 관점에서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농아인이라는 이유로, 수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활동도 진행되어야 한다. 당연히 시민을 상대로 한 농아인에 대한 인식개선 작업도 진행되어야 한다.

정책과 제도를 바꾸고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 작업 과정에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을 갖어야 한다. 현재 몇몇 농아인들과 관련 단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된다. 어떤 형태이든 사법기관 등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행복팀”의 문제는 농아인을 차별해온 사회가 만든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임 모씨의 자살은 ‘사회에 의한 타살’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임 모씨의 자살은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농아인들이 겪는 위태위태한 삶의 한 단면이다. 따라서 이 사기사건의 해결과정에서 ‘개인’과 ‘사회’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결책들이 나왔으면 한다. 이를 통하여 농아인들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고, 당당한 사회의 인원으로 뿌리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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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철환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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