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행사에서의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서인환

5월 23일은 희귀질환관리법에 의해 지정된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올해 첫 번째 맞은 기념행사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의료인과 희귀난치성 질환 단체(환우회)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400여석을 가득 메운 기념행사는 질병관리본부와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최하였고, 이명수 의원실, 양승조 의원실, 박인숙 의원실(김정록 전 의원과 함께 연합회 이사임) 공동 주관하였다. 그리고 ㈜녹십자, ㈜이수앱지스, ㈜젠자임코리아, 한국글로벌의학산업연합회, 한국화이자제약(주) 등 여러 제약회사가 이 행사를 후원하였다.

이 행사에서 사용한 극복이나 질병, 환우 등의 용어는 희귀질환자나 관련 단체에는 익숙한 단어이지만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조금은 거슬릴 수 있는 단어일 수 있다.

극복이 어려운 난치질환을 극복한다는 말은 의료계의 소망이겠으나, 상당수의 질환은 아직도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치료방법이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는데 환우들에게 극복이라는 단어는 용기를 주기에는 적절할지 몰라도 암울한 현실은 극복하지 못한 탓처럼 여겨질 수 있고, 질병과의 투쟁으로 지쳐 소진한 입장에게는 기만적 단어인 것 같기도 하고, 환우보다는 인간이 먼저라는 입장에서 무척 조심스러운 단어로 여겨졌다.

너무 의료적 접근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삶의 질이나 사회적 환경 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희귀질환자들이 장애인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 환자와 장애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희귀질환은 아직도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장애는 치료가 되지 않은 잔존질환이라고 하지만 내부장애는 사실상 희귀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므로 희귀질환도 장애로 인정되어야 형평성에도 맞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가장 시급한 의료적 욕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과 올해에 비로소 첫 번째 기념식이라는 점에서 기념일 행사를 하게 된 발전을 축하해야 할 것이다.

기념식을 갖게 된 감회가 너무나 벅찬 나머지 이명수 의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축사를 듣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하였다. 희귀질환관리법을 제정하는 데에 큰 공로를 세웠던 분에게 대우를 한다는 의도된 행위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의전행사에서의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하고 나서 이어 질병관리본부장이 축사를 하면서 의전순서가 좀 이상하지만 이해는 된다는 유머로 넘어갔다. 질병관리본부는 산하에 국립보건연구원을 두고 있는 기관이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희귀질환관리법은 제정되었으나 아직 충분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큰 배와 같이 조금 느리지만 정확하고 안전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므로 기대해도 좋다고 말하였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세워 희귀질환과 난치성질환을 구분하여 의약개발과 환우 지원에 노력할 것이라는 말했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2천여 종류(외국의 경우 8천여 종으로 보고)의 희귀난치성 질환자 국내 50만명의 희망에 대해 축사를 하였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유병인구 2만 명 이하의 질환으로 80여 단체들이 연합회를 구성하고 있다. 터너증후군(X염색체 부족으로 저신장증과 심장질환, 면역질환 발생), 헌터증후군(뮤코다당증, 분해효소 부족), 혈관부종, 하다드증후군(신경능 부족으로 인한 수면무호흡증), 결정성경화증(유전성 양성종양), 누난증후군(상염색체 이상), 디스토니아(산소결핍), 러셀실버증후군(태내성장 지연), 레프리코니즘(인슐린 수용체 이상), 버거씨병(폐쇄성 혈전염), 월슨병(구리축적 질환), 카브키증후군(염색체 이상), 크론(소화기염), 파브리병(리소좀 대사장애), 엔젤만신드름(웃는 병이라 알려진 발달장애), 터너(성염색체 이상), 류마티스(단체명 팽귄회), 프래더 윌리 증후군 등이 단체로 가입되어 있다.

복지부는 희귀질환 극복과 인식개선을 위해 힘쓴 유공자 20명에게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하였다. 수여자는 지역 간호공무원, 의대 교수, 질병관리본부와 국립암센터 연구원, 그 외 의학 전문기자와 휘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10년간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 사회자 박태원 아나운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등이었다.

앞으로 훈포장 등 다양한 상이 수여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소녀시대 멤버 최수영을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 극복 홍보대사로 임명했는데 수영은 바자회를 통해 희귀질환을 지원해 오고 있다고 한다.

식전 행사 포토존에서 환우와 기념사진을 찍고 싸인회를 하고 있는 권오중 영화배우. ⓒ서인환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 바이오 전문 개발사인 이수앱지스 관계자의 특별강연이 이어졌는데, 치료제는 보고된 희귀질환의 5% 정도만 개발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세계적으로는 50조의 잠재적 제약 시장이 있으나 너무나 다양하고 희소한 질병들의 시장성이 취약하여 글로벌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였다.

희귀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환자수가 적어 임상이 부족하고, 외국과 공동연구를 하기에는 투자위험부담이 크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안정적 연구비 지원과 신속한 시판 허가, 신속한 보험 적용, 위험분담제(제약사가 신약개발시 약제비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의 확대 실시 등을 제언하였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개발비가 얼마가 들어갈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천억원을 과감하게 투자하기란 어려우며, 환우 입장에서는 개발과 시판 허가에 엄청난 기간이 필요한 현실에서 목이 타도록 하루하루 개발을 기다리며 삶을 연장해 가는 고통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식전 행사로 포토존에서 권오중 영화배우의 환우와의 기념촬영도 있었고, 엠블렘 헤나도 있었다. 식중에서도 vp(비디오 퍼포먼스) 퍼즐이벤트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유공자 표창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서인환

정부는 희귀질환자에게 치료비의 10퍼센트만 자부담하도록 하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146종 질환에 75만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MBC 시사매거진에서는 희귀질환 약제값이 월 50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발병으로 수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과중한 의료비 부담은 감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은 보험의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환우 어린이 합창단. ⓒ서인환

2부 기념 공연에서는 김소현 뮤지컬 연극배우의 노래에 이어 박수를 유도하기 위해 남편을 박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애교스럽게 소개하여 참석자들을 웃게 하였다. 남편 손준호의 노래에 이어 부부가 함께 다시 나와 하모니가 아름답고 가창력이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테너 김철호, 소프라노 최선주의 노래에 이어 환우 어린이 합창단 ‘희망의 소리 합창단’이 수준이 대단한 실력을 뽐내어 박수갈채를 받았다. 노래하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개개인의 소중함을 알게 하였고, 관중석에서 흐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앞으로 2회, 3회 기념식만은 물론이고 늘 환우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울랄라세션은 노래에 이어 조금만 더 버티어 달라고 위안의 말을 전하였다.

가수 박상민은 관람석에서 일어나 같이 춤을 추게 하였는데, 이러한 공연을 통해 그 동안 혼자만의 고민이고, 너무나 무거운 짐이라 여겼던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든든한 응원자가 있음을 알게 하였고, 모처럼 환하게 웃는 하루를 선사해 주었다.

박상민은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며 조금 불편할 뿐이라면서 낙인을 찍거나 차별을 해서는 안 되지만 고통을 외면해서는 더욱 안 된다며 자신은 지금 앓고 있는 감기 하나만으로도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현황. ⓒ서인환

간식과 더불어 참석자들에게 작은 기념품 선물을 선사하는 등 행사 주최측은 많은 신경을 써 주었는데, 장애인의날 기념행사의 식사와 상장 수여의 경직된 행사에 비해 더욱 의미 있고 앞차게 꾸며진 것이 아닌가 한다.

형식적 격식보다 진정 함께 하고자 하고 즐거움을 주고자 한 노력이 엿보였다. 참석한 한우가족들은 오늘만 같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많았으면 하는 사회적 온기의 그리움과 더불어 공감하는 동행자를 만난 얼굴에서 환히 핀 웃음꽃을 보여 주었다.

손준호, 김소현 부부의 뮤지컬 노래 공연 모습(손준호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홍보대사이기도 함). ⓒ서인환

울랄라세션의 흥겨운 공연 모습. ⓒ서인환

가수 박상민은 환우 어린이들을 무대에 올라오게 하여 같이 춤을 추며 흥겹게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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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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