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지우 그림 ⓒ최선영

캠퍼스의 봄이 무르익어가는 5월 대학 축제가 한창인 때에 올해 대학에 입학한 지우는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를 누비며 아름다운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나절을 학교 안을 돌고 또 돌며 다양한 체험을 하던 지우와 친구들은 이제 먹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선 곳으로 향합니다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고소한 빈대떡 냄새에 이끌려 들어선 곳에는 벌써 많은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없어 잠시 머뭇거리는 지우를 향해 의자를 내어주며 일어서는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며 앉으라는 시늉을 합니다

그의 일행들도 덩달아 일어나며 지우의 친구들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기준아, 이제 준비하러 가자”

기타를 메고 있는 그에게 건네는 친구의 말에 그의 이름이 기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기준과 그의 일행들은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술을 못 먹는 지우는 빈대떡만 오물오물거립니다

친구들의 쉼 없는 재잘거림에도 지우는 말없이 오물거리고만 있습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지우에게 친구가 말을 걸어옵니다

“아까 그 사람 너무 괜찮아 보이지 않아?”

“누구?”

“맨 처음 자리 내어주던 사람... 기타 메고 있던...”

“맞아 맞아 너무 멋있었어”

옆에 있던 친구도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칩니다

“뭐... 별로...”

지우는 친구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합니다

한참을 늘어놓던 새내기들의 수다는 멀리서 들려오는 공연 준비의 음향 소리에

끝이 납니다

“야야~ 빨리 가보자 역대급 가수들이 온대~”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초대가수들의 열창은 축제의 열기를 더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우와 친구들에게 낯익은 얼굴이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좀 전에 자리를 양보해주던 기준이었습니다 기준은 작년 대학가요제에 나가서 입상을 했습니다

한창 입시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우와 친구들이 대상도 아닌 기준의 존재를 알 리가 없었습니다

기준은 자작곡 ‘오늘’이라는 곡을 자신의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습니다

기준의 노래를 듣는 순간 지우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기준 그림 ⓒ최선영

“노래를 저렇게 부를 수도 있구나...”

지우는 혼잣말을 하며 뛰는 가슴을 애써 감추었습니다 기준의 노래가 끝나자 환호와 박수 앵콜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기준의 깊은 음색과 함께 캠퍼스는 이제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교정을 흔들던 열기는 밤이 깊어지자 여기저기 흩어져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지우와 친구들도 이제 불을 밝히며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낮에 갔던 그 천막을 향해 다시 걸어갑니다

여전히 그곳은 많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지우와 친구들의 자리는 다행히 비어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빈대떡만 먹는 거 같다”

“술 못 드세요?”

지우의 말을 받아 뒤편에서 누군가 말을 건네옵니다 뒤를 돌아본 지우는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건넨 이는 바로 기준이었습니다

“저도 오늘 술 없이 하루 종일 빈대떡만 먹고 있는데...”

기준은 지우를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지우의 일행과 기준의 일행은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지우와 기준은 여전히 빈대떡만 오물거렸고 친구들은 많이 취한 듯 비틀거리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는 기준의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방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지우 씨, 집이 어디예요?”

기준은 차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지 않았나 봅니다 기준의 집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기준은 지우를 자기 차에 태웠습니다

지우도 자신이 불편하기 때문에 배려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사양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준의 차에 올랐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지우와 기준 그림 ⓒ최선영

지우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기준은 지우의 클러치를 받아 뒷좌석에 두고 지우에게 환한 미소를 보냅니다

“지우 씨 1학년이니까... 내가 오빠네~ 말 편하게 해도 될까?”

“아... 네”

“나... 지우 학교에서 많이 봤는데...”

기준은 지우와 오늘이 첫 만남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네... 제가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아마 많이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아니... 지우가 불편한 게 눈에 띈 게 아니라 예쁘게 웃고 다니는 모습이 좋았다는 얘기인데~”

기준은 지우가 입학하던 첫날 지우를 보았습니다 그날 이후 기준은 지우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고 그런 지우를 태우고 지금 함께 합니다

기준은 지우에게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말을 꺼냅니다 그리고 지우가 그 첫사랑과 많이 닮았다는 말을 합니다

“저 누구 닮았다는 말 기분 나빠요 그리고 첫사랑 닮았다는 말... 꼭 작업 멘트 같아서 더 싫고요"

기준을 향해 설레던 지우의 마음이 얼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기분 나빴구나... 미안해... 많이 닮았지만 많이 다른 모습이 좋았어 그래서 네가 자꾸 눈에 들어온 거고...“

어쩔 줄 모르는 기준에게 지우는 대구 없이 싸늘한 표정만 건네다 집 앞에 도착하자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말을 툭 던집니다

“지우 씨... 아니 지우야 내일 데리러 올게”

기준의 말에 지우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집을 향해 걸어가버렸습니다 다음날 기준은 지우를 데리러 왔습니다 하지만 지우는 집에 없었습니다

기준은 지우의 전화번호를 지우 친구에게 받아 메시지를 보냈지만 지우의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기준은 지우를 데리러 갔고 지우는 이미 학교를 가고 없었습니다

지우의 친구들은 기준의 마음을 받아주라며 지우에게 말했지만 지우는 그럴 마음이 없었습니다 아니 마음은 기준을 향하고 싶었지만 화난 것이 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부터인가 기준은 지우 앞에 보이지 않았고 그런 기준의 태도에 지우는 “역시... 호기심에 한 번 그래 본 거였어~”라며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기말시험을 보고 나오는 지우 앞에 기준이 나타났습니다

한적한 벤치에 지우를 데리고 가 앉히고 기준은 지우를 생각하며 만든 자작곡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노랫소리에 지나가던 발걸음들이 하나둘 멈춰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지우를 위한 자작곡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기준 그림 ⓒ최선영

노래가 끝나고 기준은 지우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주위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은 지우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망설이는 지우의 손을 기준이 먼저 잡으며 환한 미소를 보냅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그 봄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지우에게 기준은 늘 노래를 들려주었고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말에 기준은 만난 지 한 달 째 되는 기념으로 기타를 선물해주고 기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들만의 노래를 만들고 그들만의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기타를 배우며 활짝 웃고 있는 지우 그림 ⓒ최선영

기준은 지우를 닮은 첫사랑의 그녀가 어린 시절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 채 기준 앞에서조차도 늘 어두운 얼굴로 있었고 그 슬픔을 나누자는 기준의 곁을 결국 떠나가 버린... 처음 지우를 만났을 때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많이 닮았지만 다른 표정의 지우를 보면서 “지우 너라면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마음이 끌렸다”라는 말을 합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각자의 길을 걷게 되고 아버지와 살게 된 기준은 어머니가 떠나고 홀로 남겨짐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이별에 대한 상처가 있었습니다

첫사랑이 떠난 후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로 기준에게는 이별이라는 것... 홀로 남겨진다는 것이 아주 큰 슬픔이었습니다

마주보녀 웃고 있는 지우와 기준 그림 ⓒ최선영

기준의 말을 듣고 지우는 처음 기준에게 했던 자신의 행동을 많이 후회하고 미안해했습니다

그리고 지우는 기준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보내며 그 손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들의 사랑은 뜨거운 열기를 넘고 선선한 계절을 보내고 눈 내리는 거리를 넘어 이제 다시 봄을 맞았습니다

캠퍼스에 피어난 그들의 사랑이 계속 이어져 아름답게 열매 맺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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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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