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새 정부가 출범을 했다. 다양한 계층의 갈등이 멈추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는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의 장애인복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새롭게 장애인 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새 정부에게 거시적인 정책의 방향과 비전제시를 주문한다.

먼저 장애인당사자가 정책결정과정에서 생색내기식, 보여주기식 참여가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기획과정에서부터 연구, 시범사업, 정책입안, 평가 과정의 모든 과정에 장애인의 실질적으로 참여되어야 효율적인 제도의 탄생이 가능하게 된다.

당연히 척수장애인의 문제는 척수장애인협회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타 단체가 척수장애인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할 수는 없다.

재활난민으로 대변되는 척수장애인을 위해 과감하게 의료재활시스템의 개혁과 의무적인 사회복귀훈련실시, 합리적 보조기기지원, 주택서비스, 직업재활 등의 초기지원을 잘 해주어 스스로 중도장애 이후의 삶을 구상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로 인한 삶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해야 한다. 의료시스템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면 10년간 협회가 요구해 온 ‘한국척수센터’를 만들어서 이곳에서 원스톱으로 사회복귀 훈련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탈시설자만 자립생활과 연결되는 정책의 수정도 필요하다. 가정과 병원에서 장기간 칩거하는 척수장애인들도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꿈꿀 수 있고 동등하게 지원을 해야 한다.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살도록 지원하고 국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전향적인 복지가 필요하다. 한 가지의 틀에 모든 것을 우겨넣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리고 각종 복지정책이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 위주로 되어 있어 그 경계에 있는 부류들은 소외를 받고 있다. 경계에 있는 장애인들은 또 다른 사각지대로 들어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황들을 현실적인 잣대로 살펴보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직업재활도 척수장애인에게는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장애로 인해 떨어진 자존감 회복과 동기부여의 과정이 우선 필요한데 이런 과정 없이 바로 직업 운운 하는 것은 척수장애에 대한 장애감수성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장애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장애인들을 어떻게 회복시키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학업도 직업재활의 기본인데 학업에 대한 지원은 고용노동부에서는 없다. 고등교육을 활성화하여 인재들을 양성화하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금융계, 교육계에서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볼멘소리를 차단 할 수가 있다.

석사나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장애인들에게 과감한 지원을 하고 인재에게는 해외연수도 보내주는 것도 노동부의 직업재활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롤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장애인에게도 꿈이 생기고 일반 고용시장의 인식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일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일할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합리적인 지원을 통해 신성한 근로의 기쁨과 사회구성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도록 해야 한다. 보호고용과 일반고용, 창업과 기업운영에 대한 장애인의 근로와 관련된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일하는 장애인에 대한 정책의 새로운 방향설정이 있어야 한다. 일하면 손해고 일하면 바보라는 일그러진 사고방식은 오랫동안 근로 장애인에 대한 홀대에서 나온 것이다. 세금 내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대접받고 인정받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가족이 장애인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후진적 복지의 틀도 벗어나야 한다. 장애인의 홀로서기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소진되지 않도록 할 의무도 있다. 당사자 중심의 복지지원에서 확장하여 장애인 가족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여야 한다.

앞으로 운영될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일부 특정 장애유형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한민국 모든 장애인가족에게 삶의 질의 개선이 되고 이를 통해 척수장애인들의 삶의 질에 더 긍정적 변화가 와야 한다.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최중증의 척수장애인들이 고된 노동을 이유로 활동보조인에게마저 배제되는 슬픈 현실은 바로잡아야 된다.

다문화장애인가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다문화와 장애, 특히 중증장애인에 대한 이중적인 소외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없다. 그 자녀가 갈등이 없는 성장과정을 통해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생애주기별 복지지원이라는 것도 중도장애인에게는 어설프다. 척수장애인들은 손상 후 주기별 지원이 필요하다. 10대에 다친 척수장애인과 60대에 다친 척수장애인은 다르게 접근하는 지원체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척수장애와 관련된 수많은 바램들이 있다. 다른 장애유형도 이보다 더 많은 바램들이 있을 것이다.

새 정부는 이러한 다양한 바램들을 다 경청하고 인권과 평등의 기준에서 거시적인 정책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기를 희망한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의 양보도 필요하고 잠시의 기다림도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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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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