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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목소리, 농인의 권리 찾기 운동

수어권과 영화관람권 운동을 다시 시작하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3-30 16:35:12
“과학 혁명의 구조”를 쓴 토마스 쿤(Kuhn, T. S.)은 그의 저서에서 과학이 발전은 지속성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의한다고 하였다. 어떤 계기에 의해 생긴 혁명적인 전환(패러다임의 전환)이 발전을 이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맞이하는 혁명적인 전환은 역사를 통해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 발전에도 점진적이라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사건 등이 계기가 된 적이 많다. 발전의 역할을 했던 “계기”는 농인들의 권리 찾기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농인들의 권리 찾기 운동은 199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농인의 권리 찾기 운동은 있었지만 지속적이지 못하거나 집단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 중반 이후의 운동들은 폐쇄자막을 통한 농인의 방송 시청의 권리 운동, 1종 운전면허 취득 운동, 수화 통역 등 정보접근 확장운동 등이다. 이러한 운동은 농아인협회가 청각장애 관련 복지관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립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농아인협회의 “독립”이라는 계기가 없었다면 이러한 운동이 집단적으로, 정부나 시민사회에 맞서서 진행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1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농인들의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운동의 계기는 영화 “도가니”이다. 영화 “도가니”는 작가 공지영의 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2000년 광주의 농인 학교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도가니”는 45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영화로 인하여 사회복지시설의 비리 문제와 장애 아동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묻혀 있었던 농인들의 학습권과 소통권도 떠올랐다(김철환, 2014).

영화가 흥행을 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해당 시설의 책임자 처벌, 사회복지시설 개선, 관련 법률개정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도가니”에서 나타난 농인의 교육권이나 소통권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직ㆍ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극화한 영화 “도가니”를 정작 농인 자신들은 볼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2011년 9월 당시 전국 509개 상영관에 “도가니”가 상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농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을 올린 상영관은 20개뿐이었다. 자막을 올린 곳도 대도시 상영관이고, 상영 횟수도 하루 1회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단체가 없었다.

그때 이러한 문제를 들고 나온 단체가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이하 장애누리)이다. 장애누리는 농인을 비롯한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확보하고자 “장애인영화관람권공대위(약칭)”를 장애인단체들과 연대하여 구성하였다. 그리고 농인의 학습권확보와 수화언어의 권리 확보를 위한 “수화언어권공대위(약칭)”도 구성하였다.

2011년 장애인 영화관람권 운동 당시 사용하였던 전단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에이블포토로 보기 2011년 장애인 영화관람권 운동 당시 사용하였던 전단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이 두 공대위는 2015년까지 지속되어 농학교 교사의 수화통역사 자격증 취득정책 시행 등 농학생의 교육환경 개선을 비롯하여 “한국수화언어법(이하 수어법)”을 제정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2012년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와 장애인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하여 정기적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자막 등을 대폭 확대하여 한국영화 관람의 기회를 확대했으며, 관련 예산도 연 7억원 가량 확보되고 있다. 지속적인 정책 개선과 함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의 개정도 일부 이끌어 냈다.

그렇다고 농인들이 겪는 문제들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농인의 학습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며, 제정된 수어법이 올바로 실행을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들도 많다 있다. 영화 관람권 또한 환경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언제, 어지서나 권하는 영화를 선택하여 볼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요원하다.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원’의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인화원”에 거주했던 장애인들이 시설이 폐쇄되며 다른 장애인시설로 옮겨졌는데, 그 곳에서도 학대와 폭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인화원”은 폐쇄되었지만 시설에 가주하는 농인의 인권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시작한 농인의 권리 찾기 운동도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래서 몇몇 장애인 단체가 다시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의 연대활동을 평가하고 보완하고 필요하면 다시 운동을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써나갈 글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것이다. 2011년 이후 진행되었던 농인의 권리 찾기 운동과 향후 진행예정인 운동도 조금씩 풀어낼 것이다. 그리고 어설픈 글이지만 토마스 쿤이 이야기 했듯 농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관점의 변화(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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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철환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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