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 자체가 실은 지역사회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오해와 편견’의 소산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베델의 집 사람들>>, 베델의 집 사람들 지음, 궁리 출판, 2008년, 60쪽.

일본 정신장애인시설 ‘베델의 집’ 직원의 고백입니다.

1980년대 일본 훗카이도 우라카와 동네에, 정신장애인들이 일반 주택가에 집을 얻어 모여 살았습니다. 얼마나 걱정이 컸겠습니까?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살아 보니 살 만하더라는 겁니다. ‘베델의 집’ 고백이 월평빌라의 고백으로 들립니다.

“지역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복지사의 편견이 정작 ‘오해와 편견’이다.”

우리도 지역사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역사회를 두루 다녀 보니, 지역사회에는 우리 생각만큼 편견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 하고 함께하려는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몇 번 만나면 얕게나마 있던 편견과 오해를 금방 벗었습니다. 쉽게 친해지고 어울렸습니다.

“지역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은! 너무! 많아.” 하며, 우리의 관심이 ‘편견’에 너무 치우쳐 있고, 아직은 멀었다 하며 자꾸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머리하는 데 필요한 미용실은? ‘한 곳’이면 됩니다. 한 사람이 일하는 데 필요한 직장은 ‘한 곳’이면 됩니다. 한 사람이 취미 배우는 데 필요한 학원은? 교회는? 학교는? 극장은? 동아리는? 한 곳이면 됩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역사회에 있다는 편견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베델의 집’ 사람들은 오히려 편견과 차별을 환영한다 하고, 오해와 편견은 당연하다고 합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청년이 다닐 만한 댄스학원을, 시설 직원과 장애인 당사자가 찾아다녔습니다. 평판이 좋은 학원에 야심을 품고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가르칠 여력과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두 사람은 실패와 좌절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해 술집으로 향했고, 두 사람 다 거하게 취한 채 시설로 돌아와 부둥켜안고(?) 쓰러져 잠들었답니다.

이럴 수 있죠? 이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패와 좌절을 맛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자, 이렇게 쓴 맛을 본 다음, 그 다음은요? 이때가 중요합니다.

지역사회의 편견을 탓하며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있겠죠. 혹은 한 곳이면 충분하다 하며 다른 학원을 찾으러 갈 수도 있겠죠. 실패와 좌절,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월평은, 다른 학원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나설까요? 한 곳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면 몇 번이고 나갈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요? 찾을 때까지!

한 곳을 찾으려 애쓰면, 지역사회의 선한 이웃과 인정을 어렵지 않게 찾을 겁니다. 어렵지 않게 만날 겁니다. ‘지역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사회복지사의 편견이 정작 오해와 편견이다.’는 말에 곧 공감할 겁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한눈에 반한 겁니다. 그런데 도무지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합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이제는 고백해야 하는데, 두렵고 막막해서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밤새워 생각하면 할수록 용기와 패기는 사라지고 절망과 좌절은 커집니다. 거절당하는 이유만 수백 가지 떠오릅니다. 가슴앓이 하는 거죠.

지역사회로 나가는 데 주저하는 모습이 마치 가슴앓이 하는 사람 같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주저합니다. 댄스학원 찾다가 고배를 마신 경우처럼 거절에 대한 두려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함, 어떤 말로 시작할까하는 막막함,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밤새워 생각하면 할수록 용기와 패기는 사라지고 절망과 좌절은 커집니다. 거절당하는 이유만 수백 가지 떠오릅니다. 지역사회 앞에서 가슴앓이 하는 겁니다.

가슴앓이는 고백할 때 비로소 끝납니다. 고백하면 어떤 반응이 있습니다. “이 사람 뭐야.” 하며 뺨을 때리거나, “실은 저도 좋아하고 있었어요.” 할 수도 있겠죠. 어느 경우든, 먼저는, 고백이 있은 다음입니다.

뺨을 맞았다면? 괜찮습니다. 상황을 확인했으니 다음 행동을 하면 됩니다. 주위 사람을 공략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고백하거나, 전략을 짜는 겁니다. 아니면 포기하든지.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요?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때는 사랑을 잘 가꾸어 가야지요. 너무 많이 주저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지역사회에 나가 보십시오.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 보십시오. 너무 많이 주저했다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월평빌라 입주 장애인 4명이 일반 초․중․고등학교에 다닙니다. 입주 장애인 13명이 평생학습으로 승마, 공방, 도예교실, 컴퓨터학원, 피아노학원, 문화센터 같은 곳을 이용합니다. 11명이 농장, 꽃집, 옷 가게, 신발 가게, 미용실, 학원, 식당에서 일합니다. 22명이 교회 11곳과 성당 1곳에 나갑니다.

월평빌라 문을 연 지 10년째입니다.‘지역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우리의 편견이 정작 ‘오해와 편견’이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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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칼럼리스트 ‘월평빌라’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줄곧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장애인복지시설 사회사업가가 일하는 이야기, 장애인거주시설 입주 장애인이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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