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이 강제입원 등 인권의 침해 가능성이 있고, 법은 시설의 입원 서비스가 목적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권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회에서는 지난해 5월 29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구 정신보건법, 신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했다. 시행은 오는 5월 30일부터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4월 11일까지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정신질환자의 권리보장이다. 국민의 안전이 아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1조에서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복지를 통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41조에서는 자의입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정신질환자나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 자신이 정신의료기관에 신청서를 제출하여 입원할 수 있다. 입원한 자신이 원할 경우는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고, 2개월마다 퇴원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였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서류를 자신이 원한 것으로 조작하여 입원을 시킬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2개월마다 확인 절차를 둠으로써 이러한 의료기관의 비리를 방지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정신질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상 문제가 있는 경우를 포함함으로써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등도 포함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언어장애나 의사능력이 현저히 낮은 경우는 입원 의사 확인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제42조는 동의입원을 규정하고 있다. 본인이 원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로 퇴원을 원하면 퇴원을 시켜야 하나 의료기관에서 거부할 수 있으며, 비자의 강제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본인이 보호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라면 스스로 원하여 보호자 동의를 구한 것이므로 자의 입원과 동일한 것인데, 별도의 동의입원 조항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의료기관에 들어올 때에는 마음대로 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나갈 때는 마음대로 갈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절차만 조금 복잡할 뿐이다.

제43조는 보호자에 의한 강제입원을 규정하고 있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 보호자 2명(우선순위로 정하며, 1인만이 존재하는 경우는 1인의 동의만으로 함)의 동의를 받아 전문의 2명의 일치된 진단에 의해 입원할 수 있으며, 입원 최초는 3개월 입원으로 하고 계속 연장할 경우는 6개월마다 연장의 필요성을 진단하도록 하였다.

진단을 전문 의료인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자 전문인권센터의 참여가 보장되어 감시가 되었다면 불안한 가족이 퇴원을 원하지 않아 계속 입원시키는 것을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문의에게만 권한을 맡긴 것이 아쉽다.

제44조는 행정입원 즉, 비자의 강제입원을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장이나 경찰관은 정신질환으로 자신의 건강이나 안전, 타인에게 해를 끼칠 것이 의심되는 경우 보호자에게는 통보만으로 2명의 전문의 진단에 의해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다.

개인과 사회 안전·보호를 위해 강제입원제도를 포기할 수 없어서 자유의 제한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를 통한 안전장치를 한 셈이다.

입법 예고한 동법 시행규칙 제35조에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대상, 방법,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입원 대상자로 정신질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으로서 자살, 자해, 방화, 기물파손 등 구체적 행위는 별표 13으로 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37조는 행정입원(강제입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4항에서 전문의가 위 별표 13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입원신청자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한 것은 보호자에 의한 입원의 기준을 정하고는 비자의 강제입원에 확대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법 시행규칙 별표 13은 자신의 건강, 안전에 대한 위험 및 타해 위험 기준은 정하면서 시행규칙 35조 4항 관련이라고 하고 있다. 35조는 보호자에 의한 입원을 다루고 있고, 4항은 퇴원에 관한 규정으로 해당사항이 아니라서 5항이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보호자에 의한 입원 기준을 강제입원 기준에도 적용되도록 37조에서 인용함으로써 문제는 발생한다.

별표는 먼저 질병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다. 각종 정신질환을 나열하면서 약물중독, 알코올 중독, 인격 장애, 지적장애를 포함시키고 있다. 법의 제목이나 내용상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복지법이었는데, 지적장애인을 정신질환자에 포함시키고 있다. 상위법에 없던 대상을 하위법에서 포함시키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모법에서는 정신질환자라고 하였는데, 그 범위에 시행규칙 별표에서 슬쩍 집어넣은 것이다. 지적장애인은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자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경우 처벌을 경감하거나 무죄로 판결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무죄로 판결하고도 재발방지와 예방차원에서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다. 이는 무죄임에도 구치소에 감금만 하지 않았을 뿐, 치료라는 명목으로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다. 또 다른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치료의 대상이 아님에도 말이다.

별표에서 질병의 유형 외에 증상의 유형을 정하고 있는데, 환각, 망상 외에 흥분, 충동성, 무기력, 공격성 등 매우 포괄적이고 애매한 증상까지 포함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은 판단력에서 정신연령이 낮은 사람인데,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적응력이 약하여 흥분이나 고양감을 가질 경우 강제입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별표에서는 자해 및 타해 결정기준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위협감, 자해, 재산의 피해 등의 행동을 하거나 그러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이 자신의 머리를 뜯거나 길가는 여성에게 다가가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질병과 증상, 타해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지만 지적장애인이고 흥분을 잘하고, 위협감을 주는 공격성을 가지거나 장애 인식 부족으로 위협감을 준다고 느끼면 강제입원 대상이 된다.

복지부는 지난 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신보건법 개정에 지지를 보내 왔다고 밝혔다.

미셀 뭉크 WHO 정신건강정책과장이 강제입원은 유엔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타해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의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필요가 없으며, 이미 장애인권리협약을 제정하면서 가이드라인은 폐지되었다는 것이다.

유엔의 서한에는 한국의 특수성을 인정하며, 권리협약 제14조에서 타해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입원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한국에서는 절차상 안정장치를 하여 위반되지 않음을 인정하며 여러 조건의 하나가 아니라 각 조건들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만으로 한정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엔의 지지는 모법의 지지이다. 시행규칙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시행규칙에서 지적장애를 포함한 것이나, 각 조건들을 매우 포괄적으로 하여 하나의 조건이나 각 조건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가 별 차이가 없도록 한 것까지 지지한 것은 아니다.

합집합보다 교집합이 원소가 적은 경우는 있으나, 교집합이 합집합보다 많은 경우가 없다. 'and'냐, 'or'냐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조건이 포괄적이면 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사람인가와 음식을 먹는 경우, 숨을 쉬는 경우는 각 조건이 그리고 이든 또는 이든 결과는 같다.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이 자살을 시도했다면 강제입원을 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은 강제입원의 대상이 된다. 여성이 자살률이 높다고 여성은 강제입원하자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적장애인은 왜 강제입원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사업에 여러 번 실패를 하였다고, 사기를 여러 번 당했다고 법적 무능자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시위와 집회에서 자해를 했다고 하여 강제입원을 시키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적장애인은 강제입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법 이름을 정신건강복지법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 격리법으로 바꾼 것과 같다.

지적장애인이 입원을 할 경우, 치료를 하는 서비스를 정신의료기관은 제공하지 못한다. 입원은 신뢰할 수 있는 낯익은 가족으로부터 격리됨으로써 오히려 퇴행행동을 하거나 공격성을 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경의 변화가 지적장애인의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정신적 질환을 오히려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적장애인이 불장난을 좋아하여 교회 화장실에서 화장지에 불을 붙였는데, 아무런 사고가 없었음에도 방화범으로 강제 입원된 사례가 있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여 판결에서 무죄를 받고도 강제입원 명령을 판결 받은 경우가 있다. 식칼을 방에 두었다는 이유로 강제 입원된 경우도 있다.

법적으로는 사회보호 차원이나 예방차원에서 장애인의 격리를 시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자폐성 장애인이 먼저 주먹으로 맞고 반발하거나, 모르는 여성에게 먼저 다가가 묘한 미소를 띠는 지적장애인은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사회적 보호의 대상이 보호라는 명목 아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제거해 버리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지적장애를 포함하려면 지적장애 전문 치료센터를 국가가 설립하여 가족과 함께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하며, 강제입원이 아니라 다른 복지 서비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새로운 법 제정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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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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