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가기 전 활짝 웃고 있는 이슬이 가족 그림 ⓒ 최선영

봄을 안고 찾아온 3월~

창 너머의 아침 공기가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지만

따스한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집안은 반짝거리는 햇살로 눈이 부십니다

눈부신 봄 햇살을 받으며

이슬이의 아빠 엄마는 아침부터 거울 앞에서 한껏 멋을 내시며

외출 준비를 미리 하고 기다리는 이슬이를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에 도톰한 재킷을 입고 머리에 리본까지 달고

있는 이슬이는 아빠 엄마를 기다리다 못 해 한마디 합니다

“제발 빨리 좀 하세요 누가 보면 아빠 엄마가 입학하는 줄 알겠어요”

다부진 이슬이의 한마디에 아빠 엄마는 활짝 웃으며 서둘러 겉옷을 걸쳐 입습니다

아빠 등에 업혀 등산을 하던 이슬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엄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습니다

“엄마 왜 자꾸 울어요?”

이슬이는 자꾸 울고 있는 엄마가 걱정이 되어 물어봅니다

“엄마가 너무 좋아서 우는 거야”

말없이 울고만 있는 엄마 대신 아빠가 대답해줍니다

엄마는 이슬이가 처음 아팠을 때를 생각합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던 이슬이가 당한 작은 사고가

이렇게 큰 장애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픈 이슬이를 안고 울고 있는 아빠 엄마 그림 ⓒ 최선영

“그때 그 애한테 우리 이슬이를 맡기지만 않았어도...

그날 병원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이슬이를...”

엄마는 이슬이의 장애를 늘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이슬이에게 또 사람들 앞에 죄인처럼 그렇게 마음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았답니다

이슬이의 장애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작은 사고라고만 생각했던 오전의 일 때문인지 밤이 되자

이슬이는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해열제도 듣지 않았고

아이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놀란 가슴을 추스를 틈도 없이 아빠 엄마는 이슬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이슬이는 혼자 앉을 수도 없을 만큼 절망적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가지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아빠 엄마의 매뉴얼에는

이런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장애인이 된 딸아이를 품에 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빠 엄마는 절망할 틈도 없이 매일매일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잠시도 이슬이를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되돌려 놓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엄마는 매일 이 병원 저 병원... 한의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힘없는 다리를 밤마다 어루만지고 아침이면 아빠는 이슬이를 데리고

앉는 훈련 걷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평생 앉지도 못할 것 같았던 이슬이...

엄마의 눈물 어린 사랑이 이슬이를 앉게 만들었고

평생 제 발로는 걷지도 못할 것 같았던 이슬이...

아빠의 헌신적인 사랑이 이슬이를 걷게 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이슬이의 다리가 되어 함께 해 주었습니다

이제 이슬이는 아빠 엄마를 의지하던 그 손을 놓고 홀로서기를 배우려 합니다

이슬이의 입학은 단순히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슬이의 아빠 엄마에게는 눈물로 보낸 지난 삶에 대한 위로였고 장애를 가진 딸을 둔 부모의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입학식 하는 날 의젓하게 앉아 있는 이슬이 그림 ⓒ 최선영

입학식이 시작되고 의젓하게 앉아 있는 이슬이의 뒷모습에

엄마는 또 눈물을 흘립니다 아빠의 눈시울도 붉어집니다

“등에 업고 산을 오를 때는 학교도 내가 함께 다녀야겠구나... 했는데...”

아빠의 목소리가 흔들립니다

“이슬이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쫓아다닐 때는 앉기만 해도... 했는데...”

엄마도 말을 잇지 못하고 또 눈물을 닦습니다

이슬이의 입학식에 온 부모님들은 저마다의 아픈 사연들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슬이의 이야기는 그들 앞에서는 작아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이슬이의 아빠 엄마와 그곳에 온 많은 ​아빠 엄마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보였고 눈빛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도 친구를 갖고 싶어 하던 이슬이도 이제 아픔 하나를 마음에 품은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슬이보다 더 불편한 친구들을 도와주며 마음이 성큼성큼 자라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책가방을 등에 매고 학교를 갑니다

아빠 엄마는 이슬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기쁘면서도 작은 걱정이 앞서 들었습니다

“잘 하고 있는지 가볼까?”

“가면 싫어할 텐데...”

“멀리서 한 번만 보고 오지 뭐”

아빠는 결국 차를 돌립니다

아빠 엄마는 살금살금 이슬이가 공부하는 교실 앞까지 갔습니다

혹시라도 이슬이에게 들킬까 봐 눈만 쏘~옥 내밀고 창 너머에 있는 이슬이를 훔쳐봅니다 아빠 엄마는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렇게 이슬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 동안 아빠 엄마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몰래 이슬이를 지켜보며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슬이 잘 키웠다고 서로 추켜세우며 칭찬을 주고받기도 하고

가끔은 이슬이는 “나를 더 닮았어” 아웅다웅하기도 했습니다

“아빠 엄마~”

“그래 이슬아 왜?”

“저 다 알아요..."

"뭘?"

"이제 저 그만 보세요”

이슬이가 눈치를 다 채고 있었네요...

“알고 있었어?... 하하”

“그냥... 너 어떻게 공부하나 궁금해서... 호호”

아빠 엄마는 멋쩍어 하며 이슬이에게 웃어 보입니다

두 달을 매일 같이 이슬이를 지켜보는 재미에 푹 빠졌던 아빠 엄마는

더 이상 이슬이를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아빠 엄마의 사랑이 이슬이의 홀로서기에 걸림돌이 될까 봐 정말 정말 궁금하고

보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습니다

이슬이가 처음 상장을 받아오던 날

아빠의 눈물샘이 터져버렸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상장을 보고 잠자리에 들다가도 “상장 한 번 보고 자자” 하며 들여다 보았습니다

아빠는 벽 한 면을 “자랑스러운 우리 딸”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상장을 타 올 때마다 걸어주었습니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았는지 벽에는 이슬이의 상장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즐겁게 놀고 있는 이슬이 그림 ⓒ 최선영

이슬이는 공부만 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클러치를 여러 번 망가뜨려 왔습니다

“이슬아 너 학교에서 클러치로 뭘 하니?”

“아... 창던지기 놀이”

“창?... 아니 왜 클러치로 그걸 해?”

“창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여자애들한테 못되게 구는 남자애들 혼내줄 때도 써요”

“어이쿠...”

아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이슬이를 바라봅니다

“다치게는 놀지마”

“네”

이슬이는 무엇을 했는지 여기저기 멍 자국도 많았습니다

잡기 놀이하다 넘어지기도 하고 걸어서 내려와야 할 길을 옆 난간을 미끄럼처럼

타고 내려오다 바지가 찢어지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아빠 엄마는 걱정하면서도 씩씩하게 학교생활하는 이슬이를 보는

즐거움으로 매일이 싱글벙글이었습니다

이슬이는 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냅니다

까탈스러운 성격을 보이던 이슬이는

학교를 다니며 조금 더 동글동글해졌고

새침한 면도 있던 모습은 씩씩함에 가려져 갔습니다

이슬이는 이제 동네 친구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자고 했습니다

이슬이에게 한 명 두 명... 친구가 늘어나면서 아빠 엄마는 많이 심심해졌지만

마음은 행복한 미소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아빠 엄마 그림 ⓒ 최선영

이슬이에게 마냥 꽃길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울퉁불퉁 험한 길도 많이 만났지만

이슬이는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배워가며 생각도 마음도 깊어집니다

앉지도 못하던 딸이 걸어서 학교에 간 것은 엄마 아빠의 눈물과

사랑으로만 감당할 수 있는 희생 때문이었습니다

이슬이는 아빠 엄마의 눈물과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 자란 것에 늘 감사했습니다​

입학은 이슬이에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딸 이슬이를 학교로 보낸 아빠 엄마에게도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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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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