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2시 정부종합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권한대행과의 대화’ 캡쳐 화면. ⓒ서인환

2월 22일 2시에 정부종합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중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규제개혁’이라는 주제로 권한대행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이날 행사는 한 달 전에 국민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하여 이를 실천한 것이다. 한 달 전에 이러한 약속을 하고 황교안 권한대행은 국민 속으로 규제개혁이 필요한 민심을 살피고자 종횡무진 행보를 하였는데, 이를 두고 차기 대선 후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혹자는 2월 22일 2시가 2인자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의미는 전혀 없어 보인다.

이날 행사는 KBS1 TV에 생중계되었는데, 사회는 이정민 아나운서가 맡았다. 그리고 규제개혁을 위한 토론은 진주에서 소상공인 100인과의 대화로, 안산에서는 중소기업인과의 대화로 동시다발적으로 치루어졌다.

평소에도 행정자치부나 총리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하여 규제개혁에 관한 국민제안을 받아오고 있으나,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16일은 특별히 국민제안 이벤트를 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988건의 제안이 있었고, 그 중 446건은 규제개혁 관련 사안이었고 나머지는 알반 민생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제안자들 중 100인이 이 행사에 초청이 되었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제안한 것이 정부에 전달되고 자신이 초청까지 받은 사실만으로도 정부를 신뢰하고 앞으로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100인과의 토론회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토론방식으로 참여하도록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100인은 방청객으로 하고 그 중 특별히 선정된 10인이 국민제안한 내용을 재차 제안하면 권한대행이 직접 상담하는 방식이었다. 진행의 건조함을 보완하고 내용을 풍부히 하기 위하여 사안별 정부 담당부처에서 추가답변을 하도록 하였는데, 이를 위해 장차관과 공공기관장들이 객석 좌측에 70여명 포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 4학년 시절 창업을 하여 외국타이어 수입과 화장품 제조 등 10년이 지난 지금은 십여 개의 회사를 경영하면서 연간 25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인 박혜린 사장과 중소기업 규제개혁 옴부즈만으로 알려진 김문경 씨가 무대에 올라 관객과 권한대행의 중간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자문과 맨토 역할을 하였다.

국민제안 발표자 10인의 발표 내용들은 대부분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으로 규제개혁을 통한 제도개선을 원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치즈돈가스 도시락을 제조하는 사람이 2천만원의 인증비를 들여 생산품허가를 받아 판매를 하였는데, 무허가로 벌금고지를 받았다.

식품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육류가 50% 이하이면 생산품 허가를, 그 이상이면 식품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인데, 이를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2천만원을 들여야 하기에 치즈를 50% 이하로 줄여 판매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했다고 한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생산하는 경우, 길이가 20미터, 50미터 등 각각의 허가절차를 받아야 하는데, 봉에 휴지를 감는다는 공정은 같고 길이만 다른 것을 각각 허가를 받는 것과 같이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입장을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상을 받을 일인데, 오히려 특혜를 주거나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처벌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 공무원들이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제안자의 말에, 권한대행은 적극행정면책제를 실시하여 소극적인 사람이 처벌을 받고 적극적인 사람이 다소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면책해 주는 제도를 실시하고는 있으나 아직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삼성안내견학교 유석종(시각장애인 1급) 씨는 마직막 발표자였는데, 행사장에 입장을 시키지 않고 문밖에서 대기하게 하고 사회자가 “안내견이 공공기관에 입장을 하지 못하게 하여 지금 밖에 있는데 여기에 못 오게 해야 할까요, 들어오게 할까요?”라고 관객들에게 물었다. 관객들이 ‘들어와야 합니다’라고 말하자 유석종 씨는 안내견과 함께 무대로 올랐다.

그리고 자연공원법에 개와 고양이 등의 출입을 금하는 조항이 있어(제29조 시행령 26조) 안내견도 공원에 출입을 할 수 없으므로 시각장애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몸이며 가족인데 공원 출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제안하였다.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돌물이 출입할 경우 자연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하여 법으로 금하고 있는데, 안내견은 방뇨를 아무 곳에서나 하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으며, 전염병 등 질병 관리는 주치의를 통해 철저히 관리되고 타인에게 위협을 주거나 짖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규제개혁 중 법으로 금한 일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여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권한대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견에게 다가가 한번 만져보아도 되느냐고 동의를 구하고 안내견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안내견은 주인의 허가를 받아 만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가를 받지 않고 함부로 만지는 것은 물론 안 되는 일이지만 허가를 받아 만지는 것도 삼가는 것이 더욱 좋다.

‘터놓고 이야기합시다’라는 표제는 그날 발표자가 준비된 원고에 의존하여 발표하였다는 점에서는 터놓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나 국민제안을 터놓고 제안한다는 점에서는 주제에 맞는 말이다.

다만 방송에 보여주는 격식보다는 행사 후라도 참석자들과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그들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듣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참석자들은 정부 홍보행사에 온 것이 아니라 대화를 위해 온 사람들이다. 조금 더 귀담아 듣는 시간을 배려했다면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객이 아니라 주인공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안내견의 동행을 금지하는 것은 장애인복지법이나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밖에도 아직도 상충되는 법률의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방조례 중에서 도서관에는 혐오감을 주거나 소란스러운 사람, 정신이 온전하지 않거나 출입이 불편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조항들이 있다.

규제개혁은 과거 15년 동안 3500건 정도가 접수되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3년 만에 3800건의 내용을 제안받아 그 중 40%를 해결했다고 실적을 강조하면서 그 중 350건을 분석한 결과 15조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권한대행은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나라경제를 살리는 규제개혁에 증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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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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