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 캡쳐 화면. ⓒ김지연

위 사진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하던 대한민국 대표 팀의 경기 중 한 장면이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치르던 중 전반 17분, 상대 공격수가 찬 공은 미처 피하지 못한 박주영 선수의 종아리를 맞고 골문을 향해 스쳐 들어갔으며, 그로인해 각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당연히 기대하던 대한민국 관중들 또한 충격적 이였으나,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망연자실한 박주영 선수의 표정과 동료선수들의 행동이다. 박주영 선수는 시작하자마자 점수를 빼앗겼고, 자신으로 비롯된 실수임에 머리를 쥐어 잡으며 힘겨워했다. 그때의 경기는 4대 1로 아쉬운 패배에 그쳤다.

필자는 사회성 기술 훈련을 하는 과정 중 학생들에게 위의 이야기를 꼭 나눈다. 그리고 ‘나라면 어떤 기분 이였을까?’, ‘나라면 어떤 행동을 했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 매회 같은 질문을 하면 비슷한 답변들이 나온다.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반응 외에 아직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답변들이 있다. “공 찬 선수를 죽여 버려야지”, “나라면 똑같이 해줄 것이다.” 어떻게 똑같이 해줄 것이냐는 말에 머뭇거리더니, 슬쩍 다리를 걸던가, 반칙해서라도 상대편을 골탕먹여줄 것 이라는 말 이였다.

이 경기에서는 박주영 선수의 표정을 보고 동료선수들이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거나 어깨를 주무르고 가는 모습이 특징적 이였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서로를 배려한 마음이 있었기에 멋진 경기가 될 수 있었다고 학생들에게도 일러주었다.

지난 회에 나온 ‘지는 것’에 연장하여, 반칙을 하지 않고 게임을 원활하게 하는 것에 이야기 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났겠지만 결과에 인정을 했다. 그것은 공정한 방식으로 게임을 하기로 규칙을 정했기 때문에 아무리 내부적으로 갈등이 일어날 지라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경기 였어”, “힘들었을 텐데 잘 이겨 냈어”라고 서로를 배려하는 그 한마디로 이후 경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위 선수들처럼 경기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며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승부를 가리고 이긴 사람과 진사람 간에 멋진 마무리를 하는 것이 진짜 스포츠맨 쉽일 것이다.

학생들의 말대로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반칙을 하게 되었을 경우, 자신의 감정적인 부분은 표출되었을지는 모르나 어울렸던 구성원들은 더 이상 게임을 함께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반칙을 하는 충동적인 행동은 ADHD아동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도 발달장애 아동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충동성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어떤 경우에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지적하면 학생이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아 반칙하는 것에 관한 기술은 어려운 분야중 하나이다.

단체생활에서 반칙하지 않고 즐겁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놀이 활동들로 발견되는 아동의 충동적인 행동들을 분명하게 말해 주어야한다.

‘선을 벗어났다’, ‘틀에서 벗어났다’와 같은 제한되는 행동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민감하게 지적하면 의기소침해 지기 때문에 시작 전, 여러 규칙을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여 함께 세운다.

단, 마지막의 규칙은 부모가 제안을 하는데 정해진 규칙을 어겼을 때에는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반칙을 하는 아동들에게는 결과만이 아니라, 놀이의 과정과 결과 이후의 행동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함을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반칙 후에 다시 제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하면 내 기분은 어떨까?’, ‘내가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을까?’라고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부모가 상대역할을 하여 감정 표현을 통해 기분을 느껴보도록 한다.

다양한 보드게임이나, 활동들로 충동적인 행동을 스스로 몸에 익히게 하여, 자신을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책에서 이러한 내용을 본적이 있다

‘옳음은 얻는 거고 그름은 잃는 거다’

내가 그른 일을 하면 누군가는 어떤 것을 잃게 된다. 그 누군가가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옳은 일을 하면 모두가 얻는 게 생긴다는 말이다.

만약 반칙을 하게 되면 나는 이길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는 억울하게 져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억울함에 상대편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즐기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한다면 모두 얻는 행복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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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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