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처음으로 열린 지난달 20일 국회에서는 제34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를 갖고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인 관련 법률 개정안 4개를 통과시켰다.

이 중 장애인 가족 삶의 질 향상 및 안정적 가정생활 영위를 위한 시책 수립·시행 근거가 마련된 법률안 개정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2017년도 국회 예산에서 삭감이 되기는 했지만 지자체의 조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설립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생각한다.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신설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30조의2(장애인 가족 지원)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및 안정적인 가정생활 영위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1. 장애인 가족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

2. 장애인 가족 돌봄 지원

3. 장애인 가족 휴식 지원

4. 장애인 가족 사례관리 지원

5. 장애인 가족 역량강화 지원

6. 장애인 가족 상담 지원

이외에 사업수행의 기관 지정과 취소에 대한 내용이다.

가족 내에 장애인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발생되고, 이는 선천성 장애인이든 후천성 장애인이든 다름이 없을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재활과 지원에만 중점을 두었던 장애인복지의 축이 장애인 가족까지 그 폭을 넓힘으로서 장애인 복지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같이 동시에 교육시키고 지원을 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모두의 삶의 질이 동반 상승한다. 장애라는 것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지역, 사회의 종합적인 역학관계를 풀지 않으면 불균형의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후천성 척수장애인의 경우, 손상 초기에 당사자에게만 집중된 지원과 훈련으로 홀로 설 준비가 되어도 가족 때문에 다시 초기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척수장애인은 중증일수록 가족 간의 애착이 두드러진다. 서로의 애착은 가족애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이 될 수는 있지만,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이 애착관계를 의도적으로 멀게 해주는 것이 ‘재활’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입원 초기부터 가족과의 밀착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족들은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으로 몸과 마음을 불사르듯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희생을 한다. 사회생활도 포기하고 입원기간 내내 한 몸이 된다.

첫 단추가 잘 못 꾀어지는 과정이다. 가족들은 손상초기에 간호와 간병에는 관여를 하지 않는 외국의 사례들이 냉정하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이익이 되고 각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간병비를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한 달에 2~300만원이나 하는 간병비 때문에 가족들이 희생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있으나 이는 척수장애인과 같은 중증장애인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 인력이 입원환자를 돌보는 의료서비스로 간병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보다 수준 높은 환자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를 하지만 정작 이 서비스가 필요한 척수손상환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고 있다.

또한 가족들을 위한 장애인식개선과 돌봄과 휴식이 지원되어야 한다. 가족들이 오히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상하기 전에 예방적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되어야 한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는 지난 2년간 ‘우리 가족을 부탁해‘라는 가족지원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사지마비의 중증 척수장애인들의 가족을 위해 심리 상담과 여행을 통한 힐링프로그램이었다.

한시적으로 마음의 치유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상 초기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장애인가족으로 인해 소진이 된 상태에서 충전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방전이 안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병원 초기에서부터 사회복귀훈련을 제대로 하고 한 번에 지역사회에 안착하도록 사전 준비만 잘 해주면 그 이후는 가족의 특별한 지원이 없어도 스스로 살아갈 수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복지라고 생각한다. 첫 단추부터 서로에게 의존하도록 만들어 주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18년간을 가족 간의 지원이 없으면 절대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 K씨는 18년 만에 체험홈에서 혼자 살아가는 시도를 한 후에 지금 가족과 떨어져 훌륭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주거지원제도와 활동보조인제도, 근로지원인제도 등 현존하는 각종 제도는 중증장애인도 조금만 노력하면 가족의 도움 없이도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본인도 가족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주변에서도 이러한 정보를 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척수협회의 설득과 정보제공으로 당사자도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고 있고, 얼마 전에 다시 만난 가족의 환한 얼굴에서 그들도 삶의 질이 개선되었음을 느꼈다.

초기 장애인에 대한 과감하고 집중적인 지원은 결국은 가족들의 짐을 덜게 하는 좋은 제도 일 수밖에 없다. 사실 당사자의 지원과 가족의 지원은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별개의 것이 아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한 가정에 장애인인 생기더라도 나머지 가족들은 정상적인 삶을 지속하여야 한다.’는 영국의 철학이 생각난다. 가족은 가족의 역할을 해야지 간병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각종 지원제도가 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가족에게 장애인의 케어를 맡겼던 한국의 복지와는 상반된 철학이지만 향후 장애인복지의 발전된 패러다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것은 장애인가족지원이 그간 가장 두드러지게 활동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들만을 위한 제도라고 고정되어 질까 걱정이다. 장애의 경증을 떠나 대한민국 모든 유형의 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질 못지않게 가족의 삶의 질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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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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