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리는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표현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그리게 하는가?

표현하자. 제약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불안, 슬픔, 기대와 실망”을 예술로 승화시키자. 값진 것이다. -피나 바우쉬 (Pina Bausch)-

우리는 누구도 마음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실, 외로움과 우울, 분노, 트라우마 등 수많은 부정적인 정서 안에서 아파하며 사회의 흐름 속에 자신을 맡긴 채 하루하루를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

움직임, 형태, 정신, 영혼 그리고 육체 사이의 상호관계는 정서적인 영역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예술적 활동에 결정적 조건이 된다. 또한 미술은 이미 있는 것을 가지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새롭게 표현 대상 자체를 만들어 내는 창작활동이다.

척수손상 환자들이 그린 그림 -만다라. ⓒ김형희

미술의 치료적 속성은 그림에 대한 연상을 통하여 자기표현과 승화작용을 함으로써 자아가 성숙하는 데 있다. 미술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원시적 충동이나 환상에 접근하면서 갈등을 재 경험하고 자기훈련과 인내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그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하며, 창조와 자아성장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치료’라는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Therpia’에서 유래한 것으로 수술을 통해 병을 없애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의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미술치료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는 미학적 가치 평가보다는 사고와 느낌, 공포와 꿈 그리고 상상세계를 표현하도록 하는 것, 즉 내면을 표현하는 마음의 언어다.

또한 미술치료 작업은 그림을 그려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으로, 그림을 그리며 나를 토해내고, 상처를 인지하고 위로하며, 근심, 분노, 슬픔, 기쁨 등의 온갖 감정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마구 표현, 창조적 과정을 실현, 내면의 거리낌과 단절을 해소시키며, 작업과정 중에 개인적 경험이나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필수적이기도 하다.

미술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비언어적 수단으로 언어표현이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언어보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훨씬 유리하게 작용하여 장애인 재활시 무엇보다 언어 매개체 없이도 의미전달이 가능하여 사회교류 능력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는 의학적 영역에서도 환자 보호에 있어서 총체적 시각의 중요성을 재인식하여 눈에 보이는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병원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성인 장애인들이 그린 자화상-아니마 아니무스. ⓒ김형희

예술치료(미술, 음악, 춤 등)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대체 의학적 차원에서 마음의 힘을 길러주어 마음이 힘들고 상처를 받았을 때, 튼튼해지도록 도와주고 힘을 빌릴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해야 하며, 문명이 발달하고 정신이 피폐해져 갈 때 손으로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림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을 여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고, 의식적으로 보면 볼수록 그 경험도 더욱 깊어져, 말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에 몰두하여 가볍게 붓을 놀리며 색칠하고 마음의 표출을 따르는 것, 불안, 슬픔, 숨은 저항, 공포, 기대, 실망 등 말하고자 하는 내면의 소리를 알아차려야 하며, 그러한 상처와 장애를 드러내고 문제의 해답까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내가 그린 그림인 것이다.

하얀 도화지에 마구 표현되는 점, 선, 면은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

내가 비워질 때 비로소 풍요로움을 맛 볼 수 있으며, 욕심이 걷힐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으니 내 마음속에 숨은 그림을 찿아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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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에서 교통사고로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장애인이 되었고, 재활치료로 만난 그림은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하였다. 현재는 아내, 엄마, 화가, 임상미술치료사.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대표... 예술을 통해 꿈, 희망, 도전 할 수 있는 교육, 전시, 공연기획, 제작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기획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과 장애, 세상과의 소통, 나의 내면과의 화해를 통해 힐링 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내며, 그 안에서 나를 찾고 감동과 눈물로 또 다른 삶의 경험을 통해 꿈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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