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에서의 장애인차별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통지문. ⓒ서인환

웹 사이트에서 운영자가 장애인 차별을 하지 않고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 개발자가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웹 사이트를 개발하여 운영하는 경우, 직접 사이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된 기성 제품인 솔루션을 추가로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확인 인증이나, 금융결재 프로그램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해 별도로 검증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다. 장애인단체에서 사용하는 웹 사이트 내 후원관리 프로그램에서 본인인증이나 금융관련 결재 시스템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은행 업무 프로그램이나 정부 3.0의 본인 인증 후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발급받는 경우, 다른 부분에서 아무리 웹 접근성을 잘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솔루션이 적용되는 본인 인증 과정에서 접근성을 갖추지 못하면 장애인은 인터넷으로 접근이 불가능하고, 무료로 집안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것을 불편하게도 직접 기관을 방문해야 하고, 수수료를 내고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웹 접근성 인증 평가과정에서 솔루션이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아 불합격된 경우가 매우 많으며, 장애인단체 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후원관리 솔루션에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아 웹 접근성 품질 인증 마크를 부여받지 못하자, 솔루션 개발자가 장애인 접근성을 갖추지 않은 것을 장애인차별로 진정한 바가 있다.

이 진정 사건의 시기는 2015년이었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1년 반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이 사건은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며 기각한다는 통보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 ㈜휴먼소프트웨어 대표, 후원회원 관리 프로그램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접근성 제한)에 대하여 조사 및 심의한 결과, 피진정기관은 인터넷망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는 점, 해당 솔루션은 웹사이트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점, 피진정기관의 신제품 개발은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 등 피진정기관의 행위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 지난달 28일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위 진정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2호(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의 규정에 따라 기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기각 사유는 첫째, 피진정자가 인터넷망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개발자이므로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솔루션은 웹 사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둘째 이유이고, 셋째 제품 개발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므로 장애인차별과 무관하므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다.

장차법 제15조에서는 재화, 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편익을 가져다주는 물건, 서비스, 이익, 편익을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화, 용역 제공자는 장애인이 그 재화를 이용함에 있어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여서는 안 된다고도 하였다.

그리고 제20조에서는 개인, 법인, 공공기관은 장애인의 전자정보를 접근함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국가정보화기본법 제32조에서는 국가기관 등은 인터넷 등을 통하여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며, 서비스 제공자와 제조업자는 이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사람은 장차법에 근거하여 진정한 것이다. 장차법은 어디에도 서비스 제공자가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서비스 제공자라 하지 않고 제화와 용역의 제공자라 하였는데, 정보통신에서는 이를 인터넷망 제공자라 해석하여 개발자는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고 본 듯하다. 그러나 개발자 역시 재화와 용역의 제공자가 분명하다. 직접 제공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유통을 하면 재화와 용역의 제공자인 것이다.

장차법에서는 재화와 용역의 제공자라고 매우 폭넓게 의무 대상자를 정하고 있다. 솔루션 판매자는 개발자가 아니라 재화의 제공자인 것이다. 직접 제공자이든 간접 제공자이든 이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솔루션을 개발하여 이를 유통하거나 판매하면 제공자가 맞다. 그리고 인터넷망 제공자가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고, 개인 등은 장애인의 접근에 있어서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제공자가 서비스 제공에 있어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인 장애인의 접근에 있어 차별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인의 접근성에 원인을 제공하는 누구든지 차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용자 관점에서 차별을 보는 것이고, 광의적 제공자 관점에서 의무를 지우는 것이 법의 정신이자 철학인 것이다.

장차법은 국가정보화기본법에 준하여 판단한다는 말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편의증진법처럼 다른 법률에 준하여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유사한 관련법을 판단의 기준으로 한다고 치면, 국가기관 등 서비스 제공자는 접근성 보장이 의무이고(사실상 하위법령의 지침에서는 권장지침으로 부작위 위헌소지의 법), 민간 제조업자와 민간서비스 제공자는 노력을 해야 하는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는 셈이다.

장차법은 차별을 의무적으로 금하고 있고, 국가정보화기본법은 민간은 제조업자이든 서비스 제공자이든 임의규정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판단에서와 같이 서비스 제공업자가 아닌 개발자이므로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근거는 어느 법률에도 없는 해석이다.

그리고 솔루션은 사이트가 아니라고 하였다. 웹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사이트가 아니면 자동차 부품은 자동차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자동차의 부품이 사고를 낸 것이라고 무죄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인터넷망에서 사용되는 솔루션이 인터넷 웹사이트가 아니라고 하니 이는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렇다면 웹 접근성 품질인증 평가에서 솔루션의 경우 평가에서 제외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는 솔루션에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증심사를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이렇게 솔루션도 웹 사이트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는 개인의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고 국가인권위가 하였는데, 장차법은 왜 개인도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을까? 인권위 스스로가 개인이고 사적 문제로 자율적 영역이라 하면서 간섭을 하지 못한다는 자신들의 영역을 축소해 버리는 결정을 하고 있다.

이는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이다. 최순실 사건에서 공사 구분을 못하더니 이제 국가인권위가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개발자도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국가정보화기본법은 규정하고 있으며, 장차법에서의 정보통신의 접근에서의 차별은 개인도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적고 있다.

피진정인의 답변서를 받고는 법률적 조항조차 제대로 따져 보지 않고 그들에게 면죄부를 줘 버리는 국가인권위원회야말로 이제 사적 자치의 영역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법에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현재 이용자가 차별을 받았는데 차별을 진정한 문제는 충분히 이해가 되나 법적 규정 미비로 안타깝게 해결해 주지 못함이 안타깝다고 인권위는 공문에서 적고 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법 전문기관이라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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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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