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개소 전과 후의 모습. 개소 전 직업훈련센터 설립을 위해 포크레인이 들어간 모습(첫번째), 개소 후 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간판(두번째), 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건물(세번째).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에이블뉴스 DB, 이원무

작년 7월부터 공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막히고 11월에는 주민들과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서로 무릎을 꿇는 등 갈등을 겪었던 성일중학교 내의 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설립!

여러 차례의 주민설명회와 끝장토론을 거치는 가운데 지역주민 설득이 쉽지 않았고 센터 공사도 힘겨운 과정을 겪었다. 일부 주민들은 ‘발달장애인 시설보다 쓰레기 소각장이 낫다’, ‘장애인과 중학생은 공존할 수 없다.’는 등의 말로 발달장애인을 차별해 우리 사회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천박한 인식의 민낯이 아직도 존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1년여의 갈등과 진통 끝에 올해 4월부터 공사가 재개되어 11월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드디어 지난 12월 15일 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개소식 모습. ⓒ에이블뉴스 DB

필자는 개소식에 가고 싶었지만 연락을 받지 못해 개소식에 가보지 못했고, 아쉬웠다. 하지만 며칠 뒤 직업훈련센터의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들과 연락하며 정보를 얻었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공단 측에서는 고용공단 전산망을 이용해 현재 발달장애인의 진출확률이 높거나 앞으로 진출 가능성이 있는 직종을 조사하고, 기존 기업들과 협력·연계방식으로 취업을 위한 실질적 시스템 도입을 통해 앞으로 발달장애인이 직업훈련을 할 11개 직종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 직종들을 실제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실습·경험하게 하며 당사자에게 가장 좋은 직종이 생길 경우 그쪽으로 직업을 가지도록 앞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만약 11개 직종을 체험해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해 직종을 늘려달라는 당사자, 부모 등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향후 교육청, 고용공단, 당사자, 부모들 등과의 협의를 통해 직종을 늘릴 것이라고 한다.

센터 내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원하는 직종이 전혀 없으면 센터는 당사자 자신이 원하는 직종이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그 곳을 연계시킬 생각이 있다고 한다. 직업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발달장애학생에게는 직업체험을 통해 이해와 흥미를 갖도록 기초 및 심화 직업체험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직업을 가지지 않고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에도 이와 관련된 정보를 직업훈련센터에서 앞으로 제공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

1층 직업체험실 모습. 서울시교육청 연계 사서보조 체험실과 피치마켓 연계 쉬운 글 체험실 전경(첫번째), 베어베터 연계 바리스타 체험실 모습(두번째), 베어베터 연계 제과체험실 모습(세번째). ⓒ이원무

1층 직업체험실 모습. 사무행정 직무 체험실 모습(첫번째), 의류업체 SPAO연계 의류분류 직무 체험실 모습(두번째), 다솜이재단 연계 요양간병보조 직무 체험실 모습(세번째). ⓒ이원무

2층 KT연계 IT체험실 모습. ⓒ이원무

3층 제조직무 실습실. 제조직무 실습실 안내판(좌측), 제조직무 실습실 전경(우측 위), 제조직무 실습실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우측 아래). ⓒ이원무

4층 무대체험실 모습. ⓒ이원무

이 얘기를 들으며 발달장애인의 직업선택에 있어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존중하려는 것이 느껴져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자기결정과 선택이 무시되는 식으로 직업훈련이 이루어져 발달장애인 직업정책에 있어 제공자 중심이었다. 발달장애인 자신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을 찾기란 정말 ‘하늘에 별 따기’였다고 본다.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핵심인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고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을 위한 예산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 법의 철학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잘 구현되도록 장애계, 발달장애인 당사자, 전문가, 부모 등이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을 압박해 충분한 예산확보가 현실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발달장애인법의 핵심이 적용되어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을 찾고 취업해 충분한 돈을 받고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겠다는 생각도 아울러 든다.

또한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를 찾는 부모들과 특수교사들에게는 발달장애인 진출직종이 무엇인지, 그리고 취업이 안 될 경우 취업이 될 수 있도록 공단에서 시행하는 직업서비스와 서비스 절차, 직업훈련내용 등 발달장애인의 직업서비스 이용에 관한 사항을 알리는 등의 교육을 한다고 한다.

실제 발달장애인 등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 담당자를 강사로 위촉해 발달장애인에게 직업 등에 필요한 역량을 알려주고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1~6개월 정도 훈련과 실습을 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기업체 담당자는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발달장애인은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알 수 있으니 기대가 된다.

하지만 기간이 너무 짧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적어도 1년 이상은 실습하게 해서 발달장애인이 직업관련 역량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직업훈련센터에서는 장애유형별 특성화 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고용유지를 위한 교육, 구직역량프로그램, 성교육 등이 있고 발달장애인 자기옹호의 관점이 녹아든 교육을 할 것이라 한다.

자신의 권리 주장은 물론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게 여기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옹호 원칙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직업 훈련하는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말로 장기간 알려주고 실천하도록 지원해, 직업훈련 할 때는 물론 실제 직장 취업 후에도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직업훈련센터에서 신경을 많이 썼으면 한다.

그렇게 될 때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오히려 센터 건립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많아질 사회의 토양을 만드는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편 필자로서는 직업훈련센터 개소와 관련해 불쾌한 소식도 아울러 접했다.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성일중학교내 직업센터 반대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의 위험성 때문에 센터 내 CCTV를 달아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달라!”

공단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 했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필자로선 어이가 없으면서도 불쾌하고 화가 났다.

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개소에 반대하는 성일중학교내 직업센터 반대위원회의 구호가 담긴 현수막. ⓒ이원무

발달장애인들 중 극소수 일부에게 있는 폭력성을 빌미로 직업훈련을 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직업훈련센터 생활상을 CCTV로 촬영하겠다는 건 발달장애인 사생활 감시 및 자유 구속의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논리라면 다른 유형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폭력성과 위험성이 있을 경우 그 사람들의 일상도 CCTV로 촬영하지, 그런 얘기는 왜 안 하는가?

이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2조 사생활의 존중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생활 감시를 받는 것이 정말로 싫고, 거부한다.

그리고 폭력적이지 않은 발달장애인이 거의 대부분임에도 모든 발달장애인을 폭력적이라고 싸잡아 매도하는 반대위원회 태도는 일반화의 오류이다.

이를 통해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어 어린아이로 취급하고 폭력을 가해도 되는 식으로 생각하는 논리는 발달장애인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차별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은 좋은 정책의 집행은 물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나라를 섬기는 지도자들에게 요구한다. 나와 다른 배경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부대끼고 이해하려는 기회, 노력이 많을수록 소통과 공감 능력은 더 높아진다.

성일중학교 내의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에서 앞으로 훈련하게 될 발달장애인들을 만날 중학생들은 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게 될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힘든 순간들도 있겠지만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야말로 이 중학생들에겐 소통과 공감 능력이 높아지는 더 없이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성일중학교 학생들의 부모도 자녀들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따뜻한 인성이 있는 사람이거나 지도자가 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발달장애인의 폭력성을 빌미로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위원회의 태도는 자녀인 중학생들이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고 사람을 소중히 여겨 따뜻한 인성을 가지도록 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통과 공감능력을 높일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된 데는 아직도 법, 제도를 통한 장애의 의료적 정의, 체계적인 자기옹호, 권리옹호 체계의 미비가 한 몫을 차지한다. 정부와 정치권 등 우리 사회 책임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장애를 사회적으로 정의하고, 이용자 중심의 자기옹호 사례 공유를 통해 체계적·인권적인 자기옹호, 권리옹호 체계가 마련될 수 있게 우리 정부와 정치권, 발달장애인 당사자, 시민들, 전문가들 등의 노력이 어우러져야 함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또한 정신적 장애인들은 시민사회, 장애인, 여성단체, 장애계 단체들과 이전보다 더욱 강한 연대를 형성해 정신적 장애인 혐오에 대해 강력 대응해야 함도 아울러 말하고 싶다. 그럴 때 발달장애인도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책임을 다하며 사람대접을 받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초반에 지역주민의 많은 반대로 인해 갈등이 많았지만 끈질긴 설득과 노력 끝에 센터 설립을 지지하는 주민이 많아지도록 수고하신 발달장애인 부모단체 및 부모들과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들 등에게 진정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향후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게 원하는 직업을 갖고 당당하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일하며, 세금 내는 당당한 발달장애인이 많아지고 통합고용의 모습이 현실이 될 수 있게 이 직업훈련센터가 역할을 다해주길 진정 바란다.

그렇게 되도록 필자도 함께 하고 싶고, 아울러 공단관계자, 고용노동부, 정부, 발달장애인 당사자, 부모, 전문가 등이 합심된 마음으로 앞으로도 노력을 경주하시길 부탁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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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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