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애인이해교육, 장애인 인식교육, 인식개선 교육, 인권교육 등의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여 왔다. 인식개선은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환경적 요소인 태도와 관습 개선 등의 변화를 위한 교육이고, 인권교육은 장애인의 권리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교육은 장애인의 현황이나 개념 등을 중심으로 장애인을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런 점에서 왜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와 교육의 기대효과를 고려해 보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이란 용어가 매우 적절하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라 명하였고, 시행령 16조에서는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라 하였다.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인권이라고 한다. 누구나 누릴 행복한 세상이란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세상이고, 억압을 제거하여 자유를, 편견과 차별을 제거하여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사회개발의 목표일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초중등, 대학, 대학원 등의 학생과 교직원, 공공기관, 종사자, 공무원 등 민간기업이나 사회단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에서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교육 대상자는 매년 1천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장애인의 인식개선교육은 장애에 대해 이해(개념, 특성, 보조기구, 편의시설)하고 소통하는 기술과 법과 제도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물론 기타로 필요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인권을 중심으로 교육할 경우, 학생들은 도덕 시간과 같은 따분함을 느끼고, 머리로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인식에서 근원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과 제도는 너무나 복잡하고 전문적인 데다가 장애인에게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너무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으며, 역차별이 있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시책을 나열하면 장애인 특혜가 많다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교육은 수용태도와 사회적 책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태도와 가치를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보조기구는 장애인들은 모두 그러한 기구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거나 많은 보조기구가 지식습득이 되지 못하고 겉핥기로 끝나는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전달이 아니라 느낌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장애학생 도우는 것이 강요되는 교육으로 장애인은 우리가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느끼게 하기 쉽고, 오히려 인식에는 그릇되게 할 수도 있다. 도움이나 선행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로 한 시간 정도의 교육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다루기가 어렵고, 강사가 교육현장에서 나오는 각종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강사양성에서 다루어져야 할 내용들을 교육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물론 교육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법과 제도도 교육하여 장애인의 인권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볍게 접근하면서도 겉핥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차별이나 권리는 처벌을 강조하여 겁을 먹게 하거나 아예 장애인을 멀리하는 것이 처세술이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인식변화를 줄 것인가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교육 내용은 설계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예방교육은 장애인은 안전망 부실의 희생자나 조심성 없는 결과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장애를 불행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체험교육은 잠깐의 오락이 되거나 한 번의 경험으로 장애를 마치 잘 알게 된 것으로 일반화하거나 오히려 선입견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잘 고민하고 참여율도 높이고, 자발적 사고로 인식이 개선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강사는 장애인단체 등에서 모집하여 장애이해, 법과 제도, 에티켓, 응대법, 소통, 교안작성법, 평가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대략 20에서 40시간 정도의 교육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습이 미약하고 현장에서의 피드백이 약하다. 강사를 양성하는 기관에서 전문가와 당사자를 주로 교육자로 초청하는데, 상당히 이론적이거나 잘못된 지식을 가르치는 경우도 많다.

강사는 누구나 참여하고자 하면 강의를 할 강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활동가, 가족, 당사자와 강의전문가로 분류할 수 있다. 강사는 자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며, 사정을 통해 선별되어야 한다.

특히 진정한 인식개선의 감수성과 열의는 없이 수당을 위해서나, 다른 법적 의무적 강의전문가의 강사자격 추가하기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강사의 양성은 현재는 누구나 개설하여 교육을 실시할 수 있으나, 보다 전문화할 필요성이 있으며, 전문성을 가진 강사진을 검증할 필요도 있다.

교육은 장애인단체 등에서 공문을 통하여 교육을 섭외하거나 단체에 강의가 의뢰되어 단체 명의로 하는 경우와 개별적으로 인터넷 등을 통하여 프리랜스로 활동하는 두 부류가 있다. 지속적으로 강의를 하지 못하고 단체의 사업량에 의해 일 년 중 몇 회 정도의 강의를 하고 쉬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강사의 보수교육과 지속적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교육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의무적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되겠으나, 인식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는지의 피드백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 흠이다. 사이버교육은 오히려 집체교육의 기피현상을 만들 수도 있어 대국민 공익광고의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언론을 통한 홍보나 인터넷을 통한 홍보도 별도로 필요하다.

의무적으로 인식개선 교육을 받으라고 하였지만 법에서 시수나 주기가 전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의무대상 기관에서는 연간 실시하는 보고를 하겠지만, 누락된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기관이 아니라 개인을 기준으로 의무화하였다면 누락자 관리가 될 것이다.

강사교육과 인식개선 강사 파견, 출장강의와 입소 강의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연수원과 같은 교육기관의 설치가 필요하고, 아무나 장애인 당사자를 불러 교육을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연수자격제도도 필요하다. 또한 입소자를 위하여 연수원의 설립을 국가가 지원하여 교육과정의 개발과 강사관리, 숙박을 통한 교육 일정의 연중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인식개선 교육은 너무나 예민한 교육이다. 잘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용어나 장애에 대한 오해, 잘못된 관습과 고정관념 등을 지적해서 개선할 수도 있고, 공감과 감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는 자신이 살아온 것이나 재활에 대한 자랑으로 빠질 수 있고, 비장애인 강사는 감수성이 없이 건조한 이론교육에 빠질 수 있다.

고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 이론교육도 도덕시간과 같이 하품을 하거나 꼰대의 당연한 설교로 인식하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책상에 엎드려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오히려 초등학교 수준의 감성교육이 더 효과적일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유아용 교재는 개발된 것이 거의 없다.

준비시간과 평가(설문)지 작성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고 차별사례 등의 동영상 한두 편을 보고 나면 불과 장애인 인식개선에 대해 교육할 시간이 너무나 짧은 것이 학교에서의 인식개선 교육이다.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각 기관에서 교육하는 교구나 교육과정을 모아 국민들이나 강사들이 언제나 연구하고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은행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인권관련 자료와 강사 교안, 그리고 소송판례 등의 자료도 수집되었으면 한다.

복지부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위하여 예산을 마련하여야 한다. 장애인의 삶의 질의 변화는 정부가 각종 사업을 추진하여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인식개선이 따르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인식개선에 필요한 예산의 투입은 필수적이다. 연간 50만 명에 강사와 교육비, 교육과정 개발비 등을 고려하면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외의 비용은 교육 주체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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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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