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서 그나마 마음 편히 갈 수 있었던 것은 고속도로의 장애인 화장실 덕이기도 하다. 척수장애인으로서 화장실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필자에게는 휴게소마다 안전(?)하고 안정되게 비치된 장애인화장실 덕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100% 신뢰했던 장애인 화장실에 흠결이 났다.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사건의 실체는 이렇다.

올 하반기부터 평택에 있는 학교에 강의 차 서해안 고속도로를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이패스카드 충전을 위해 잠시 하행선에 있는 ‘화성휴게소’를 들렸고 장애인 화장실을 둘러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화장실을 리모델링 하였는지 전반적으로 깔끔한 기운을 느꼈고,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기대를 하고 들어섰는데 무엇인가 어색한 기운이 다가왔다. 로봇 모양의 아기변기도 있어 아기자기하게 시설은 했는데 정작 장애인용 변기가 엉망이었다.

벽에 설치된 고정식의 손잡이가 멀고 낮아서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했고, 반대편의 상하이동식 손잡이는 변기와 너무 가까워서 이 또한 사용이 불편했다.

변기로 이동을 하려고 시도해 보다가 낙상의 사고가 예상되어 그만 두었다. 어떤 경우에도 휴게소 화장실을 그냥 나온 경우가 없었는데 그냥 웃음만 나왔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장애인화장실로 달려가 비교를 하였는데 역시 휴게소의 장애인 화장실이 문제가 있었고 모양만 장애인화장실인 짝퉁이었다.

장애인화장실은 면적만 넓다고 이용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손잡이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사용에 제약’을 받는다. 모든 것들이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화성휴게소의 장애인화장실의 변기 배치사진.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규정에 맞지 않아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찬우

고정식 손잡이는 벽에서 너무 멀고 낮게 설치되어있고, 이동식 손잡이는 변기와 너무 가깝게 설치되어있다. ⓒ이찬우

기준대로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의 사진, 높이와 간격이 적절하다. ⓒ이찬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약칭: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의 [별표 1]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제2조제1항관련)에 의하면 장애인화장실에 대한 설치기준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약칭: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의 [별표 1]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제2조제1항관련), ⓒ이찬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약칭: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의 [별표 1]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제2조제1항관련). ⓒ이찬우

세부기준을 살펴보면 대변기 양옆에는 수평 및 수직손잡이를 설치하되 수평손잡이는 양쪽에 모두 설치하여야 하며, 수직손잡이는 한쪽에만 설치할 수 있다.

수평손잡이는 바닥면으로부터 0.6미터 이상 0.7미터 이하의 높이에 설치하되, 한쪽 손잡이는 변기중심에서 0.4미터 이내의 지점에 고정하여 설치하여야 한다.

다른 쪽의 손잡이는 0.6미터 내외의 길이로 회전식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손잡이간의 간격은 0.7미터 내외로 할 수 있다.

수직손잡이의 길이는 0.9미터 이상으로 하되, 손잡이의 제일 아랫부분이 바닥면으로부터 0.6미터 내외의 높이에 오도록 벽에 고정하여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손잡이의 안전성 등 부득이한 사유로 벽에 설치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바닥에 고정하여 설치하되, 손잡이의 아랫부분이 휠체어의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휴게소의 관리 소홀인지 공사업체의 무지인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특히 휴게소에 있는 장애인과 관련된 시설(경사로, 화장실, 주차장, 비치용품 등)은 모두에게 유익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기본이다.

사용자인 장애인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봤더라면, 제대로 된 시방서만 보았더라도 이런 질책을 받을 필요도 없고 다시 재공사를 해야 하는 손해도 없을 것인데 아쉬웠다.

이러한 곳이 이곳 휴게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문제가 있는 시설에 대한 신고와 신속한 보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물이 양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제대로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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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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