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말 쯤 천안시에 있는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서 할 ‘발달장애의 이해 및 발달장애인으로서의 나의 경험’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위해 피피티를 준비했었다. 그 때 나는 강의 피피티를 만든 다음 직장 여자동료로부터 피피티에 관한 조언을 부탁했었다.

피피티를 본 후, 그 동료는 이런 말을 했다. '비하하는 표현과 말의 사용금지 및 연령에 맞는 이름과 호칭 부르기, 비언어적 의사소통 경청하기 등은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게도 필요한 것인데 구지 발달장애인 이해 교육할 때 강조해서 말하는 이유가 뭘까?’하더니 ‘발달장애인을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 현실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라는 대답을 했다.

발달장애인을 어린아이로 취급한다는 것은 발달장애인을 지시·통제 대상으로 보는 것임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란아이들을 보면 ‘뭐 하지 마!’, ‘이거 해’ 등의 지시·통제하는 표현을 많이 하게 된다.

얼마 전 필자는 CBS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하 세바시)’에서 강사로 나섰던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가 지적장애인 성폭력 원인을 말한 것을 동영상으로 들었다. 들은 내용 중에 일부를 인용·정리해보겠다.

‘지적장애인은 위험하니까 하지 마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 먹지 마라 한다. 그런데 지적장애가 있는 중1 학생에게 성관계하는 것을 얘기하지 않겠다고 하면 피자 먹을 수 있다고 말하고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는 ‘먹자!’, ‘가자!’라는 말을 한다. 늘 통제·지시받는 언어를 듣던 지적장애인에게는 가해자 말이 친근감을 보이는 태도라는 느낌이 드는 거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적장애인에게는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하고 통제하는 부정적 어감의 말도 한번이면 족한데, 계속 들으면 나를 어린아이로 취급한다고 느껴져 듣기 싫다. 나도 성인이고 결정할 수 있고 간섭받지 않고 뭔가 하고 싶은데...’

그런 상태에서 가해자의 말은 지적장애인에게는 더욱 긍정하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지적장애인 등의 발달장애인이 평소에 긍정적인 표현을 들으며 자신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던짐은 물론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알고 사람 마음을 이해해 어린아이 취급 안 받고 타인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자기옹호 지원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갖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자립을 준비하는 공동생활가정에서 발달장애인은 사회복지사나 지원자의 지시를 따르는 쪽으로의 교육에 치우쳐 있다거나 부모들이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을 과보호하고 있다는 말들도 접한다. 이런 말들을 접하면 발달장애인을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드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 일부의 폭력성을 가지고 발달장애인은 위험하니까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아예 위험한 행동 하지 못하게 시설에 가두어야 한다고 일반화시켜 발달장애인을 시설 수용하는 논리가 아직도 있다.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은 편견을 받고, 시설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취급과 통제를 받으며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말에 있었던 한국 피플퍼스트 출범 선언 및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요구 기자회견 때 당사자의 입에서 ‘발달장애인을 구타하거나 두들겨 패지 마라.’ ‘감옥 같은 생활시설에 발달장애인을 가두지 말라.’는 등의 요구가 나온 것이다. 출범을 선언한 당사자 조직인 한국 피플퍼스트와 앞으로 생기게 될 발달장애인 당사자단체 등에서 발달장애인을 어린아이로 취급하지 않고 성인으로 당당히 대하도록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많이 했으면 한다.

발달장애인을 성인으로 존중하지 않고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그렇게 되는 한 발달장애인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수직관계로 보며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영원한 사회적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발달장애인도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통제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능력도 발휘하고 싶다. 다만 장애특성으로 인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힘들게 배울 뿐이다.

발달장애인을 성인으로 존중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게하며, 발달장애인이 자기옹호 등의 지원이 필요할 때 제대로 지원하는 우리 사회 모습을 필자는 보고 싶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은 어린아이가 아니고 동등한 시민, 성인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 발달장애인도 당당해짐은 물론 모두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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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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