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새벽 1시 49분 경 부산 사상구 삼락동 인근에서 8살의 어린 뇌병변 2급 장애인 아들을 태운 아버지가 1톤 트럭을 몰다가 정차된 25톤 탑차를 들이받고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버지인 A씨는 외국인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고 살았지만 아내는 가출을 하고 말았다. A씨는 혼자 장애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어려움이 닥쳤다. 직장생활을 해야 하니 종일 아들을 돌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여동생 등에게 아들을 맡겨놓고 신세를 져야 했다.

장애자녀이기에 더욱 아들을 잘 보살피고 잘 키우고 싶었다. 더욱 많은 정성을 들이면 아들의 장애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고, 늘 아버지가 잘 못 해서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미안함도 있었다.

아들이 8살이 되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들을 직접 학교에 데려다 주고, 수업을 마치면 데리고 와야 했다. 그리고 아들이 아프면 직장을 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을 위해 필요하면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직접 식당과 같이 자영업을 하면 직원에게 맡겨놓고 아들을 돌볼 수가 있었지만, 그렇게 자영업을 하기에는 자본금도 없고, 수익이 보장되는 마땅한 일도 없었다.

먹고 살기는 해야 하기에 결국 공사판 일용직 일을 하게 되었다. 아들이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일을 그날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일용직밖에 없었다.

두 달 전 A씨는 형님으로부터 1톤 트럭을 물려받았다. 이 차를 이용해서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학교를 마치면 차에 실고 다녔다. 단 한 시간도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항상 아들과 같이 행동했다.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같이 있어야 안심이 되었고, 마땅히 부모로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남들은 장애인 자녀를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하니 힘들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일하는 행복이기도 했다.

늘 밤늦게 공사판 일을 마치고 거의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비록 영세민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늘 피곤한 생활이었지만 아들과 떨어질 수 없는 일이고, 아침 일찍 학교에 보내야 하기에 잠이 부족했지만 기꺼이 부모로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6일 사고 당일도 아들을 차에 싣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교통사고로 두 사람 모두 사망하자, 사람들은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기에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리고 운전은 위험한데 아들을 왜 앞좌석에 태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아들을 데리고 어디에 가는 중이었다면 뒷좌석에 태웠을 것이다. 장애인이기에 바로 옆에서 이야기도 해 주고, 돌보아 주어야 하기에 나란히 태웠을 것이다. 아들에게 안전벨트를 하기에는 장애가 있는 몸이 더욱 불편했을 것이다.

안전벨트를 하니 벨트가 얼굴에 닿아 너무나 불편했을 것이다. 어린이용 안전시트를 사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빠듯한 살림에 곧 돈을 모아 사겠노라고 생각하며 차일피일 미루었을 것이다. 시트 하나 사는 것도 영세민으로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A씨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차에 타고 있으면 이동 중이었을 것이지만 이들은 운전 중이 아니라 차 안의 생활이 일상생활이었고, 차 안이 늘 함께 하는 가정과 같은 공간이었다. 아들이 돌발행동을 할 경우 도와주어야 하니 몸이 자유로워야 하고, 그래서 A씨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이 졸음운전이거나 전방 주의 미비라고 짐작한다. 혹자는 살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사고를 통한 자살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상상할 수도 있겠으나, 이제 낡은 차이지만 차도 생겼고,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 중이었으니 자살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종일 공사판 일을 했으니 졸음이 올 수도 있다. 시간적으로도 새벽이었다. 그리고 사상구는 공장지대로 25톤 트럭 역시 어두운 공장 옆에 세워둔 것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

크게 다친 아들이 결국 사망한 것이 혼자서 세상을 살 수 없어 아버지를 따라간 것이 아니냐고 울먹이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세상에 아들을 두고 저세상으로 혼자서 차마 갈 수 없어 아버지가 데려간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말하는 이도 있다.

세상에 장애인가족은 아들을 홀로 세상에 두고 눈을 감을 수 없을 만큼 세상은 사각지대이고, 양육의 책임은 오로지 가족에게 있다.

장애인가족은 상당수가 자영업을 하거나 일용직 일을 한다. 이는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것에 직장조차도 사치이기 때문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은 아이를 돌보는 것에 전념하는 것을 맡고 있다. 그러니 경제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굶고 있을 수도 없다.

부산 사상구의 장애인 가족 교통사고를 보면, 장애인가족의 어려움과 한이 느껴지는 현실의 전형임을 알 수가 있다. 누구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고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장애인가족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려움을 나누고 복지 서비스를 주는 국가라고 하지만, 장애인가족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이러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은 최소한의 관심도 없다.

오로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세상을 해쳐나가고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장애인가족을 생각하면 이 사회는 너무나 야만적이다. 우리는 이러한 야만적 사회를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고 말한다. 장애인부모들의 집회에서 목 놓아 소리치는 외침에도 그러한 몸부림이 서려 있다.

우리는 인간은 존엄하며 귀한 존재라면서 주어진 어려움에 온 힘을 다해 버티다가 결국 무너져버리는 이러한 장애인가족에 대해 생명은 귀한 존재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가족이 기본권을 유지하도록 우리는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부산 사상구 장애인가족의 교통사고 사망사건은 이러한 열약한 사각지대 장애인가족의 어려움을 사회에 알려준 사건이다.

그러나 안타깝다는 생각만 할 뿐, 정치인이나 행정가나 그 원인이나 가족의 어려움이 무엇이었는지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 있으며, 책임감에 몸서리치게 고민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그 죽음에 대해 이러한 반성이 없는 한 그 죽음은 정말 허무한 죽음인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생을 버티다가 무너져야 하는지 국가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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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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