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 레일을 이용한 피난기구(러시아). ⓒ서인환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이 1월 26일 개정되어 대통령령에 의하여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피난설비를 설치, 유지관리 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시행령에서는 노유자시설을 대상으로 2층 이하 시설이라도 장애인 피난설비를 갖추도록 입법 예고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노유자시설 외에 공공건물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은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할 예정이나 기존건축물에는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시설물은 품질인증을 받으면 법의 적용을 받아 의무시설이 될 수 있는데, 현재 품질인증을 받은 장애인 피난설비는 전무한 상태다.

코닥트는 자동차 관련 업체로 자동차용 리프트에 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닥트는 완강기 화재피난 설비업체와 손을 잡고 리프트와 완강기를 조합한 장애인용 피난기구를 개발하고자 모색 중이다.

피난은 화재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출입구를 이용하지 않고 대피해야 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 재난도 있고, 외부 범죄자의 침입 등 다양한 경우가 있다.

러시아, 미국 등에서는 개인 가정에 천정에 레일을 설치하여 로프를 걸어 놓고 휠체어를 고정시켜 리모컨으로 휠체어를 들어서 창밖으로 나가게 하는 방법을 장애인 주택에 보급하고 있다.

천정 레일을 이용한 피난기구(미국). ⓒ서인환

장애인의 화재 피난이 필요한 경우는 고층건물이나 공공건물만이 아니므로, 단층이라 하더라도 비상용으로 필요할 것이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창문을 넘을 수 없기에 로프를 이용하여 수직으로 올라간 다음, 레일을 따라 이동하고 다시 하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코닥트는 이를 작동함에 있어 리모컨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한국 건축 사정상 천정에 로프를 설치하거나 레일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추락방지를 위한 창틀의 턱을 넘기 위해서는 리프트를 이용하고, 하강에는 완강기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다. 고층에서는 러시아나 미국식은 사용하기 어렵다.

탈출에 있어 스스로 슬링을 입을 수 없는 경우에는 타인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로프에 연결된 슬링을 몸에 감아 안전하게 자세를 유지하여 탈출하게 하고자 한다. 이때에 현재로서는 휠체어는 두고 탈출을 하게 된다.

슬링을 몸에 감을 때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복잡해서는 안 된다. 옷을 입듯이 간단하게 몸과 로프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안전해야 한다. 그리고 무게를 견딜 수 있다면 앞으로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탈출을 하도록 개발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장애인용 완강기는 충전용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를 견디는 대에 한계를 가질 수 있으나,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의 무게를 견디게 한다면 휠체어를 타고 탈출을 하게 할 수 있다.

고층의 경우 휠체어를 타고 탈출하는 것이 벽에 부딪히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작동되는 완강기의 속도와 충돌방지의 방안이 마련되면 기술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 기술은 비장애인의 안전한 전기식 완강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

장애인이 이용하는 실마다 설치하는 경우, 공공건물은 매우 많은 장치가 설치되어야 하므로, 재사용이 가능하면서 한 층에 하나를 설치하여 그 장소로 이동하여 사용하도록 한다면 비용은 절약될 수 있다.

보통 숙박시설들에 있는 로프을 이용한 수동식 탈출 방법은 매우 위험하여 비장애인도 사실 이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슬링을 이용해 추락을 방지하고 전기식 완강기로서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그리고 사용법이 간편하다면 장애인에게 적용이 가능해 보인다.

코닥트사가 1차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장애인 피난기구. ⓒ서인환

코닥트는 이 기술의 개발을 위해 정부 R&D 지원사업에 문을 두드렸으나 심사위원들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심사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법적으로 장애인의 피난설비를 설치하도록 법으로 정한 이상 정부는 장애인의 피난설비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법적으로 의무사항인 만큼 경제성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

더구나 가장 탈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생명이 달린 문제를 경제성을 이유로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응용기술의 창조적 적용의 새로운 시장을 막는 일이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안전지대를 설정하여 장애인을 대기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안전지대는 연기로 가득차거나 건물 주위를 독가스나 연기가 포위할 경우 대책이 전혀 되지 못한다. 장애인이기에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스스로 탈출을 할 방안을 연구하고,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지 충분한 실험과 검증을 거치도록 하면 개발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고, 이 기술은 피난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나 물건 이동장치로서 적용 가능한 원천기술이 될 것이다.

국내에 이러한 제품 개발이 되지 않아 외국의 수입품을 고가로 사용해야 하고, 장애인 개인이 자기 집에만 스스로 자부담하여 설치하게 한다면 참으로 국가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다. 일반 중소기업 기술개발비 지원이 아니라 국민안전처는 장애인 피난설비 개발 R&D를 별도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여야 한다.

사드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에 필요하다면 장애인은 장애인용 피난설비가 필요하다. 피난설비는 재난에서 골든타임 내에 장애인을 자력으로 대피하게 하여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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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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