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 글을 읽은 분들이 어떤 경로, 어떤 검색으로 들어오는지 우연히 보다가,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심정' 이라는 제목의 검색으로 읽혀진 것을 알았다. 바로 앞전에 쓴 '삭발식'에 대한 글이 위의 검색으로 찾아지는 것을 알고 조금 놀라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 같은 제목으로 글을 적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심정' 은 당사자인 엄마도 힘들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도 어떻게 감히 상상도 못하고 어찌하지도 못할 심경일 것이다. 사실, 무어라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보는 이들도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수없이 많은 '아이' 의 인생에 펼쳐진 어려움이고 같이 헤쳐나아가야 하는 어머니의 앞에 놓인 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길은 참 험하고 힘든 길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의 언어나 이 세상의 무엇으로도 그 답을 찾을 수 없는 일이며, 살아오며 세상의 잣대로 생각해왔던 그 이상으로 깊이 고민해야하기에, 그 동안의 삶에서 생각했던 깊이와 방향과는 비교할 수 없이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내적 성장은 물론, 외적으로는 아이가 어릴 때엔 내 아이만 바라보고 있다가도, 좀 더 크면 우리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차별받고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의 어머니가 되어 대변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일반 사람은 평생 맞닿지 못할 지도 모르는 귀한 경험이 온전히 나의 몫이 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들마다,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초보 엄마들께 조언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다르시겠지만, 내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것, 드리고 싶은 당부 몇 가지는 이렇다.

가장 먼저, 아이를 더 사랑해주고 그 사랑을 다소 과하게 자주 표현해준다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은 많은 부분에 있어 일반 아이들과는 다르고, 그 때문에 마땅히 더 받아야할 부모와 가족들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반아이들보다 많이 느리고 보여지는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아이의 정서까지 자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분야에선 더 발달된 부분도 많다.

흔히, 우리 아이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어떤 부분에선 그 말도 맞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타인의 마음을 더 본능적으로 잘 알아차린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보다 더 잘 느낀다. 표현이 적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대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발전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이렇게 느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대할 때는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생명의 신비에 감동하며, 표현에 있어서는 좀 더 과장된 애교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아이 키우는 일은 참 어렵다. 모성애는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도 어머니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은 일반아이를 키우든 장애아이를 키우든 누구에게나 다 힘든 과정인데, 우리 아이들은 더 특별하다. 더 덜 표현하지만, 더 잘 느낄 수 있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담뿍 애정표현을 해주면 좋겠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자신 또한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우 어릴 때, 아직 많이 어렸던 나 역시 많이 후회되는 일이라 특별히 더 당부드리고 싶다. '아이에게 죄를 짓지 않는 부모는 없다' 는 말을 떠올리며 나를 용서하려 노력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안한 순간들은 마음에 남는다. 아이를 키우며 후회되는 상황이야 부모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좀 더 노력하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해보면 그런 상황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두번째로 드리고 싶은 조언은, 2010년 TED 강연, 브레네 브라운 의 <취약점의 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우리가 아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리죠. 부모들은 아이를 손에 들고 '이 애기는 완벽한 아이야. 그러니까 좀 더 크면 테니스팀에 들어가게 하고 예일대에 보내야지.' 라고 다짐하죠. 하지만, 이 대신 '너는 불완전하고 애쓰며 살아가도록 태어났지만, 너는 사랑을 받고 소속될 가치가 있다.' 라고 말하는거죠. 그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로 구성된 사회는 아마 현재 우리 사회에 있는 문제들이 없을 겁니다" 이 연사는 심리학자인데, 그녀가 강연한 20여분의 두 강연은 TED 최고의 명 강연 중 하나가 되었다.

나 또한 일반적인 보통의 엄마라서, 우리 상우가 백일이 되기도 전에, 우리집엔 아가월드 몬테소리 영어테이프 부터, 초등학생이나 읽을만한 수학,과학동화책을 전집으로 사놓아 거실 한 면이 꽉꽉 채워지고 있었고, 일반적인 엄마들이 꾸는 꿈을 나 혼자 열심히 키워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이쁨에 취해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느리다는 것도 매우 늦게 알게 되었고, 알게 된 이후에도 믿으려하지 않았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발달진행을 수치로 표현한 검사지를 보면서도 우리 아들이 곧잘하는 여러 상황들을 비디오로 찍어가 의사를 설득하며 검사결과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참 말하기도 했다.

이제는 참 오래 전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일들. 이런 일들을 요즘 젊은 엄마들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심정 또한 많이 착잡하다. 나에게 대화를 걸어 물어오는 엄마, 얼마전 2호선 지하철 나와 상우의 옆자리 앉아 다섯살 이란성 쌍동이 중 한 아이의 말문이 안 터져 걱정되고, 많이 힘들다고 말하던 엄마, 또, 이 글을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심정' 이라며 검색해보는 엄마..

사실, 우리는 그다지 완벽하게 태어나지도 완벽한 모습으로 살고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은 정말 두렵고 싫은 일이다. TED강연에서 연사는 우리 모두에게 말한다. 나 자신의 취약점, 못난 점을 드러냄으로서 더 당당하고 자신감있어지고 친절해지고 남을 배려할 수 있다고. 나의 약점과 상처를 감추고, 내가 상처받은 것을 나 스스로도 잊기 위해 감정을 마비시키는 가운데, 우리는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고. 내가 강하고 힘이 더 세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들에게 과시하는 것, 그것을 위해 애써 외면하며 감추고 싶어하는 내면의 두려움과 약점이 우리를 더 큰 두려움과 공포에 빠지게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취약점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아이와 함께 다닐 때, 사람들이 묻는다. 몇 살인지, 몇 학년인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어디에 사는지. 말 못하는 아이가 스스로를 속상해 할까봐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하려 하기도 하고 일부러 나서서 대신 먼저 대답해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아이들이 말문이 쉽게 트이는 것과 달리 우리 아이들은 아무리 많이 가르치고 배우고 노력해도 말 한 마디 하기가 참 어렵게 태어났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창피해하고 그 때문에 힘들어지는 엄마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아이가 더 잘 알고 느낀다. 깊이 슬퍼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말을 잘 하든지, 잘 못하든지, 사회성이 좋던지 나쁘던지, 영어를 하든지 못하던지, 구구단을 외우던지 못 외우던지 나에겐 언제나 귀엽고 자랑스러운 나의 아이이다. 그리고 이 소중한 마음을 주변 사람들이 알게 하고,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 아이가 알게 하고, 나는 조금 못하는 것들이 많아도,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무슨 불행이 닥쳐올지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고맙게 생각하고, 나는 충분하고, 너 또한 충분하다 고 알려주는 것. 그것이 엄마의 용기 라고 생각한다.

약점을 드러내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없는 스위치들은 과감히 꺼둘 용기도 갖게 될 것이다. 때로는 슬픔에 침잠하는 날이 올지라도, 절대로 그 슬픔에 잠식되지도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엄마, 똑같이 있는 그대로의 내 아이를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래어본다.

이제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어머니께, 나는 이 두 가지를 꼭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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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맘이자 새로운 세계, 장애아동을 키우는 삶에 들어선지 10년째다. 아들이 네 살 때 발달장애인 것을 인지하고 1년 휴직하며 아이 교육에 힘쓰는 한편 아이의 장애등록에 따른 고심과 장애를 받아들이는 일 등으로 마음을 추스르며, 장애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닌 오래 가는 “길 장(長), 사랑 애(愛)” 임을 깨닫게 된다.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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