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용 무동력 피난승강기 ‘내리고’를 설치하고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서인환

한국안전감시단 주관으로 대피훈련 현장체험이 지난 7월 29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동천U타워에서 실시됐다.

아세아방제에서 고층용 피난승강기 ‘내리고’를 개발하여 시범 운영을 공개적으로 한 행사였다.

현행 소방법에서는 11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 대한 소방 설비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아마도 고층에서의 소방시설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일 게다.

‘내리고’는 28층의 건물에서 3층까지 내려오는 데 5분이 걸리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5분은 골드타임을 고려한 시험이었다.

‘내리고’는 무동력으로 발판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아래층으로 발판이 내려간다. 한 층을 내려가는 데에 불과 1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피자가 발판에서 내리면 자동으로 스프링처럼 다시 위로 올라간다.

발판은 바닥에 위치하고 발판이 아래로 내려가면 아래층 바닥에 닿는다. 내려갈 때에 안전을 위하여 기둥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안전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다시 바로 옆의 발판으로 갈아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된다. 일종의 지그재그식으로 발판이 층별로 설치되어 있고, 한 층씩 갈아타면서 내려가게 된다.

아동이 이용하기에도 위험하지 않으며, 보호자와 같이 이용할 수도 있다. 과거 층별로 지그재그식으로 사다리를 만들어 아래층으로 탈출하게 하던 방식에서 노약자도 이용 가능하도록 무동력으로 속도를 내어 이동이 가능하게 해 준다.

무동력 피난승강기가 설치된 부분에 화재가 나면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물론 그러하다. 고층에서 화재가 일어난 층을 통과해야 하기에 모든 경우와 모든 사람을 대피시켜 주지는 못할 수도 있다.

갑자기 화재가 발생하면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해야 하므로 침착하게 한 사람씩 차례차례 이용해야 하는 점에서도 다른 방향에도 설치하여 탈출구를 여럿 만들면 더 좋겠지만 전혀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피난설비가 있다는 것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화재 시 80%가 연기로 희생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속하게 대피하기에 편리해 보인다.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 공급이 끊어질 수도 있어 무동력이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발판이 아래로 내려간 상태에서 화재를 피하고자 당황하여 무리하게 뚫어진 구멍으로 몸을 내던지거나 어두움 속에서 발판이 내려가서 생긴 구멍에 빠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가정해 보면, 이는 교육과 비상등을 주위에 설치하여 조명을 설치하는 등 안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승강기 버튼을 눌러 작동하거나 실수로 버튼을 건드려 아래층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생길 수 있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제기하는 문제에 대하여 갑자기 추락하듯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심각한 추락 사고는 일어나지 않으며, 실족 사고는 경고문구나 화재 시에만 사용하도록 추가적 장치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리고’는 노약자를 위하여 설계하였는데, 어린이나 노인들이 사다리나 계단으로 탈출하기 어려운데,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탈출할 수 있어 노약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이용이 가능한가라는 문제에는 발판의 크기가 부족하고, 발판 앞부분에 두 개의 손잡이 기둥이 있어 휠체어는 탑승이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 발판은 바닥으로부터 턱이 생기므로 휠체어 이용은 불가능할 것이다.

휠체어 이용자도 가능하게 하려면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발판의 크기를 확장하고, 안전 가이드를 두고, 아래로 내려 왔을 때에 바닥과 같은 높이가 되도록 도착되는 층의 바닥을 낮추면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

엘리베이터가 장애인도 이용 가능하듯이 피난승강기도 장애인이 이용 가능하도록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약자를 고려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거나 평소의 안전사고나 실수로 버튼을 누르는 등의 문제만 보완한다면 좋겠다.

휠체어의 경우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바로 옆의 발판으로 갈아탈 경우 접근 가능한 유효폭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도 연구가 필요하다.

새로이 개발된 피난승강기가 법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만 추진되고 장애인은 또 이용이 가능하지 않도록 배제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 승강기는 건축 설계 시에 고려하여 설비를 갖추어야 하므로, 기존 건물에 설치를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고층에서의 피난대책으로는 현재 유일하다는 점에서 적극 설치가 권장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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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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