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경기도협회의 한 지회에서 회원들이 지회장을 형사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회원 32명은 자신들이 한 정당에 가입하여 진성당원으로 당비도 내며 당원으로서 활동을 하여 왔는데, 농아인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회장이 사퇴를 하였다. 사퇴 사유로서는 회계 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700여만원의 비자금을 형성하였다는 것이 사실인가는 차후의 문제로 보더라도 일단 문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지회장을 계속 맡을 수는 없어서 사퇴를 하였고, 경기도협회에서는 지회장 대행을 파견하였다. 대행 기간은 사건을 수습할 시간이 3개월 정도면 될 것으로 여겨 3개월의 대행으로 하였다.

3개월의 기간이 지나도 대행을 맡은 지회장은 새로운 지회장을 선출하지 않고 그대로 회장직을 수행하였다. 대행을 맡은 회장이 지역 주민이 아니어서 계속 지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회원들 간에 불만이 생겼다.

지회장이 결원이 될 경우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선거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관에 규정이 있는 것을 내세워 계속 지회장직을 보고 있다.

내년도에 경기도협회장 선거가 있는 시점에서 지회장을 계속하는 입장도, 그만 두어야 한다고 반발하는 회원 입장에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협회의 자기세력화에 지회장을 계속 수행하느냐, 새로이 선출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지회장은 선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이 심각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대행을 맡은 지회장이 사무국장을 시켜 32명의 회원이 A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당사무실에 전화를 하여 전원 탈퇴를 하게 하였다.

회원들은 정당 활동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치참여권인데, 왜 협회에서 개인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탈퇴를 시켰느냐고 크게 발발하여 그 중 8명이 형사고발을 하게 되었다.

대행 지회장이 일을 맡고 나서 수화통역센터장도 동반 사퇴를 하였는데, 이 역시 회원들과 연결고리를 끊어 협회를 장악하려는 지회장의 욕심이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과 센터장 역시 협회의 살림살이에 대해 회원이 알권리를 주장하며 공개를 요구했을 때에 이사가 아닌데 왜 알려고 하느냐며 공개를 거부한 사람이라며 회원과의 유대관계가 돈독하여 사퇴하게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정당에서는 왜 당원의 집단탈퇴를 전화 한 통으로 처리했느냐는 회원들의 항의에 대하여 농인들이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여 협회를 믿고 탈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역 회원들은 지회장 대행이 늘 장애인의 인권을 주장한 사람인데, 지역 사람도 아니면서 대행 기간이 지났음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회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회장이 선호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이유로 집단탈당을 시킨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고, 정치참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문서로 탈퇴를 시켰다면 공문서 위조와 행사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문서로 탈퇴를 시킨 것이 아니라 전화로 탈퇴를 시킨 것이므로 사문서나 공문서 위조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기에 소통이 어려워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이 오히려 문서를 위조한 효과를 내게 한 것이다.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정당에서 탈퇴를 시킨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것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탈퇴라는 절차를 대리 행사한 것은 사기가 아니냐고도 주장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많은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장애인단체 지도자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회원의 정치적 성향이 결정되거나 정치권에서 지도자의 역량과시를 위해 회원들이 동원되고 이용된다는 점이 그 첫째 문제이다. 여야가 서로 갈등하는 것이 장애인단체 내에서도 그대로 복사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두 번째는 장애인단체에서 항상 선거와 맞물려 서로 비난하는 과정이나 세력유지나 확장이라는 점에서 인권의 문제가 무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의 후유증도 너무 심하고 법적 다툼으로 소진한 에너지도 큰 병패다.

세 번째로 농아인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대리행사가 갖는 문제점이다. 대리는 나름 편의를 제공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나, 잘못 사용되면 오히려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자기결정권은 철저히 무시된다.

협회가 회원 정보를 이용하여 정치활동에 간섭을 했다는 것은 장애인의 참정권을 침해한 것이고, 장애인의 선거권과 더불어 새로운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회원들이 협회 사무실을 찾아와 거세게 항의하는 것이 회원으로서의 권리인가, 아니면 업무를 방해한 행위인가도 문제이다. 지도자와 회원의 갈등 과정에서 지도자 자신도 항의방문은 많이 해 본 경험을 가진 인권운동가라면서 회원의 항의에 대해 업무방해라고 신고를 하여 경찰력을 동원해 회원들과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태도이다.

이와 유사한 문제는 제주도의 한 장애인단체에서도 보여준 갈등이었다. 그렇지만 회원이 협회의 소유물도 아닌데, 협회의 자리를 두고 갈등으로 다투는 모습은 매우 볼성사나운 일이다.

특히 회원들의 활동을 협회가 결정해버린 것은 장애인의 개인적 권리를 존중해 주지 못한 것이다. 특히 협회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회원들을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용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회원 간의 갈등에 누구의 편을 들 생각은 없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외부인과 지역 회원 간의 갈등에는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회원들이 주장하는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받은 사실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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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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