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점자도서관 전경. ⓒ서인환

대구대학교는 1958년 출판부로 출범, 1974년부터 맹학교 교과서를 제작해 왔다. 그리고 1980년 최규하 대통령서리께 청원하여 점자도서관 건립비를 지원받았고, 1981년 개관식에는 이순자 영부인이 참석하였다. 대학 진입로조차 변변찮았던 당시 영부인의 참석으로 인하여 진입로가 포장되었다.

대구대학교에서 점자 교과서를 전국에 보급하기 전에는 서울맹학교에서 직접 제작을 하였는데, 대구대학교 출신들이 국립특수교육원이나 교육부에 포진하면서 제작에 있어 전문적 능력도 부족하면서 사업권을 가져갔다고 교육현장의 인사들은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교과서 전문 제작기관으로 자리를 잡은 지 30년이 된 지금은 대구대학교에서 교과서 제작을 스스로 포기했다.

대구대학교 점자도서관은 맹학교의 전 교과서를 제작하여 전국 맹학교에 보급하는 일을 43년째 해 왔다. 대구대학교 성장에 점자도서관은 많은 역할을 했다. 한국사회복지대학에서, 한사대학으로, 다시 대구대학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누구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과서를 유일하게 제작하는 대학이라며, 대학 후원자들의 방문시에 꼭 둘러보는 전시 코스이기도 했다.

학교법인 설립 초기 세계맹인연합회에서 3만원의 돈을 빌려 맹학교 교실 두 동을 지어 출발한 대구대학교는 미국 평화봉사단 등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149만평이라는 국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대학이 되었다.

몇 년 전부터 대구대학교에서는 음성도서를 제작하던 2층의 공간을 도서관이 아닌 발달장애인의 유료시설로 운영하였다. 그리고 점자교과서 제작은 수익이 적고 적자를 낸다는 이유로 이 사업을 정리하여야 한다는 검토가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7월 18일 마감의 국립특수교육원 발주의 3년간의 점자교과서 제작 사업비 43억4천만원짜리 입찰공고가 있었다. 이러한 입찰을 앞두고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 교육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점역 교과서 제작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교과서를 제작하는 데에 3개월이나 걸리고 이로 인해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교과서 보급의 시기가 늦으며, EBS 수능교재 역시 오타가 많고 제작이 늦다는 지적이었다. 입찰공고 기간에 한 이러한 지적은 대구대학교가 입찰에서 불리하도록 하기 위한 표적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교과서는 점자원판을 만들고, 교정을 보고, 인쇄하고, 제본하는 과정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공정이며, 교과서 한 권이 점자책으로 번역되면 4권 내지 8권으로 부피가 늘어나는데, 앞부분은 먼저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보급하고, 뒷부분은 아직 진도가 나가지 않은 관계로 조금 늦게 보급하고 있어 수업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며, 오탈자는 점자기호가 수학, 과학, 음악 등 난이도가 높은 부호문자로서 오탈자가 상당히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오탈자를 줄이지 못한 것은 잘못이나 일반 교재 역시 오탈자는 많다는 점에서 사업을 포기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교과서는 파일 텍스트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점자로 제작하지만 EBS 교재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점자로 번역하기에 오탈자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혹자들은 대구대학교가 장애아교육이라는 특성화로 성장을 해 놓고, 이제 적자 운운하면서 이러한 의미 있는 사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점자도서관을 폐관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구대학교는 교과서 제작의 입찰에만 응하지 않아 정리했을 뿐, 도서관을 폐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사업이 축소될 수는 있으나 EBS 교재 점역 등 다른 사업은 유지한다고 한다.

점역을 위한 특수 컴퓨터나 인쇄기, 제본기 등 정부나 외부 후원으로 받은 장비가 엄청나서 이것이 도서관을 폐관하면서 고물로 매각하여 대학의 자산이 된다면 이는 부도덕한 일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해 대학에서는 장비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도서관의 일부 공간을 발달장애인을 위한 고가의 유료 시설로 이용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이 사업을 확대하여 용도가 다른 시설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며, 대구대학교가 결국 상업적으로 장애인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입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구대학교가 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기관에서 아직 장비도 부족함에도 입찰 금액에 일을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 대구대학교가 적자가 생긴다는 것은 점자교과서 제작의 전문지식과 무관한 임금 수준이 높은 퇴직 예정자들의 낙하산 발령지이기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학의 의무와 역할이라며 자랑으로 여기던 사업이 종료되고, 대학에서는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명분을 갖고자 하는 마당에 울던 사람 뺨때리듯 국회에서 문제점을 지적받고, 다른 시각장애인 기관에서 이 사업을 하게 되는 것은 대구대학교나 시각장애인들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국회 지적은 계산되고 의도된 것으로 오해받기가 쉽다.

한 시각장애인은 대구대학교에서 교과서 제작사업을 숙명으로 자랑하면서 가져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입양된 사람이 파행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도서관의 건립목적은 살려야 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 없이 포기하는 것은 부도덕한 배신이라고 했다.

내년도에 EBS가 대구대학교에 일을 맡긴다는 보장도 없다. 입찰을 하게 되면 교과서를 제작하는 기관이라는 이점이 사라질 것이고, 교과서를 제작하게 된 새 기관은 이 일도 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럼 대구대학교는 일이 없는데 계속 운영하겠느냐는 주장은 상당히 이유 있어 보인다.

어쨌든 16명의 직원으로 성장한 국내 최대의 점자 출판기관이 위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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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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