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ing up Family 가족캠프 참여 후기. ⓒ은진슬

얼마 전 우리 가족은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혼여성시각장애인의 건강한 가족성장을 위한 정서지원프로그램인 ‘Jumping up Family2’의 일환으로 진행된 가족캠프에 참여하였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가족캠프에 대해 썩 좋은 경험과 인상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복지제공기관의 특성상, 대부분의 가족캠프가 서비스 제공자 중심적인 기획, 타이트한 일정과 지나치게 많은 프로그램 구성 등으로 인해 정신없이 진행되다 보니, 가족과 함께 휴식과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 온 여행이 마치 중, 고등학생이 되어 교사들에게 인솔당하며 다니는 수학여행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리는 것이 개인적으로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가족은 복지단체에서 주관하는 가족캠프에는 잘 참여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의 경우, 우리 가족이 작년부터 벌써 두 번째 참여해 오고 있는 걸 보면, 그만큼 만족감이 높았던 보기 드문 캠프였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Jumping up family 캠프 경험을 토대로 장애부모들에게 있어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가족캠프프로그램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까칠한(?)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어떤 점들이 만족스러웠으며, 앞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었으면 좋을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2016년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실시한 "Jumping up Family 2 " 가족캠프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다른 칼럼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우리 가족은 정말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니며 논다.

약 4주 정도는 미리 주말 일정이 다 짜여 있는 스타일이다. 주위의 같은 장애를 가진 가족들은 물론이려니와, 비장애인 부모들과 비교해도 더 나가면 더 나갔지, 결코 엄마 아빠의 장애 때문에 못 나가고 덜 나가 노는 집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이와 놀기 위해서 저시력인 우리 부부는 밤마다 치열한 뻘짓(?)을 해야 한다. 비장애인 부모들이라면 즉흥적으로 대처해도 되는 많은 일들을 우리는 시각적 제한성으로 인해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인터넷을 통해 가상투어 수준으로 꼼꼼히 조사하며, 수많은 블로그를 보고 로드뷰도 거의 통째로 머리에 담아 둔다.

보지 못하니 머리에 시각적으로 즉시습득이 불가능한 정보들을 미리 담아 두어 아이와의 나들이에서 우리의 장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사전에 대비해 두는 것이다. 물 위에 떠 있기 위한 백조의 보이지 않는 처절한 발버둥이라고나 할까?

아직 어린 이응이는 이런 면을 알 수 없기에 마냥 즐겁고, 아이가 즐거우니 우리도 보람차고 즐겁게 나들이를 다녀오지만, 집에 돌아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이지 녹다운, 녹초상태가 되기 일쑤다.

그런데, 복지관에서 기획하는 캠프에 참여하면 이러한 뻘짓(?)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모든 긴장의 끈을 다 내려놓고 오롯이 아이와 함께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것이 대부분의 시각장애부모들에게 있어 가족캠프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기차나 고속버스, 비행기 등의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여행지의 경우, 운전이 불가능한 시각장애부모들의 특성상 아이와 함께 가기가 어려운데, 복지관 등의 단체캠프를 활용하면 편하게 이런 여행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크나 큰 매력일 것이다.

이번 Jumping up family 캠프 여행지는 대부도였는데, 올 초부터 이응이에게 갯벌체험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 눈여겨보아 두었던 곳이었으나, 차량 없이는 가기가 힘들어 못 가고 있던 여행지였던 터라 더욱 더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평소에는 놀러가도 고기 굽기가 힘들어 바비큐를 해먹기 어려운데, 야외 바비큐까지 즐길 수 있었던 캠프였다.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이번 캠프는 1박 2일로 대부도 갯벌체험을 테마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여느 가족여행과 다르지 않게 바닷가에서 네 시간 동안 자유롭게 실컷 해수욕도 즐기고, 형아들과 모래로 대운하도 건설하고, 갯벌에서 게도 잡으며 너무도 즐겁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해수욕 중에 먹으면 더 없는 꿀맛인 수박과 컵라면에 커피까지, 복지관 측의 센스 있는 간식 준비로 우리는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하며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되었다. 신나게 놀고 샤워를 마치고 나니, 맛있는 바비큐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이 바비큐가 가능한 펜션에 묵어도 저시력인 우리 부부가 아이 챙기면서 고기 굽기가 힘들어서 잘 해 먹지 않는 바비큐인데, 이 날은 너무도 편하고 맛있는 야외 바비큐를 즐기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자유롭게 아이들과 놀다가 밤 9시가 되자, 아빠들이 아이들을 재우도록 하고는, 팀장님과 과장님께서 육아에 지친 엄마들만 따로 모아 조촐한 맥주 파티를 열어 주셨다.

역시, ‘엄마팀장님’, ‘엄마과장님’이었기에 가능한 센스 아니었나 싶다. 특히, 맥주를 마시며 일상적인 수다만 떤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내년 사업에는 어떤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을지,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각각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는지 등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보통, 복지관에서 프로그램 평가를 위한 요식행위에 가까운 설문지에 주관식으로 이런 걸 쓰라고 일방적인 채널만 가동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Jumping up family 프로그램의 경우, 항상 이런 식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열린 마음과 소통하려는 자세로 접근해 주시니 늘 만족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이튿날에는 아침을 먹고, 근처에 있는 시화조력문화관과 달전망대를 관람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특히, 시화조력문화관은, 아이들에게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는 조력이나 파력 등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체험 가능한 형태나 시뮬레이션 형태의 전시물들을 갖추어 놓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무척 만족스러운 ‘신의 한 수’ 코스였다.

갯벌체험을 테마로 대부도에서 그 어느때보다 우리가족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은진슬

짧게나마 캠프 일정을 언급해 보았다. 어떤가? 여느 가족들이 놀러 가서 지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케줄이다.

사실,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캠프에 가 보면, 몇 시에서 몇 시까지는 무슨 체험을 하고, 그 다음에는 가족들을 모두 모아 놓고 레크레이션 강사를 불러 왁자지껄 작위적이며 정신없는 시간을 갖는 등, 지나치게 타이트한 일정이 다반사이다.

이렇게 정해진 일정을 정신없이 따라 다니다 보면 지금 여기서 내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일쑤다. 또한, 가족과 함께 여유와 휴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부속품이 된 듯한 느낌, 여기저기 인솔당하며 다니면서 때때로는 부모로서의 위엄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도 썩 좋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주려 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가족이 중심이 되어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춘 Jumping up family 캠프의 여유 있는 프로그램 구성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음으로, 인공위성과 같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우리를 돕는 자원봉사 학생들의 태도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가족여행을 가면,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가족끼리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즐겁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시각장애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을 자주 받아야 하는 우리들이라고 해도 그런 마음이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니 어찌 보면 어쩔 수 없이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게 되는 게 장애인들의 현실인데, 그런 면을 잘 간파하고, 학생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담당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다가 도움이 필요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시에만 상황에 개입하여 돕도록 지도해 주신 과장님과 팀장님의 세련된 복지마인드 또한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엄마기준, 엄마마음으로 여행에 필요한 음식류에서 부터 다양한 물품들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챙겨 주신 점 역시 무척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무를 진행하는 과장님과 팀장님이 ‘엄마과장님’, ‘엄마팀장님’이다 보니, 아이들과 여행할 때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어떤 음식, 어떤 물품이 긴요한지 너무 잘 알고 계시다 보니 내 맘같이 너무나도 잘 준비가 되어 있어 너무나 편안한 일정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종 이런 캠프에 참여해 보면, 유아들을 위한 물티슈나 포크가 전혀 없거나, 유아들이 먹기에는 지나치게 매운 음식들로 식단이 짜여 있는 바람에 아이 반찬에 아이 용품만 한 가득 싸가지고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엄마과장님’, ‘엄마팀장님’은 이심전심이라고, 우리 마음을 잘 알고는 물티슈에 포크, 정신없이 노는 아이들을 위한 얼린 생수 한 박스까지, 그야말로 엄마들의 가려운 부분을 딱딱 알아서 긁어 주시니 더없이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지면을 빌어 이렇듯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프로그램의 기획에서 실무까지 여러 모로 애써주신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복지과 홍윤희 과장님과 가족문화지원팀 김은팀장님께 진심을 가득 담아 감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캠프에서 더운 날씨에 고기도 굽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 준 여러 학생 자원봉사자 및 사회복지실습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했던 모든 가족들의 가슴 속에 이번 여행은 달콤한 휴식으로, 즐거운 일상탈출로, 소중하고 멋진 추억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한창 더운 여름 휴가철이다. 많은 복지관들이 다양한 포맷의 가족캠프를 기획하여 한창 실행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모쪼록, 타 복지관들도 예산 제공기관 및 공급자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참여하는 가족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참여하는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들을 돕는 실무자 및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 역시 선행되기를 바래본다. 그리하여, 서비스 제공기관들도 보람 있고, 참여한 가족들도 즐거운 가족여행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다소 까칠한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쓰여진 이 칼럼이, 유사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단체나 실무자들에게 작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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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슬 칼럼리스트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7개월 만에 급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평생의 불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정도 피아노와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첫사랑은 대게 이루어지지 않듯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던 끝에 지금은 장애, 음악, 보조공학 등에 관련된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학교, 기업체 등에 찾아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역할도 하고 있지요. 가끔은 강의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한답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장애와 다름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나쁜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예민하고, 커피와 독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살 아이 엄마가 들려 드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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