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JTBC뉴스룸 프로그램의 앵커브리핑 코너에서 한 앵커가 ‘하면 된다? 그리고 되면 한다!’는 제목으로 앵커브리핑을 진행했다.

필자는 동영상으로 앵커브리핑을 시청했는데 공감이 많이 되고 좋았다. 브리핑을 들으면서 ‘하면 된다’는 구호 아래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외면한 채 개인의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앵커가 예를 들어가며 말한 부분이 사실에 근거했기에 나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또한 현재는 ‘되면 한다’의 시대이고 ‘되면 한다’는 ‘하면 된다’가 무시한 합리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앵커가 알기 쉽게 이야기한 점도 좋았다. 앵커브리핑 후반에는 ‘되면 한다’와 연관 지어 앵커가 ‘해도 안 되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좋은 사회를 만들고픈 앵커의 고민이 느껴진 것도 필자로선 공감을 하게 된 이유였다.

이후 앵커브리핑의 내용을 생각하다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현실이 떠올랐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다 보니 아무래도 그 부분에 저절로 관심이 가게 된다.

부모들은 대개는 자녀가 발달장애가 있음을 안 순간 절망하다 자신을 추스르고 신께 기도도 해보며, ‘아이에게 헌신·노력하면 아이의 장애는 고쳐지며 행복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여러 노력을 하며 자녀를 대한다.

물론 자녀의 모습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가 고쳐지지 않은 채 자녀가 성인기를 맞이하면 부모들은 또 절망하고, 성인기 때 발달장애인에게 소득,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국가적 지원이 미미한 암울한 현실까지 생각하며, ‘내가 죽어서도 내 자녀가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하고 걱정한다.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이 천박한 우리사회의 현실도 부모들은 온 몸으로 느끼고 인지하며 ‘우리 자녀가 다른 사람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무시당하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한다.

또한 발달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자녀를 부양하는 것이 많이 버거워, 부모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운 채 지쳐간다. 여기에 부양의무제까지 있어 자녀의 자립은 꿈도 꾸기 쉽지 않다. 이런 갑갑한 현실을 겪으며, 부모들은 자살하려는 충동을 느낀다.

이런 문제들은 진짜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가 ‘하면 된다’는 차원만으로는, 그러니까 단순히 부모가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를 포함한 장애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인식개선 노력,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장애인 개인의 욕구에 따라 소득, 서비스를 지원하는 노력 등을 통한 사회적 안전망을 국가가 만들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되면 한다’는 식으로, 그러니까 ‘국가가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면 우리, 그리고 자녀들은 행복해지는 노력을 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로 국가에 요구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요즘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자주 본다.

어디 이뿐이랴? 2달 전에 있었던 강남역 사건은 어떤가? 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이 사건에서 경찰은 남성이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으로 살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지었다. 얼마 후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이 있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발견할 시 정신병원을 거쳐 지자체에 신청해 행정입원 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했다.

사실 조현병은 가족 등 주위의 깊은 관심과 배려, 적절한 치료가 있을 때 회복 가능하며 생활 시 약간의 불편함만 있을 뿐이다. 조현병 환자는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도 나왔고 대검찰청 자료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장 발표는 정신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 필자로선 기분이 상당히 나쁘고 불안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팽배한 우리 사회 분위기로는 정신적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그러니까 ‘하면 된다’는 차원만으로는 해결이 가능하지 않음을 필자는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장애계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라고 경찰청장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이다. 그리고 여러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 ‘되면 한다’는 식으로, 그러니까 차별철폐 환경 등의 사회적 안전망을 국가가 만들어야 정신적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 아닌가?

5월 31일 경찰청 앞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의 강남역 살인사건 대책 발표에 대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관련단체가 경찰청장에게 입장철회 및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이외에도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항목 때문에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의료비 부담이 엄청난 현실 속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의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국민들을 우리는 본다.

그런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어도 의료비 때문에 인간다운 삶 영위가 쉽지 않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그래야 ‘되면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진짜로 할 것 아닌가?

이렇게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 등의 사례 외에도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는 측면의 ‘하면 된다!’만 가지고는 인간답고 안정된 삶을 살기 어려운 예는 우리 사회에서는 활동보조인 처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면 개인/단체가 노력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요구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임을 필자는 보게 된다. 이렇게 하면서 우리 사회는 정말로 합리성을 내포한 ‘되면 한다’의 시대에 와있다는 생각이 든다.

‘되면 한다!’의 시대에 와있는 우리 사회. 그 속에서 각 사회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목소리가 존중받길. 그리고 구성원들이 책임을 다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며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멋진 일을 만들어가길 필자는 바라고 또 바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