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이 없어 굶어 죽을 수도 있던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 시대에는 인력이 많이 드는 농경사회에서 머슴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머슴은 임금은 없어도 밥만 먹여 주어도 그 주인은 대단히 은혜로운 사람이었고, 주인을 위해 하인으로서 목숨도 아끼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적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아직까지도 장애인들에게는 봉건사회가 존재하고 있다. 봉건사회에서는 신분사회로서 하류계층은 무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을 시키지 말아야 하고, 무식하다는 것을 억압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지적장애인들은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왜 자신이 억압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약하고, 다른 일을 했을 때와 비교도 하지 않고 변화를 싫어하므로 신분제를 세뇌시키고 노동을 착취하는 대상이 되기 쉽다.

어쩌면 지적장애인들은 생산능력이 부족하고, 지적장애인에게 줄 직무가 없고, 단순한 작업은 부가가치가 낮으므로 하루 종일 일을 시키고도 용돈 수준도 되지 못하는 급여를 주어도 된다고 여기는 직업재활시설도 신분제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저임금을 주면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경쟁력이 생기므로 고용주는 되도록 낮은 임금의 노동력을 찾을 것이고, 그러한 사람을 찾다가 장애인을 발견하게 되고,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준다면서 사실은 3D업종이나 단순한 작업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나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거기다가 고용주는 복지라고 하면서 천사소리를 들으면서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적 장치까지 있으며, 직업시설에서는 비장애인 행정직은 국가에서 급여를 주고, 장애인들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이익이 남으면 분배해 주는 배당으로 지급하므로 수익창출에 경쟁력을 포기한 기업이 되어버린 복지시설이나 기업도 있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 고용에 기여한 사람과 장애인 노동을 착취한 사람이 동일인이 되어 판단을 선명하게 할 수 없는 혼란이 생긴다. 그러나 무임노동이라거나 강제노동, 최악의 환경과 비인간적 처우, 침식제공에서의 인권적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은 최소한 선명하게 가려낼 수 있다.

가장 최악의 장애인 노동현장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장애인고용을 신고하지 않으면서 고용한 기업이나 자영업, 침식을 제공하면서 보호수준으로 외부와 단절된 일터, 무연고자의 장애인으로 개인 연락처가 없는 일터, 농업, 임업, 축산업 등 1차 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일터, 자주 상처가 나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장애인근로시설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저임금 노동실태조사를 실시해서 정부는 장애인 인권침해를 찾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중심으로 인권실태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장애인 노동착취 사례로는 양봉노예사건이 있었다. 헛간에서 이불도 없이 자고, 개밥그릇과 같은 곳에 상한 음식을 주고, 월 10만원을 주기로 한 것도 지키지 않았다. 매일 무거운 드럼통을 나르는 일을 했고, 누더기 생활을 했다. 이 사건이 밝혀진 후 밀린 임금은 형이 받아갔고, 장애인은 현재 행방불명이다. 사건의 일터에 소개한 것은 부모였다.

전복양식장에서의 장애인 강제노동 사건은 무등록 직업소개소를 통해 장애인을 구했다. 장애인을 유인하여 노예처럼 소개비를 받고 팔아넘긴 것이다. 충북의 개사육장 사건의 경우는 장애인에게 물려줄 유산을 탐내어 친척이 팔아넘겼고, 고용주는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장애인을 다치게 하고는 보험금을 탔다. 장애인을 유인할 때에 했던 말은 ‘장애인도 돈을 벌어 효도를 해야 한다’는 희망과 격려였다.

지적장애인이 직업능력이 부족하여 일할 곳이 없으니 훈련과 실습이 필요하다면, 무노동을 시키면서 욕설과 폭행을 하고, 마치 임금을 준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만들어 고용장려금을 받아 챙기기도 한 기업도 있다. 이 정도면 거리에서 무연고자를 데려와 강제노동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채벌을 하다가 죽음까지 이르게 한 형제복지원 사건이 지금도 그대로 존재한다고 해도 될 것이다.

신안군 염전 노예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정부는 염전과 양식장 전국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92명의 임금체불자 중 24명의 장애인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조사 대상이 3만 8,532곳이었는데, 24명이 발견되어 모두 해결되는 듯하였으나,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무임노동이나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는 발견되고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일부는 다시 염전으로 돌아갔고, 일부는 연락이 두절되어 행방을 알 수 없다.

행방을 알 수 없어 체불된 임금을 돌려 줄 수도 없고, 그래서 사건은 종결 처리되고 말았다. 최소한 복지나 인권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지속적인 사회적 보호가 필요했고, 행방을 알 수 없어 더 이상 사건을 진행조차 하지 못하고 종결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들 장애인들은 노숙자들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었고, 직업소개소를 통해 팔려왔던 자들이었다.

어쩌면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던 고용주가 근로자가 아니라 자신이 불쌍해서 보호한 죄밖에 없다고 주장하다가,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 두려워 다른 곳으로 보내어 연락이 되지 않게 함으로써 피해자 조사를 불가능하게 한 결과일 수도 있다. 감금과 폭행을 일삼은 고용주들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정신장애인 강제입원시설을 폐쇄하자, 입원자 중 대다수가 폭행 당시의 악몽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적어도 인권차원에서라도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어야 했고,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사회이다. 문제가 발견되기 전에도 방임을 했고, 사건이 발견되고도 우리는 방임을 했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인권침해 근절대책은 방송용이 되어버린 것이다.

경찰의 2차 조사에서는 노예 370명 중 장애인이 49명 발견되었다고 하였다. 그 중 장애인시설에서 22명이 발견되었다.

낙도 양식장 인신매매 사건에서는 지적장애인에 과자를 사주겠다고 유인하여 섬으로 팔아넘긴 다음 임금도 대신 받아갔다. 여기에 팔린 지적장애인이 39명이었으니, 이들은 지적장애인 유인 전문가들인 셈이다. 이들은 노예각서를 대필하고, 6년간 강제노동을 시켰다.

6년 정도이면 지적장애인은 사회성이 퇴화되고, 겁을 먹고 눈치로 사는 법만 배웠을 것이다. 지적장애인이 평생교육을 받아도 보호가 필요한데, 이렇게 비인권적 환경에 노출되었으면 특별한 사회성숙과 전환진로 교육이 필요한데, 단지 노동청에 고발하고 가벼운 벌을 받게 하는 수준으로 면죄부를 주었다. 한 인생이 파괴된 6년간의 생활은 장애인의 일생을 망쳐버린 결과를 만들 것인데, 노동청은 다시 형사고발을 하고 노동법 위반으로 체불 임금의 10퍼센트를 벌금으로 내면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번 축사 지적장애인 무임금 사건의 경우에도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장애인을 소개받아 12년간이나 무임금 노동을 시켰음이 드러났다. 지적장애인은 자신이 일을 한다는 노동의 개념조차 없었을 것이고, 대가를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강압에 못 이겨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 재판 과정에서 폭행이나 강압은 은폐될 것이고, 장애인을 보호한 공로가 비싼 변호사에 의해 미화되어 오히려 정상참작이 되고, 노동을 시킨 것이 아니라 같이 산 것이라 말하며 자신이 원해서 일했을 뿐이라고 둘러댈 것이다. 지금은 무임금을 시인한 것 같으나 이것은 바로 주위의 조언에 의해 지적장애인은 노동이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돈의 개념도 없어 대가도 필요 없으며, 가족으로 살았다고 말을 바꿀 것이다. 가족에게는 대가가 없어도 된다고 말할 것이다.

장애인을 입양하되 가족으로 등재하지는 않고, 같이 살자며 복지수당을 편취하는 사건도 비일비재하고 임금착취도 여전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이 보도되면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고 흥분하여 욕을 하고는 금방 잊어버린다.

왜 장애인들은 이러한 인권에 취약한지, 어떻게 악용되는지의 패턴, 무노동시장에 유입되는 과정, 사후 보호와 교육과 노동의 지원, 가해자의 교묘한 빠져나가기에 대한 대응책 등 우리는 원천적 인권 안전망을 이제는 마련해야 한다. 구멍 난 그물로 물고기를 잡다가 ‘아, 놓쳤네’ 하면 문제를 해결하고 고기를 잡아야 하는데, 다시 그대로 물고기를 잡으려 하고 ‘아, 놓쳤네’만 계속 반복하는 한심한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놓고 나만 사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그만이라고 행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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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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