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의 이미지는 가족조차도 포기하고 버려진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을 사재까지 털어 봉사하는 사회적 최대의 성역이다.

이것을 부정하거나 그렇지 않은 시설도 있다거나, 고인 물은 썩는 것처럼 사업이 대대로 상속되면서 변질한 것이라고 고발하는 이들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대부분 시설관련 전문가 단체에서 제작한 매뉴얼 책자에 너무나 잘 나와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몇 년 간 시설들이 인권적 사각지대라는 공격을 받으면서 대응한 경험의 축적들은 이제 누구도 두렵지 않은 당당한 처세술로 발전했다.

먼저 시설에서 장애인을 폭행한 일들이 발생하면 문제가 커지기 전에 꼬리자르기를 한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시설의 측근이면 바로 사표를 내게 하고, 법인 내의 다른 시설에 신규로 고용한다.

사표를 내었으니 직원이 아니므로 처벌을 할 수 없고, 신규고용이므로 과거의 일로 처벌을 하지 못한다. 시설에 없어도 되는 소모품적 인간이면 법인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강력하게 자르면 된다.

폭행 등이 사법기관에 고발되기 전이면 아직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무죄추정주의로 방어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법적 판단을 주시하여 처리할 것이며, 추호도 은폐하거나 축소할 의사가 없다고 선포하며 사법기관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권단체에서는 증인을 찾고, 증거 사진을 찾으려 할 것이고, 물증이나 의혹이 나타나면 사법기관에 고발할 것이다. 시설에서는 증인이 될 만한 것을 없애고, 아무나 쉽게 만나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음해세력으로 몰고 간다. 사법기관에 조사가 이루어지면 장애인의 지적 능력 등 법적 증거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일관성이 없는 진술을 찾아 신뢰성을 흔들면 된다.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면 장애인 피해 이용자의 나쁜 버릇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강조하면서 교육적 차원의 불가피한 처벌이라고 호소한다. 죄가 인정되어 사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 예상되면 시설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최대한 형을 가볍게 받도록 노력한다.

무자비하거나 상처가 대단한 폭행이 아니면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에 처해질 것이므로 개인적 실수이거나 가벼운 문제였을 뿐이라며 그 동안 문제를 보도한 언론들에게 정정보도를 요구하여 명예를 회복한다.

노동착취가 문제가 될 경우도 있다. 직원의 가사도우미로 지적 장애인을 이용하거나 시설 운영에 지적 장애인을 무보수로 활용하거나 직업시설이나 농장 등에서 무보수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

노동은 대부분 고용계약을 한 것이 아니므로, 임금체불의 형사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인권단체의 조사가 실시되면 조사 직전에 얼마의 용돈을 주어 앞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지게 하면 말을 조심하게 되어 조사기관은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 장애인이라 직업능력이 없고, 그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훈련을 하는 중으로 장애인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 해명하고, 시설에서 노동착취를 했다는 등의 발언이 나오면 우리 시설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말라며 과장해서 화를 내면 된다.

일하는 장애인이 태만하면 폭행이나 폭언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동이 강제노동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일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잘못한 것에 대해서 채벌을 하면 이는 노동을 시킨 것이 아니라 일을 망친 것에 대한 처리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제노등으로 사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별로 없다. 임금을 정해 놓고 주지 않으면 위법한 것이 되므로, 시설 장애인에게는 임금을 정하지 않으면 된다. 일을 시키면서 비인간적 숙소나 식사 제공 등이 강제노동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일터가 아닌 거주시설 이용자에게 노동을 시키는 곳에서는 이러한 비인간적 처우는 아니므로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장애인복지법상 학대죄를 적용할 경우가 앞으로는 있을 수 있으나,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었다고 하고, 직업적 훈련으로 한 것이라고 하면 된다.

후원금은 후원회를 구성하여 일단 후원회를 통해 자금 관리를 하면 후원금은 시설에서 직접 관리한 것이 아니므로 회계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목적기부로 서류를 만들어 기부자에게 동의를 받으면 된다. 용도불명으로 사용하고 싶으면 발전기금이란 명분으로 후원금을 조성하면 되고, 이를 장부에서 누락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잡수입들은 후일 문제가 제기되면 이용자들을 위해 사용한 간식이나 소풍, 기타 공익용으로 사용하였고, 미쳐 영수증을 만들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면 단순 사무처리 미숙은 인정되나 횡령으로 처벌하지는 못한다. 밝히지 못하면 횡령으로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가 횡령을 정확히 증명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원금 사용에 대하여 문제가 되면 절대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인정하지 말고,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없다고 하며 단순 행정적 절차의 착오라고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처가 증명되지 않도록 현금으로 인출하여 사용하고, 누가 문제를 제기하면 영수증이 필요 없는 경조사비 등의 영수확인서를 주위 사람들을 동원하여 만들면 된다.

민원이 제기되어 감독기관에서 일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고 문의해 오면, 법적 근거에 입각하여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답하라고 안내해 주고, 감사를 하겠다고 하면 시간을 달라고 하여 서류를 재검토한 다음 감사에 응한다. 불시에 감사가 나오면 거부하고, 시간을 벌어야 한다.

평소에 공무원 출신을 간부직원의 한 자리에 배정해 두거나, 관공서 방문시 친근감을 나타내는 공무원에게 후일 우리 시설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노후 보장을 염두에 둔 말을 흘리고,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이런 때에 그 공무원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언론에서 수사과정에서 무엇이 밝혀졌다고 보도가 되면, 반론보도를 요구하고, 수사는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하고, 재판은 3심을 모두 마쳐야 하므로 그 과정 중에 국민들은 문제를 모두 잊어버릴 것이고, 또한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은 아주 가벼울 것이므로 별로 걱정하거나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정말 명예가 실추되어 후원금 모금 등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법인과 시설 명칭을 변경하고, 앞으로 잘 운영하겠다는 성명서도 내면 좋다. 정말 위기라 생각하면 시설을 폐쇄까지 하는 각오로 우리는 장애인 인권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하고, 시간이 흐른 다음 이용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설폐쇄를 취소한다고 당국에 신청하면 된다.

당국의 개선명령이나 시정조치는 대부분 결과보고서로 종결되므로, 처리결과보고서에 앞으로의 계획을 담아 안심시키도록 하고, 실천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다시 적발되면 이미 지적한 것을 중복 지적한 것이라고 하고, 새로운 것을 지적하면 처음 지적한 것이므로 경고나 개선명령 외의 행정처분은 장애인복지법상 할 수 없음을 피력하고 그것이 먹히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면 반드시 이기게 된다.

갑사나 행정지도감독 등에서 시설 직원이나 시설장에게 확인서를 요구하면 단순 착오나 개선명령이나 경고의 처리로 그칠 것인가를 판단하여 확인서에 싸인을 하여야 한다. 만약 심각한 부정행위나 폭행사실을 인정하는 확인서에 싸인을 하게 되면 이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처벌의 근거가 되므로 끝까지 싸인을 하지 않으면 당국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공무원에게 그 동안의 자부담이나 법인 설립 당시의 부담한 재산, 그 동안의 엄청난 어려움을 참으면서 장애인을 돌본 실적 등을 강조하면서 기득권을 주장해야 한다. 열약한 환경과 지자체가 해 준 일이 별로 없음 등을 특히 강조해야 공무원이 부담스러워 한다.

그리고 시설 이용자와 그 가족들을 잘 이용해야 한다. 이 시설에 대해 음해하는 세력들이 있으며, 그들이 이 시설을 갖게 되면 더욱 처우가 나빠질 것이고, 이곳이 아니면 갈 곳조차 없어 결국 장애인 이용자가 피해자가 된다고 설명하고, 화가 나서 진정 정의감으로 이용자나 가족들이 앞정 서게 해야 한다. 갈등이 극도로 조장되면 시설은 뒤에서 숨어 블랙리스트를 협박하거나 조정하기가 쉽다.

행정 당국의 행정처분이 단순 개선명령이 아닌 그 이상이면 무조건 행정소송을 해야 하며, 절차상의 문제나 과도한 처분임을 강조하여 사법부의 장애인시설에 대한 온정주의를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그 다음부터는 공무원은 책임이 자기에게 돌아올 것을 염려하여 다시는 강한 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장 교체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단순한 사건이고, 동일 사건으로 처음 이루어진 것을 강조하여 1차는 경고라야 한다며 소송을 걸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기에 너무나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가! 폭행도, 강제노동도, 인권침해도, 회계 부정이나 횡령도, 현재의 강력하다는 행정이나 사법부는 그저 면죄부만 주고, 시설의 섬세하고 훈련된 대응에는 속수무책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영원히 그들의 성역을 인정하고 우리는 당하고만 살거나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면 그만이듯 시설을 떠나기만 하면 되는지 질문하고 싶다.

수많은 장애인시설에서의 무수한 문제들이 묻히거나 미결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무기력함을 느껴야 할 것인가? 현대의 신성불가침의 성역은 장애인 시설이고, 사법부의 방망이는 솜방망이로 바뀐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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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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