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스티커 매뉴얼. ⓒ서인환

법무부 인권국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이하 차별시정위)의 2015년 1차 회의가 7월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역사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차별시정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한 법정 회의기구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처리결과 사건종결을 심의하고, 필요시 악의적 차별에 대해 시정명령과 벌금을 부과하는 조직이다. 이 위원회의 의장은 법무부 차관이다.

이날 회의가 서울역에서 열리게 된 것은 코레일유통이 자판기에 점자안내 스티커를 부착한 것을 시찰하기 위함이었다. 차별시정위원들은 코레일유통의 안내를 받아 서울역사 개찰구를 들어서서 플렛폼으로 내려가기 전의 자판기와 4번 플렛폼의 자판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코레일유통의 그 동안의 경과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코레일유통은 1936년 재단법인 철도강생회로 출발하여 하역사업을 해 오다가 1967년 홍익회로 개칭하면서 자판기사업을 개시하였고, 2007년 현재의 코레일유통으로 회사명을 변경하여 광고사업도 하고 있다.

코레일유통은 자판기사업 업계 3위로서 자판기관리를 시스템화하고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운영방식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코레일유통이 설치하고 있는 자판기는 337개 역사 내 총 2,984대인데, 멀티샵이 167대, 캔패트가 1,264대, 캔패트 슬림형이 99대, 일반커피 자판기가 862대, 원두커피 자판기가 308대, 일용품 자판기가 182대, 기타 사진자판기 인형자판기 구두자판기 등이 102대이다.

2014년 5월 나사렛대학교 쌍용역을 이용하던 한 시각강애인이 자판기에 점자표지가 없어 상품을 선택하거나 가격을 정확히 알기 어려워 이용에 불편이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한바 있다.

2015년 2월 인권위에서 진정사건 조사를 진행하고 있던 중, 코레일유통은 1차로 문제가 제기된 쌍용역 자판기에 점자스티커를 부착하였고, 4월에는 점자스티커를 인쇄할 수 있는 점자프린트기를 구입하였다.

인권위가 진정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하던 중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6월에 인권위는 이미 쌍용역은 시정이 된 사항이지만 전 역사의 자판기가 해결된 것은 아니므로 확대실시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2015년 12월까지 코레일유통은 꾸준히 점자스티커 부착사업을 추진하여 전체 자판기의 95%에 해당하는 2,533대에 점자스티커를 부착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해 나갈 계획이다. 가격변동이나 스티커의 오염 등을 감안하여 아예 전담팀을 두고 일을 하는 것이다.

코레일유통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을 결정한 이래, 먼저 점자프린트기와 점자 비닐 용지, 재단기 등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점자를 배웠고, 점자매뉴얼을 만들어 제품별 점자표기 샘플집을 제작하였다. 그리고 자판기에 부착할 스티커 총 8만장이라는 엄청난 점자인쇄작업이 이루어졌다.

시각장애인 단체와 협의도 하고 교육도 받으면서 점자스티커 부착을 위해 투입된 인력은 무려 2,000명이 넘었다. 그리고 지역별로 월 1회 이상 유지보수 점검을 해 나갈 계획이다. 장애인인식과 대처방법, 적극적 수용, 사후관리 등 차별 진정에 대해 대응은 매우 모범적이다.

처음에는 점자를 몰랐고, 둘째는 제작방법이나 기술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단체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한 도움을 요청하여 계획단계에서 장애인단체가 지원한 것은 성공의 비결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부심마저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검수를 시각장애인에게 맡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왜냐하면 많은 메뉴판 중에 점자가 서로 바뀌어 붙은 곳이 가끔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엉뚱한 물건을 사게 되기도 하고, 가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점자스티커가 없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을 오히려 정보를 잘못 줌으로써 주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시각장애인을 인턴제로 채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직접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메뉴를 일일이 맞추어보면서 점검하여 완벽한 점자스티커 부착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이것만 이루어진다면 자판기의 점자부착이라는 편의증진법상의 원칙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지켜지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코레일유통이 솔선하여 대대적인 작업을 결심한 것에 대하여 고무적이라 지지하는 바이다.

앞으로 승차권자동발매기나 식당 메뉴판도 점자가 제공되었으면 하고, 마트의 제품이나 약품에도 점자안내가 부착되었으면 한다. 의약법상 약품은 권장사항이라 법 제정 당시에 몇몇 제약회사의 우선사례가 있었으나 더 이상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제공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사회적 운동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점자스티커 출력 및 교육 장면. ⓒ서인환

자판기 기종별 점자스티커 위치. ⓒ서인환

코카콜라 1300원 자리에 맥스웰하우스(캔) 800원이 위치한 자판기(아래 부분은 확대한 것임). ⓒ서인환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