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2011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8만2천원으로 전국 월평균 가구 소득(2011년 6월 기준 371만3천원)의 53.4%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16만700원이고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의료비(5만6천800원, 35.3%)였다. 장애인들이 사회에 요구하는 우선순위는 1위가 소득보장, 2위가 의료보장이었다.

3년 후의 2014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223만5천원으로 전국 월평균 가구 소득(2014년 6월 기준 451만2천원)의 53.8%로 3년 전보다 약간 상승했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16민4천200원, 이 가운데 의료비가 역시 가장 많은 비율(6만6천원, 40.2%)을 차지했다. 장애인들의 사회 요구 우선순위도 3년 전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결국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소득과 장애로 인한 추가 의료비 지출 비율이 높은 관계로 경제적 부담이 크고 이로 인해 장애인의 건강권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에게 의료비 지원은 그만큼 절실하다.

이에 지난 6월 24일 서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화상장애가 있는 당사자는 “의료비 경감이 목적인 산정특례제는 좋지만 그 제도에서 비급여 부분이 있다. 화상과 관련해 치료제로 사용하는 연고 등과 보습제는 비급여다. 보습제 한 개에 40~50만 원 정도라 1년에 몇 백만 원이 나간다.”면서 “실비보험에서도 보습제는 화장품으로 분류되어 비급여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도 않는다. 보습제와 연고 등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적용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당사자의 경우에는 “뇌성마비 장애로 인해 일부에서는 협착 증상 등으로 인해 경추질환이 나타난다. 이 질환을 수술하는데 비급여 항목이 적용돼 수술비용이 크다.”며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추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장애가 있는 나머지 당사자들의 경우에도 저시력 장애인에 대한 의료수가 적용 필요, 신장질환과 관련된 합병증이 비급여라 급여 전환 필요 등을 얘기했다. 이 토론회를 통해 당사자들은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6월 24일 서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개최한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에이블뉴스DB

여기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사무관은 “보험급여와 관련해서는 비용 효과적이어야 하고 임상유용성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 등의 대원칙이 있다.”며 “이 원칙을 따지다 보면 지금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 검사 등이 나와도 당장 급여가 되지 않고 비급여로 남게 될 거다. 의료기관은 수익을 얻으려는 유인도 있어 비급여로 계속 남아 있을 거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시간이 지난 후 토론회 전반, 발제자가 발제했던 다음 내용을 떠올리며 생각해보았다.

“2011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를 기록하며 누적 흑자가 17조원에 달했지만 오히려 공공의료 지출비중은 줄어들었다. 정부는 책임을 방기한 거다.”

17조 흑자인 건강보험 재정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보장율 제고, 의료의 공공성 담보를 위해 정부는 전액 장애인의 추가 진료항목 보험적용, 노인 의료비 절감, 공공의료체계 구축 등에 쓰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공공의료 지출비중이 2010년 12.9%에서 2011년 이후에는 4%대로 줄었다.

그리고 현 정부는 작년 2월, 중기보장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매년 3천억 원~8천억 원의 보장성 강화방안만을 제시했고 올해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단다. 보장성 강화, 보장율 제고에는 상당히 효과가 미미한 수치임이 분명하다.

이는 대원칙을 따지면 당장 급여가 되지 않고 비급여로 남게 될 거라는 보건복지부 말과 상통·연결되며 발제자 말이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정부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장애인, 노인 등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 보장율 제고 의지가 있는지 강한 의심이 생겼다.

또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 의견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 17조원의 이자수익만 약 연간 6천억원이고 이 금액으로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을 5개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료기관은 수익을 얻으려는 유인이 있고 비급여는 계속 남아 있을 거라는 말을 들으며 정부는 민영병원이 전체 병원의 9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공공의료 체계구축과 의료공공성 담보에 사용하려는 의지도 별로 없다고 느껴졌다.

이어서 발제자가 발제한 또 하나의 내용에 대해 생각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정치적 파급효과가 큰 4대 중증질환 보장은 현 정부 공약이며 이 질환들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배분한다. 이 질환 외 나머지 질환들의 보장율은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보한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정치적 파급효과가 큰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만 하면 정부는 할 일을 다한 것인가?

실제로 재난적 의료비 발생 가구 보유질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당뇨, 고혈압(32.2%)이라는 2013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있다. 신장장애인과 관련해 신장질환으로 인한 당뇨 등의 합병증 등 4대 중증질환 외의 질환까지 건강보험으로 보장해 재난적 의료비 가구가 없게끔 해야 건강보험 보장성 확보라는 말을 정부가 진정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기획재정부 관료 등이 언론 등을 통해 흑자인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해 의료비 절감 등을 위한 국고지원은 축소하고, 재정을 금융시장에 투자한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건강, 의료를 상품으로 여긴다는 느낌이 들었고, 장애인, 노인 등 사람의 생명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정부의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 의료보험 적용확대 및 의료의 공공성 담보 의지부족으로 인해 장애인에게는 저소득과 장애로 인한 추가 의료비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장애인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다.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 '나 여기 있어' 제25조 건강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국민의 건강은 당연한 권리다. 장애인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장애계와 장애인 등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으며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 및 의료 공공성 담보 의지를 가지고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시작 했으면 한다.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다음의 말도 아울러 했다. “어떤 치료나 상태에 대해 급여를 해달라고 하면 검토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장애계 단체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명확해야 우리도 검토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건강보험 급여화와 관련해 명확하게 요구했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장애계와 장애인들이 각 장애에 대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확대의 구체적 요구방안들을 말하며 장애인 건강권 보장의 뜻을 하나로 모아 정부가 의지를 가지도록 꾸준하고도 강하게 압박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다음의 질문에 안녕하다는 답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장애인, 장애계 등 모두가 합심하는 노력을 하길 필자는 간절히 바란다.

‘장애인 건강권,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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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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