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부. ⓒ에이블뉴스DB

어느 지하철에 발달장애인이 혼자 탑승을 하였다. 발달장애인이라고 하여 혼자 돌아다닌다는 것이 가족으로부터의 방임이 아니라 자립을 위한 한 조치일 수도 있고,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혼자 다닐 것이다.

이 발달장애인은 매우 산만하여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전철 안에서 계속 돌아다니고 왔다갔다 하였다. 마치 잡상인이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왔다갔다 손님에게 쪽지를 돌리는 것 같이 사람들의 눈에 거슬렸다.

돌아다니다가 소화기를 자세히 관찰하기도 하고 만져보려고도 하였다. 그러나 끄집어내거나 들어 올리려고 하지는 않고 살짝 손을 대어보는 정도였다. 매우 궁금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비상벨 전화기를 만지려 하였다. 그렇지만 수화기를 들거나 선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 만지면 안 된다고 말을 해 주어야 하는 시점인가 좀 혼돈스럽기도 하고 불안은 한 상태였지만 아직은 위험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때에 한 용감하고 지나치게 정의감에 불타는 한 시민이 핸드폰으로 신고를 하였다. 발달장애인으로 보이는 매우 위험한 장애인이 혼자 지하철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조치하라는 내용의 신고였다.

정말 청원 경찰의 행동은 빨랐다. 다음 역까지는 1분 정도밖에 결리지 않았는데, 청원 경찰 두 명이 나타나더니, 그것도 정확하게 발달장애인이 탑승한 위치의 칸에 들어와 그 장애인을 강제로 끌어내리려고 팔을 잡아당겼다.

발달장애인도 힘이 장사인지 왜 자신에게 무력으로 끌어내리려고 하는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위험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 낯선 사람들이 만들지도 모르고 무슨 해코지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젖 먹은 힘까지 다하여 버티고 서 있었다. 신음소리까지 내면서 말이다.

그러니 전철은 출발을 못하고 한 동안 정차하고 있었다. 끌어내리려는 경찰과 이에 저항하는 장애인으로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모아졌다. 만일 장애인이 아니라면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업무방해죄가 추가될 지경이었다.

이때 A씨가 고함을 질렀다. A씨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매일 용인에서 서울의 김포공항 근처로 출근을 한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지하철로 멀리 가는 피곤함에 지쳐 있을 그 사람은 그렇다고 장애인 가족도 아니고, 장애인계 일을 하는 복지사도 아니다.

“가만히 있는 장애인을 왜 위협하고 겁박을 주는 것입니까?”

경찰은 대꾸도 하지 않고 끌어내리는 업무에 충실했다. 그러자 이를 직접 손으로 만류하며 A씨는 가로막고 나섰다.

“왜 강제로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요”

그러자 경찰은 “위험한 행동을 한다는 신고가 있어 내리려는 것입니다”라고 답을 했다.

A씨는“딱 보면 장애인인데, 주의산만하여 왔다갔다했을 뿐인데, 무엇이 위험하단 말이요.”라고 큰소리를 질렀다.

“지금 강제로 끌어내려 하고, 장애인은 겁을 먹고 버티고 있으니 이것이 더 위험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다가 넘어져 다칠 수도 있을 것이고, 옷이 찢어져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소”

나는 A씨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신고한 사람도 대단한 시민정신이라고 생각되지만 이렇게 장애인권익을 옹호하는 적극적인 시민도 있구나 싶었다.

청원경찰이 할 말이 없자 죄송하다고 말하고 어정쩡한 표정으로 살금살금 뒤로 물러서더니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러자 흥분하고 상기된 얼굴의 발달장애인은 바로 진정되었다.

발달장애인은 두 정거장을 더 가더니 혼자 내려서 유유히 갈 길을 재촉하여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이 장애인이기에 혹시 사람들에게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을까 경계하거나 구경거리로 보는 것에는 게의치 않는 표정이었고, 다만 자기에게 강제로 힘을 가하는 것에는 상당히 본능젹 방어반응을 보인 그 발달장애인이 사람들을 기피하거나 대면을 두려워하는 일이 이 사건으로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그리고 나는 A씨에게 경의를 표하며 감사하다는 의미로 미소를 띤 얼굴로 목례를 하고 장애인이 내린 그 다음 역에서 내렸다. 왠지 기분이 좋고, 상쾌한 저녁이었다.

나는 대학시절에 혜천원이라는 고아원에 4년 간 봉사활동을 다닌 적이 있었다. 그 아이들이 가을운동회를 하는 날, 나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고자 풍선을 불어서 여러 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러자 응원을 위해 박수를 치려니 손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를 내어 풍선을 실로 묶어 귀에 걸었다. 그러자 경찰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위화감을 조성하니 그 행동을 즉시 정지하고 풍선을 귀에서 떼어내라고 했다.

귀에 풍선을 단 것이 왜 위화감 조성이냐고 어처구니없다고 대꾸를 하자,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겠느냐 아니면 풍선을 풀 것인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풍선을 풀 수밖에 없었다. 주의 사람들에게 상당히 체면이 서지 않았고, 정말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혼동된 생각이 오래 동안 나를 잡았다.

그 당시에는 5·18사건으로 시국이 상당히 이상한 시기였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지금도 5공시절과 같은 억압된 정의로운 시민정신이 장애인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정의로운 시민보다 A씨를 만난 것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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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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