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의 고등과는 모두 직업학교다. 장애인의 직업적 재활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실업계 고등학교인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 기초교육이 더욱 필요한 것인데, 직업적 훈련이나 교육이 비장애인들보다 더 빨리 시작하니 단순노무 실업학교인 것인가?

서울에 위치한 한 특수학교에서는 하늘의 뜻을 따라 사랑으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학교의 교육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밝고 건강하게’라는 말이 ‘천진난만하게’라는 의미이거나 미성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이란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사회에 통합되도록 삶을 가지게 해 주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서울에 소재한 한 특수학교에서 고등과의 한 수업에서 일어난 일이다. 교사는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고 하여 갖다 오도록 허락하였다.

지적장애 학교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고, 비장애학교라고 하더라도 급한 신변처리야 얼마든지 교사에게 말하고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화장실을 간 학생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 큰 볼일을 본다고 가정해도 너무 늦어지자 교사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교사는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 직접 화장실로 가 보기도 애매하였다.

그래서 다른 학생에게 화장실에 가서 아무개를 데리고 오라고 지시했다. 화장실에 데리러 간 학생도 한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두 학생이 교실에 나타났는데, 먼저 화장실로 간 학생은 얼굴에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자세히 보니 이도 부러져 있었다.

먼저 화장실로 간 학생은 언어로 표현을 할 수 없는 학생이다. 그리고 나중에 데리러 간 학생은 융통성이 없이 교사가 시키는 일은 너무나 충실히 지키는 아이였다.

수업시간이라 화장실에는 두 사람 외에는 다른 목격자가 있을 리 없었고, 아이를 때리거나 싸웠느냐고 물어보았지만 아니라고 하니 사건은 짐작으로 맞추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스토리는 이러하다. 화장실에서 마치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 있자, 빨리 교실로 가자고 데리러 간 학생은 재촉했고, 그래도 이에 응하지 않자 강제로 끌고 오려고 하고,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한 학생은 교사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으니 강제로라도 데리고 가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니 힘으로라도 데리고 가야 했다. 힘으로 당겨도 반항하듯 버티니 힘이 너무 들었다. 그래서 끌고 가는 것보다 때려서 굴복시켜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당장 교실로 데려가야 하는데 말을 듣지 않으니 화가 나서 때린 것인지는 모르나 폭력을 행사했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가해자가 되어버린 학생의 부모는 과거 대기업의 같은 직장에서 만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꿈꾸었다. 그러던 중 장애아이가 태어났고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육아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지 얼마 되지 않아 아빠는 산업재해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사고로 실직을 하고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활동보조인, 과외교사 등으로 돈을 벌어야 하였고, 그렇다고 장애 아이를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이제 고등학교까지는 키웠으니 하는 지나온 세월이 빨리 갔음이 힘든 것을 잊게도 하였으나, 학교를 졸업해도 자립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였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학부모가 폭력을 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사가 우리 아이에게 다른 아이를 돌보라는 지시를 하지만 않았어도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아이가 보호자로서 임무가 주어졌고, 그 임무를 수행할 방법을 몰랐던 아이가 사고를 내었다 하더라도 교사나 학교는 책임을 같이 져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당장 돈을 마련할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였다.

아이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지만, 어머니는 수긍이 잘 가지 않았다. 다운증후군의 특성상 억박지르거나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만 조성되어도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닫아 버리기도 하고, 자신이 현재 얼마나 불리한 것인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건을 어떻게 학교에서 조사하여 결론을 낸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사건의 결론을 내고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연락하여 학교로 오게 한 다음, 보호자가 함께 참석한 가운데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의 자기방어권은 무시된 것이고, 얼마든지 왜곡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가 나갈 정도의 주먹이면 주먹에도 무언가 흔적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의 현장과 처음의 진술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겁을 먹으면 하지 않은 일도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다.

아이의 교육을 맡았던 과거의 교사나 상담과 치료 등을 맡았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는 절대 공격적이지 않으며, 그런 힘을 행사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년간 아이를 지도하고 살펴본 전문가들에게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인정은 받아낼 수가 없었다.

형사사건만이 아니라 학교폭력에서의 조사에서도 조력인의 참석이 필수적인 것인데, 학교가 일방적으로 조사를 하여 결론을 낸 것이 마음 아팠다. ‘학교의 잘못을 혹시 우리 아이에게 뒤집어씌운 것은 아난가요?‘라고 말한다면, 어머니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런 말은 입 안에서 맴돌았을 것이다.

학교폭력위원회에 참석한 어머니는 이미 결론이 난 사건에 대하여 방어를 하면 책임성도 없는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이어서 할 말을 할 수도 없었고, 죄송하다고 사정만 할 수 있었다.

결국 500만원을 마련하여 배상을 하고, 나머지는 상해보험을 가입한 학교에서 보험으로 처리를 해 보겠다는 결론이 났다.

다친 사람은 있고 가해자는 없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스스로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다친 것일까? 다쳤으니 교실에 빨리 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제삼자가 학교에 침입하여 사건이 일어나거나 화장실에 또 다른 사람이 있은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은 해 보지만 어떤 정황도 근거는 없다.

그래서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초기 조사에서 부모가 참석하였다면 찬찬히 자세한 상황을 재현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7번방의 선물 영화처럼 우리 아이가 혐의를 쓴 억울한 아이일 수도 있지만, 어머니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 돈을 마련하는 것밖에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학교폭력방지위원회에는 경찰관도 한 분 계시기도 하고, 부모들이나 교사들도 포함되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 기대되지만, 사실 수사나 전문적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거나 오판할 가능성이 많다.

이미 결론을 낸 보고를 받고 어떻게 뒷수습을 할 것인가의 의논이지, 진실을 밝히거나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거나, 전문적 판단을 하거나 증거를 수집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역할을 할 적임자가 없는 학교폭력위원회는 또 다른 억울함과 더불어 사건을 묻어버리는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진실규명이 아니라 빠른 수습이 목적이다.

폭력예방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과 여론몰이나 결과에 대한 보고로 거치는 식의 결론짓기에서, 초기 조사에서 지적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오염되지 않은 조사를 부모를 참석시켜 정당한 조사를 하지 않은 아쉬움은 학교의 잘못이 분명하다.

그리고 장애학생끼리 일어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의 책임을 가진 학교의 책임도 있다. 아이들에게 자기주장을 가르치고, 자기결정권을 가르치고, 전문가 윤리강령에 자율성존중이라고 하지만 학교는 그러한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

학교가 가해자도 아니고, 시킨 것도 아닌데 왜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말한다면, 그것 역시 책임회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장애학생을 학교에 맡기고 있는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고 적어도 장애학생 간에는 돌발적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일은 학교 내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학교는 부모의 무거운 짐을 같이 질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낸 부모와 학생 한 사람은 적어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학교가 해 주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결정권자가 되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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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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