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부모가 서울시 발달장애인 종합정책 요구안의 수용을 촉구하며 삭발을 한 모습. ⓒ박신영

[시위에서의 삭발의 의미 :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을 표시하는 의미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머리에 대한 집착이 컸습니다. 유교 윤리가 지배적이었던 조선시대의 단발령을 효경에서 나오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시지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를 외치며 거부하고, 단발령 자체를 살아있는 신체에 가해지는 심각한 박해로 받아들였습니다.

머리카락은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의 몸에서 육체적인 고통이 수반되지 않은 정신적인 의미라고 해석해보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단지 피를 흘리지 않을 뿐, 신체에 가하는 심각한 고통이며, 지금의 삭발은 그런 고통에 대한 외부적으로 타인이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의사표현이라 생각합니다.]인터넷 서칭 중 '누네띄네' 님 글에서 발췌

장애아이를 키우고 있는 많은 어머니들이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며 살다가, 같은 날에 떠나기’를. 그리고 늘 그 마음을 마음 깊은 곳에 꽁꽁 감추며 산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나의 아이이다. 내가 없으면 이 모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과연 내가 아닌 어느 누가 이 고단하고 외로운 길을 내 아이와 함께 걸어가 준다고 할까.

아마도 장성한 자녀에게 결혼을 독려하는 노부부의 심정이 사실은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이 삶을 떠날 수밖에 없는 나 대신, 서로 돌보고 아끼며 힘이 되어주는 자기 짝을 찾아 나 없는 삶도 외롭지 않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리라.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생각조차 바래어볼 수 없다.

맨 처음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이후에도, 내 아이의 장애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도, 후에 내가 짐작한 원인까지도 스스로 확정하고 난 이후에도,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할 때에도, 중학교를 입학할 때에도, 삶이 하루하루 지나가며 나를 늙게 하고 아이를 자라게 하는 이 순간순간에도, 잠시 잠깐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꽁꽁 감추어둔 그 마음은 바뀔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그 많은 하루하루를 살아오며 이 마음을 겉으로 내비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너무나 슬프고, 처량하고, 비참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멀쩡한 척 버티고 있는 내 자신 스스로가 유리창처럼 깨져 산산조각나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은 나 혼자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말로 꺼내어 입에 담는 순간, 이 멀쩡해 보이는 인간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로 비추어지고 불쌍해보일지 차마 그 시선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청 앞에서 4일 째 삭발식이 진행되었다. 첫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과 서울지부 김남연 대표의 처연한 울음으로 시작한지, 오늘로 4일째, 여덟 명의 부모가 삭발식을 했다.

늘 마음에 품어왔으나 말로 하지 못했던 우리의 고통을 표현한 의식, 한 편으로 모두 함께 모여 이 세상을 향해 이야기할 수 있어 고마운 의식이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지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 않아보이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지, 이 마음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제발 한 번만 돌아보아달라고 표현하는 마지막 절규이다.

이 고통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저 함께 한 이 순간, 늘 저 깊은 곳에 감춰두고 숨겨둔 것을 세상 바깥으로 내보여보기도 했다는 그 하나만으로 자위하며 이 마음, 다시 저 깊은 심연 속에 꽁꽁 숨겨둔 채, 아무렇지 않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이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늘 품어오던 마음을 겨우 뱉어내기까지 크나큰 용기를 낸 우리의 이야기를, 단 한 번만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시기를 바래어본다. 이 마음을, 이 슬픔을, 이 절규를 진정한 마음으로 들어주실 분을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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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맘이자 새로운 세계, 장애아동을 키우는 삶에 들어선지 10년째다. 아들이 네 살 때 발달장애인 것을 인지하고 1년 휴직하며 아이 교육에 힘쓰는 한편 아이의 장애등록에 따른 고심과 장애를 받아들이는 일 등으로 마음을 추스르며, 장애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닌 오래 가는 “길 장(長), 사랑 애(愛)” 임을 깨닫게 된다.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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