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즐기자' 공식행사 포스터. ⓒ서인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정과 관계된 기념일이 들어 있다. 어버이는 어린이를 생각하고, 어린이는 어버이를 생각하는 정말 보기 좋은 일이다.

인간은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가정에서부터 기른다. 인간관계의 생의 첫 경험도 가정에서 이루어지며, 인생관이라 성격, 발달 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모든 것을 가정에서 얻는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1972년에 10월 셋째 주 토요일을 문화의 날로 정함으로써 10월이 문화의 달이 되었다. 봄이 되어 만물이 왕성해지는 시기가 가정의 달이고, 가을이 되어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문화의 달이니, 정말 짝이 잘 맞는다.

5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문화 다양성의 날이고, 이날부터 1주일간은 문화 다양성 주간이다. 문화의 달인 10월이 아니라 가정의 달인 5월에 문화다양성의 주간이 정해진 것은 문화 다양성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의미는 아닐까?

장애는 치료의 대상이나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체화된 다양성인데, 왜 다문화를 지향하는 지구촌에서는 장애를 아직도 문화라는 다양성의 문제에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계층은 소외계층이나 소수자로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억압 속에서 살아야 했을까?

유럽에서 미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올 시기에도 장애인은 입국심사에서 거부되었고, 심지어 지능검사를 하여 지능이 낮은 사람은 미국시민이 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호주에서 다문화 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을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에서도 장애인이 거부된 이유는 장애문제는 다양성이 아니라 사회적 부담으로 여겨진 결과이다.

지구촌 시대에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함께 사는 사회의 구축이 되어야 함에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에서 소수의 보호정책의 막을 벗겨버리고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의 세계화로 추진된다면 글로벌은 결국 한계점을 보이고, 약자는 영원한 먹이감이 되지 못하여 무너짐으로써 결국 강자들도 함께 무너지는 지구촌이 될 수밖에 없다.

지구촌 경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오히려 공해나 질병의 두려움에서 서로 연결고리를 갖게 됨으로써 세계화는 다양성을 공유하고 누리는 것이 아니라 점령의 우격다짐 속에 신음소리만 높아지는 결과가 오는 것이라면, 우리는 세계화 이전에 먼저 문화 다양성에 대하여 단순히 이주민의 어우러기 차원을 넘어 근본적으로 문화의 다양성이 무엇인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적 구조는 무엇인지 살펴서 설계를 새로이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장애문제에서도 다양성이라는 문제로서 새로이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장애 공간을 의미하는 배리어프리나,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인식을 새롭게 하는 인식개선 사업, 장애인의 소통수단과 문화를 인정하는 수어의 공용어 채택 등 아직 장애를 다양성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기반은 시작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지개사다리 사업을 문화 다양성 사업으로 전개해 왔다. 다문화사회 문화환경조성 사업으로 문화다양성 정책을 수립하였고, 이주민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교류하게 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이 사업은 문화주체로서 역량을 발휘하게 한다는 점과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양성을 통한 문화의 풍요를 누림으로써 다양성의 가치를 높인다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문화다양성 주간의 공식 행사를 보면, 문화 다양성 콜로키움(학술 세미나)을 21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하여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장현주 장앤 파트너스 대표가 5년간의 무지개사디리사업의 변화에 대해 토론하고, 최낙용 아랍영화제 추진위원장은 아랍영화를 통해 아랍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며, 장애계에서는 장애는 다르게 살아가는 힘이라는 토론을 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의 컨셉은 ‘차이는 즐기는 것이며, 다양성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일주일 간 대학로 일대에서 어린이 눈으로 보는 동화를 비롯, 기념식과 인디밴드 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게 되는데, 또 하나의 공식 행사로 25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이음 센터에서 임현주 특별초대전으로 ‘세상의 하나뿐인 전시’, ‘ 모두가 행복한 극장’, 안톤 체홈 ‘곰’, ‘파티가 있는 하우스콘서트’, 엘포스트 밴드와 함께하는 응답하라 7080, ‘8인디밴드 하수상과 함께하는 음악이 흐르는 강연쇼’, 이남현 ’나는 지금이 좋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밖에 21일 낮 1시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남현우와 함께하는 게릴라댄스’ 같은 시간대에 야외광장에서 곽뉴 선생이 세계여행을 통해 수집한 모자들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인 ‘스토리 클래스’, 세계 풍물을 판매하는 ‘문화다양성 마켓 알록달록 X 개울장’이 열린다.

22일 낮 12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다문화 어머니들이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4시에 오프 스테이지 ‘누군가의 첫 번째 무대’ 싱어 송 라이터들의 창작발표가 있다. 주간 내내 전시되는 ‘차이로 응답하는 문화다양상 UCC’, ‘올리볼리 세계 그림동화 여행’, ‘ 모두에게 편리하고 쉬운 유니버설디자인전’이 열린다.

문화 주간 행사로 지역별로는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에서 ‘이심전심 역지사지 인형극’, 경남예술문화진흥원에서 ‘리얼 컬쳐 TV’, 구로문화재단에서 연극공연 ‘크레파스’, 부산문화재단에서 ‘문화다양성 필름앤펀’(영화제작 이론과 실기 체험), 부천문화재단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리어프리 콘서트-경계를 넘어’를 선보인다.

또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에서 ‘그림자극으로 만나는 아시아문화’,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노년예술수업’, 인천광역시 영상위원회에서 영화 상영과 토크 콘서트,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무지개극장 역할극 프로그램’,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 ‘편견을 여행하다’(평면을 입체로 만들어 다른 시각을 일깨움), 종로문화재단에서 표구 침선 콜라보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이번 행사를 통하여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양성의 인정으로 개선되고, 다르지만 다 같은 인간으로서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건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행사에 장애를 다양성의 주제에 포함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이제 장애문화가 문화접근성과 더불어 향유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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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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