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보기에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들의 순위를 매기자면, 첫째는 미용사, 둘째는 카드 점쟁이, 셋째는 정신 분석가였다. 그녀가 미용사를 단연 선호하는 까닭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두피 마사지까지 해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터라 미용사의 단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직업인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는 것이 바로 그 단점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단골 미용사는 ‘미용 분야의 조경 설계가’를 자처하는 남자였다. 그러다 보니 상담 비용이 아주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 중 발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셋을 다 이용한다. 아주 잘 이용하는 편인 것 같다. 2011년에 이 책을 처음 읽고 깜짝 놀랐는데, 이즈음의 내가 이 셋을 그럭저럭 잘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부터도 여러가지 책들을 섭렵하곤 해왔다. 문학세계사 에서 나온 <치유-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화>,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틱낫한 스님의 <화>,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R.T.켄달 의 <완전한 용서> 이외 여러 책들을 읽으며, 갑작스레 처하게 된 내 상황 속에, 살려고 발버둥쳤던 것 같다.

매일의 일상 중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은 상황이고, 밤이면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 앞에서 많이 슬퍼했다. 그 상황을 깊이 깊이 받아들이고 침잠해야하는 건 참 힘들고 어렵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온건히 겪고 넘어가야하는 시간들인 것 같다. 어머니나 동생을 보면 흰머리가 일찍 나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긴 밤을 몇 년 그리 보낸 후에 난, 한 달에 한 번은 꼭 미용실에 가서 새치염색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용실은 일 년에 한 두 번 갈까 말까 했었는데, 매달 한 번 씩 가려니 돈도 돈이고 습관이 안 되다보니 두어시간 정도 미용실에 앉아있는 상황이 참 낯설었다. 아, 미용실은 이런거구나 하고 좀 편안해진 건 그 후부터도 수년이 지나서였다. 그동안 담당 헤어디자이너는 세 번 정도 바뀌었다.

베르베르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첫 번 째, 일단 미용사는 나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져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딱히 비밀이 보장되는 공간은 아니고, 그리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 중에는 그닥 비밀은 아니지만,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는 하기 껄끄러운 그런 이야기들이 있고 그걸 별 생각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은 매월 직원들이 책을 읽고 토론도 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두 전문직을 목표로 사회생활을 하는 프로들이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리 막히지 않고 대화가 되어 좋다. 집에 염색약을 사다가 혼자 염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하지만, 이 시간은 날 위한 투자, 힐링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하루 이틀이라도 늦게 버티다가 미용실에 다녀온다. 베르베르가 말한 것처럼 상담비용이 제일 비싸긴 하다.

두 번째는 카드 점쟁이 라고 말했다. 가끔 이용했다. 어릴 적 취업 문의차 매우 유명한 분에게 돈 5만원을 들고 종로의 사무실로 가 덜덜 떨며 기다리던 기억이 있다. 2시간을 기다리고 단 5분만에 문장 세 줄을 받아 적고 나왔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인연이 아니면 만나지를 말라..’ 대충 이런 문장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말,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유명하신 분은 좀 더 친절해야했다. 조금 무섭고, 두려워하면서도 궁금해서 보러 갔던 어릴 적 기억 속의 나를 떠올리면 한 편으론 한심하고 한 편으론 귀엽게 느껴진다.

얼마 전까지 명리학을 일주일에 세 시간씩, 일 년 반 정도 공부하였다. 그리하며 명리학에 대해 내린 결론,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건강검진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한다. 약간 두려워하면서, 또 잘 나오길 바라면서. 명리학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두려움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고, 맹신할 일도 없다.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소견이 나오면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한 번 더 검사한다. 연애운, 결혼운, 승진운 등등을 뇌 MRI, 복부초음파, 갑상선검사 정도로 비유해보면 이해가 쉽다.

아주 예전, 서양에서는 수술집도를 이발사가 했다. 어릴 적 남자이발소 간판 옆에 뱅글뱅글 돌아가던 표시속의 빨강, 파랑 색이 수술을 집도하던 이발사의 일을 상징한다고 한다. 의술은 제도권 하에 소속되었고, 명리는 재야의 일로 남아있을 뿐이다. 의사가 되려는 이들은 히포크라테스 이전 시기부터 쌓아온 의술에 대한 모든 지식을 배우니 그 양이 방대하다. 명리학도 수천 년 전부터 쌓아온 지식의 집대성, 기본적으로 공부하고 외울 것들이 많다. 의사도 명의와 돌팔이가 있듯이 명리 분야도 당연히 그렇다. 그러니 잘 찾아가고 잘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분들이 좋은 이유는, 주어진 시간 동안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일을 자신들의 일처럼 상담해주는 부분이다. 이 정도의, 분별력을 가진 이용은 좋다.

간혹, 나도 경험해보았지만, 엄마들에게 신점을 보는 이가 굿을 해야 한다고 접근하기도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건 알지만,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내 정서의 안정을 위해 가끔 상담하며 조언을 받는 건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하며 굿을 권유하는 것, 어차피 그 분들도 생계를 위한 일이다. 굳이 약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이없이 큰돈을 쓸데없이 버리기보다, 그런 여유가 있으면, 우리 아이를 위해 힘쓰시는 복지관의 발전이나, 아직도 전국에 많은 고아원 등에 아이 이름으로 기부하는 게 세상을 위해 좋고, 나와 내 아이에게 좋은 일이리라 생각해본다.

세 번 째는 정신분석가라고 했다. 나는 2~3년에 한 번은 가까운 신경정신과에 가서 검사를 해 본다. 여태까지 세 번 정도 해본 것 같다. 어떤 검사인지 명칭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질문 500개 정도의 객관식을 정해진 시간 내에 풀고, 또 열 문제 정도의 주관식으로 문장을 만든다. 일주일 정도 후에 다시 가서 결과를 보는데, 결과가 내가 나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던 부분과 다르게 나올 때도 있고, 비슷하게 나올 때도 있다. 이 부분은 나의 현재의 감정 상태를 체크해보는 것이다. 나 스스로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검사결과를 보고 의사선생님은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로 나왔다고 말할 때도 있고, 또 한 번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는데, 자존감과 만족감이 좋고 심리도 매우 안정적이라고 하며 전의 검사결과표와 비교해서 본 적도 있다. 그게 전부다. 나도 모르는 내 감정이 내 깊은 곳에 있을 수 있다. 그걸 잘 알려 노력하고, 조심히 다루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이 그랬다. ‘화’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달래는 것이라고. 결과를 보고 내 안의 아이를 살핀다.

몇 년에 한 번씩 가니, 의사선생님은 이것저것 물어보고 상담을 진행하려 하시는데, 내가 원하는 건 그 검사를 보고 내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는 것이니, 검사진행을 요청하고 결과의 해석만 도움받는다. 나이가 어렸을 때, 상우의 진단을 하러 병원을 다닐 때, 어릴 적 치료실을 다닐 때에는, 무엇이든 ‘네’, ‘네’하며 권하는 검사와 치료는 다 하곤 했는데, 이렇게 내가 필요하고 원하는 것만 요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은 그 때의 경험에서 기인한 정수 중의 정수이다.

흔히들 아내를 집‘안’의 ‘해’라고 해서 아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지구에 태양이 필요하듯이, 아내가 행복해서 집안 구석구석에 햇빛을 비출 수 있어야하는데, 내가 힘들고 슬프면 내 아이에게 줄 사랑도 여력도 없다. 누구보다도 더 힘내어 사랑하고 아껴 주어야하고, 누구보다도 더 사랑받아야할 아이들. 내 아이를 더욱 잘 보살피기 위해 내가 좀 더 행복해야 하고, 내 감정이 어떤지 자주 살피며 달래주어야 한다.

이번 주 토요일 체육시간에는 어린이대공원에서 꽃놀이를 하기로 했다. 각자 하나씩 음식을 가져오기로 했다. 벌써부터 어떤 음식을 준비할 지 채팅창이 분주하다. 다이어트 중이라며 안되겠다는 언니도 생겼다.

안됩니다, 이번 행사엔 절대 빠지는 분 없기입니다. 저도 다이어트중인데, 음식 보며 안 먹고 침 흘리기, 같이 해드릴께요.

이번 꽃놀이는 빠지시면 안 됩니다.

봄 햇살 엄청 받아 광합성하고, 우리 예쁜 아이들에게 더 큰 햇살로 돌려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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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맘이자 새로운 세계, 장애아동을 키우는 삶에 들어선지 10년째다. 아들이 네 살 때 발달장애인 것을 인지하고 1년 휴직하며 아이 교육에 힘쓰는 한편 아이의 장애등록에 따른 고심과 장애를 받아들이는 일 등으로 마음을 추스르며, 장애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닌 오래 가는 “길 장(長), 사랑 애(愛)” 임을 깨닫게 된다.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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