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거리. ⓒ하석미

살다가 조금 힘들고 몸이 아플 때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운 고향을 그리워한다. 삶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아픈 몸을 쉴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곳이라 그런가보다.

얼마 전에 종영한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며 그때 그 시절의 나는 무엇을 했지? 어떤 추억들을 담고 있는지 추억을 더듬어본다.

복고의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추억을 찾아 떠나 보았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고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이다.

박물관 입구 아이들이 엉덩이가 보일라 말라 말 타기를 하는 모습. ⓒ하석미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의 선조들과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일생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습을 조사하고, 연구해서 그것들을 수집해 전시해놓은 곳이다.

박물관 입구 아이들이 엉덩이가 보일라 말라 말 타기를 하는 모습 속에 나의 어린 시절 작은 몸으로 친구들 손에 안겨 올라타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몸이 불편했던 나를 친구들은 장애인이니깐 안되가 아니라 그냥 친구로서 함께 뛰어 놀던 그 시절이……. 그립다.

입구에 들어서면 장승동산이 반긴다. 장승동산 길을 따라 "추억의 거리"로 향했다. 이곳은 마치 70년대에 거리를 머릿속으로 그리면 된다.

추억의 거리의 이모저모. ⓒ하석미

추억의 거리에는 옛날 70년대의 인쇄소도 있고 옛날 전차도 있다. 전차에 올라타 사진도 담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옆에서 관광을 온 아이들이 화개이발관 내부를 들여다보며 부모에게 계속 질문을 한다. 평범하게 보던 헤어숍의 인터리어가 아니기에.

"저 세면대는 뭐에요?"

"의자에 앉아서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겨 주는게 아니라 옛날에는 주전자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감겼단다."

아이들은 진짜? 하면서 껄껄껄 웃는다. 나도 그 시절이 생각이 난다.

지금도 지방에는 그런 곳들이 있긴 하다. 몸이 불편한 내가 지금은 그런 곳을 찾기에 너무나 불편하겠지만. 그 옆으로는 고향식당. 상호만으로도 정겹다. 따뜻한 국밥한 그릇에 몸을 녹이고 행복했던 외식..식당 내부에는 막걸리 주전자와 옛날 소주병.. 국밥 한 그릇 소박하게 차려져있다.

화개이발관 엿보기. ⓒ하석미

약속다방도 있다. 여기는 직접 들어가서 음료를 먹을 수 있긴 한데 본인이 구입해 가서 먹게 되어 있다.

다방 안에 들어가면 테이블에 놓인 약속 다방 가격과 메뉴에 눈길이 머문다. 도라지 위스키 티, 300원이 적혀져 있다. 도라지 위스키 티가 뭐지 그 맛이 상상이 안 된다. 궁금해진다.

그리운 풍경 속으로. ⓒ하석미

벽보에 붙은 포스터나 문구들을 봐도 그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다. 쥐 잡는 날... 소변금지에 가위 그림으로 대신해 놓기도 했고, 뒤뜰로 가면 펌프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나 어릴 적에는 펌프에 물을 넣고 아무리 위아래로 펌프질을 해도 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깐 힘이 부족해서 나오지 않았구나 싶다. 그런데 힘을 다해 펌프질을 해보니 물이 콸콸콸나오는데 신기했다. 아이들도 신기해 하지만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노상방뇨 하시면 안되요. ⓒ하석미

추억의 거리를 다 봤다 싶으면 어린이 박물관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곳은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오감체험 전시관이다.

전래동화를 주제로 하기도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하다. 공간공간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갖고 탐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아이들이 우리의 민속 문화를 경험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앞 놀이마당에서는 다양한 전통 놀잇감이 준비되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기획 전시관에서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하고 있다. 올해가 원숭이해라서 준비된 듯하다. 원숭이와 관련된 생태에서부터 민속자료까지 70여점이 전시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았지만 십이지 동물의 하나로 우리 생활 곳곳에 길상의 소재로 등장했다. 그 원숭이의 행동과 특성이 우리 문화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어린이 박물관. ⓒ하석미

상설전시장은 “한민족의 생활사”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생활사를 엿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전시 2관에서는 “한국인의 일상”이라는 주제로 1년 주기로 반복되는 농경생활 그리고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삶을 살아온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다.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한국인의 일생”으로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 집안의 자녀가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겪게 되는 그 과정을 전시하고 있기도 했다.

기획전시관은 “밥상지교”라는 주제로 한·일 두 나라의 음식 교류와 변화상을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20세기 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약 1세기에 걸친 변화들을 조명해 놨는데 조미료, 음식 모형, 도구들 등 250여점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기증전시, 외부전시, 국제교류전시 등도 볼 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5층 탑. ⓒ하석미

편의시설. ⓒ하석미

* 여행 수첩

■가는 길 안내

=> 3호선 경복궁역, 안국역 지하철 이용.

5호선 광화문역과 1호선 종각역으로 이용해도 됩니다.

■먹거리 안내

=> 박물관 내부에 식당은 없음. 카페가 있어 간단한 요기 가능.

박물관 맞은편 현대미술관 식당 식사 가능.

■편의시설 안내

=> 장애인화장실 박물관 외부 내부 다 잘 되어 있음.

정문과 전시관 안에 수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유모차 대여 가능.

■참고할만한 내용

=> 장애인 대상 교육으로 시각, 청각, 지체,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해서 민속체험 교육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참고하셔서 신청하시면 되겠습니다. 전화번호는 02 3704 3103입니다.

■문의사항 안내

=> 네이버 카페 "휠체어로 떠나는 여행이야기" http://cafe.naver.com/suk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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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chanmee07@naver.com으로 궁금하신것 있음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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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미 칼럼니스트 삶은 여행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 속에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같은 곳을 여행해도 느끼고 남기는 것은 각자가 다르듯 살아가는데 있어 여행이란 각자의 영혼을 살찌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혼의 살찌움이 비장애인들에게는 늘 당연했던 것이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항상 특별한 행사로만 여겨져 왔으며 여행이라는 단어 또한 사치로만 느껴져 왔다. 그 사치로만 느껴왔던 여행을 하석미의 휠체어로 떠나는 여행이야기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떠나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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