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2016년 한 해, '월평빌라 이야기'로 여러분과 만납니다. 이야기에 앞서 월평빌라를 소개합니다.

월평빌라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입니다.(장애인복지법 제58조) 경남 거창군에 있고, 2008년 12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장애인 서른두 명, 열한 가구가 사는 연립주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시설은 일상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들어 사는 사회주택입니다."『복지요결, 2016』)

지적장애인 열아홉 명, 자폐성장애인 세 명, 지체장애인 세 명, 뇌병변장애인 다섯 명, 시각장애인 두 명. 열네 살(2002년생) 초등학생부터 일흔일곱(1939년생)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이삼십 대 젊은 사람이 많습니다.

초·중·고등학교 다섯 곳에 아홉 명이 다니고, 직장 아홉 곳에 아홉 명이 다닙니다. 직장인은 주 5일 주 40시간 정규직(농장) 2명, 하루 한두 시간 주 3일 혹은 5일 비정규직(학원·미용실·옷 가게·신발 가게) 7명입니다.

하교 후, 퇴근 후, 아르바이트 마치고, 취미로, 요가·공예·피아노·드럼·한글·문인화·수영·자전거·탁구 같은 것을 배우느라 학원·공방·수영장·탁구장·문화센터·평생학습교육원 같은 데 다닙니다.

집에 있을 때는 청소·빨래·요리 같은 집안일을 합니다. 한가할 때는 TV 보고 차 마시고 음악 들으며 쉽니다. 중증 장애가 있으니 할 수 있는 만큼 하도록 권하고 돕습니다.

입주 장애인 서른두 명을 지원하는 직원은 스물네 명입니다. 생활재활교사 열다섯 명,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각 한 명, 촉탁의, 조리원 두 명, 위생원, 사무원, 국장, 소장. '장애인 거주시설 직종별 지원 기준'을 따릅니다.(「장애인복지사업안내」, 보건복지부) 입주자가 낮 시간에 주로 시설 밖에서 활동하니 직원도 낮에는 시설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가고, 직장 가고, 학원 가고, 외출했다가 오후 네 시쯤 한두 사람씩 집으로 돌아옵니다. 저녁 식사 전까지 씻고 쉽니다.

저녁 먹는 풍경이 집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어느 집은 공동 식당을 이용하고, 어느 집은 밥해서 먹습니다. 어느 집은 밥만 하고, 어느 집은 국만 하고, 또 어느 집은 밥·국·반찬을 다 합니다. 공동 식당은 집집이 밥·국·반찬 필요 수를 파악해 그에 맞게 준비합니다.

밥할 수 있는 형편이면 밥하고, 어머니가 보낸 반찬이 있으면 그것 먹고, 도움을 받아 장 봐서 요리할 수 있으면 요리하고, 이렇게 형편 따라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을 귀하게 여깁니다.

주말은 집에 있는 입주자도 출근한 직원도 쉽니다. 각자 계획한 주말 활동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푹 쉽니다. 주말 활동이라 하면, 부모형제와 가족 나들이, 교회 성도들과 야유회, 친구와 목욕, 지인과 외식, 학원 수강, 신앙생활··· 따위입니다.

신앙생활은 각자 신앙을 따릅니다. 교회 열두 곳에 스물한 명, 성당에 한 명 다닙니다. 종교 프로그램으로 하지 않습니다. 자기 신앙생활을 합니다. 교회에서 교통편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그렇지만, 이런 지원을 자원봉사라 하지 않습니다. 각 교회가 성도를 위해 하는 활동이고, 성도가 교우를 위해 하는 섬김이죠.

월평빌라 구조는 매우 열악합니다. 외관은 붉은 벽돌 이층 건물이라 복지시설 티 나지 않습니다만, 내부는 큰 거실을 가운데 두고 그 가장자리에 집(방, 가구)이 있어 복지시설 티 납니다.

방에는 붙박이장이 있고, TV장이나 서랍장이 있기도 합니다. 방바닥에 이불 세 채 깔면 딱 맞을 정도로 좁습니다. 그곳에 세 명이 삽니다. 열악하죠.

그나마 2013년 집마다 거실을 확장하여 방 하나에 주방 겸 거실이 있는 원룸 형태로 바꾸고 싱크대와 전기렌지를 설치해서 좀 나아졌습니다.

서른두 명 가운데 네 명은 평소 시설 밖에서 자취합니다. 직장 가까운 곳, 학교 가까운 곳, 농장 주인집 아래채, 혼자 지낼 만한 곳에 방을 얻어 삽니다. 주말이나 방학에 시설 안에서 지내기도 합니다.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시설 안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자취하는 경우 외에도 주말, 방학, 휴가, 생일, 명절, 기념일, 집안일, 마을 잔치, 학교행사, 직장 일, 동아리 활동··· 따위로, 부모형제 집이나 친척 집 혹은 고향에, 연수원이나 펜션 혹은 아는 사람 집 같은 곳에, 당일이나 1박 2일, 일주일, 몇 달씩 시설 밖에서 지내다 옵니다.

"(시설은) 저마다 자기 생활을 하는 곳입니다. 자기 집, 그 사람의 집입니다." 『복지요결, 2016』

시설은 입주 장애인 개개인의 집이라고 했습니다. 그에 맞게 자기 생활을 하며 자기 삶을 사는 곳입니다.

월평빌라 이야기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 사는 서른두 사람의 '삶'의 이야기입니다. 기대하고 응원하며 함께해 주십시오.

월평빌라 홈페이지(http://cafe.daum.net/ilove39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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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칼럼리스트 ‘월평빌라’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줄곧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장애인복지시설 사회사업가가 일하는 이야기, 장애인거주시설 입주 장애인이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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