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어떻게 장애에 대한 관점을 다룰까 고민을 하며, 그동안 보았던 여러 영화를 떠올려 보았다. 고민 끝에 얻은 답은 영화 속 그들의 관계 역시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며, 삶의 한 장면이었다는 것이었다. 뭣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더욱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주제의 칼럼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는 바로 2011년 작 <언터처블: 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 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성격, 외모, 생활환경 모든 것이 다른 두 남자가 우정을 쌓는 이야기다.

영화는 ‘차별’이라는 주제를 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항상 직구만 던진다. 영화 초반부부터 흰색과 흑색 구두의 클로즈업과 함께 최하위층의 흑인 남자와 상류층의 백인 남자라는 캐릭터 설정은 직접적이고 극단적이다.

패러글라이딩으로 전신마비에 걸린 필립에게 드리스는 간호인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막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있으나 마나 한 팔.’, ‘주인아저씨 손이 없지?’ 등 자칫 차별적인 관점을 투영했다 평가받을 수 있는 장면들이 그 예다.

필립이 자신의 간호인을 뽑으면서 그들의 지원동기를 묻는 장면이 있다. 지원자들은 ‘돕고 싶어서.’, ‘이웃 사랑 실천’, ‘친형제처럼’, ‘돈 때문에.’라고 대답한다. 비장애인이 흔히 갖게 되는 장애인에 대한 베풂, 동정심이 담긴 단어들이다.

감독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데 이런 관점보다 차라리 무지에서 비롯된 막말을 통해, 필립의 감정 변화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이런 시도는 필립의 성격을 장애인으로 부여하지 않고, 자존감이 높고, 도전을 즐기는 본래의 성격을 보여주는 데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면접에서 드리스는 생활보조금을 타기 위해 면접에서 자신을 떨어뜨려 달라고 말한다. 면접관이 자신의 이상형이라 추파를 던지기도 한다. 필립은 다른 지원자와 달리 거침없는 성격의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내기를 건다.

그동안 필립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든 태도는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필립 자신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행동을 하려 할 때마다, 혼자 움직일 수조차 없는 자신의 상황을 확인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민 따위 하지 않고, 장애인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보통 사람으로 대하는 드리스를 통해 변화를 겪게 된다.

다른 간호인들이 끊임없이 제재를 가하고 있다면, 드리스는 필립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기를 유도한다. 펜팔 하는 여자를 직접 만나기를, 차를 속도위반으로 달린 뒤, 오히려 장애를 이용해 경찰에게 걸릴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은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투영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훌쩍 떠나고 싶다.’는 필립의 한 마디에 드리스는 이유도 묻지 않고 바닷가로 필립을 데려간다. 필립은 드리스와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제 뭐 하지?” 드리스는 “나한테 맡겨요. 무지 살고 싶게 만들어 줄게요.”라고 답한다.

산다는 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이제 뭐 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때가 아마 이맘때 쯤 일 것이다. 영화 <언터처블>은 ‘~안 하세요?’가 아닌 ‘~하세요.’라고 말하고, 그것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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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 대학에서 미디어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하였고, 방송과 영화 관련 칼럼을 주로 써왔다. 칼럼을 통해서는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 주목하여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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