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면 각종 이벤트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전화로 예약하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전화가 연결되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홈페이지를 이용하려면 너무나 어렵다. 시각장애인이 홈페이지를 이용하려면 웹접근성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본인 확인을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받아야 하고, 생년월일 등을 입력하려면 바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연도와 월일을 찾아서 선택해야 한다.

예약을 위해서 화면의 음성을 들으면서 일일이 숫자를 찾아 맞추려면 거의 1시간이 걸리니 짜증이 난다. 계속 실패하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 시도해 보지만 역시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용 불가능 수준이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을 위한 차별이라고 아시아나 항공사 홈페이지의 웹접근성을 갖추도록 해 달라고 진정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진정 내용을 적으니 내 핸드폰으로 즉시 사건접수번호가 문자로 전달되었고, 며칠 후에는 담당자가 누구라고 문자안내가 들어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다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전화가 왔다. 담당자는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가 현재는 접근성이 문제가 있으나 새로이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진정을 취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다.

나는 개선해 달라고, 차별을 시정해 달라고 진정한 것이니 개선이 된다면 굳이 진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지금도 나는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진정을 취하하였으니 다시 진정을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웹접근성은 기준이 애매하여 판단이 어렵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웹접근성은 전문성이 없고 기준이 없어 시정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다고 하면 취하를 독려할 것이 아니라 시정을 독려하고 난 후 시정을 확인한 후 취하를 하도록 안내를 할 수는 없었을까?

며칠 전 나는 한 장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분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이 있어 잘 이용해 오다가 아파트 주민회의에서 그것을 없애버렸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으나 당장 시정이 필요한 그 분으로서는 장기간 처리를 기다리기가 너무나 갑갑하였다. 그래서 구청에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아파트가 2005년에 지어진 것이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의무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없앴다고 하여 강제적으로 조치할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새로이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있던 것을 없애도 되는 법이라며 그 분은 몹시 화를 냈다.

있던 시설이 의무사항이 아님을 발견하고는 주민들이 자신들만 편하게 사용하고자 장애인 편의시설을 없애버렸는데, 어찌할 수 없으니 정말 울분이 생길 것이다. 이제 먼 곳에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매일 기분이 상할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피곤한 몸을 휘청이며 고생을 해야 한다.

다시 아시아나 항공사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홈페이지를 사용할 수가 없어 전화로 예약을 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 통화가 연결되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시간을 말하고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예약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상담원은 마일리지를 사용하려면 홈페이지에 가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본인이 직접 마일리지 사용을 홈페이지로 등록하지 않으면 예약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특별 이벤트로 3000마일 공제로 제주도를 가도록 혜택까지 주고 있으니 홈페이지를 이용하라고 안내해 주었다.

전화로는 예약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예약 전용 전화가 있는 셈이다. 웃기는 전화다. 아예 전화가 없는 것이 전화로 물어보지 않아도 되니 전화요금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어차피 전화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말이다.

홈페이지를 사용할 수가 없어 전화를 한 것이라고 하자 본인이 직접 클릭을 해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옆에 없느냐고 물었다.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홈페이지로 했지, 왜 전화를 했겠느냐고 말하며 장애인이라 전화로 해결할 수 없겠느냐고 부탁해 보았으나 직접 홈페이지로 해야만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홈페이지에 다시 도전을 했다. 일단 회원으로서 로그인이 되어야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회원으로서 로그인을 하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내가 가입된 홈페이지는 약 200개로서 일일이 아이디를 기억하지 못한다. 같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하려면 해킹의 우려도 있고, 각 홈페이지마다 요구하는 아이디 자리수와 영문자와 숫자, 특수문자 등 서로 달라 같은 아이디를 사용할 수도 없다. 아이디를 일정 기간 사용하다 보면 보안상 변경을 정기적으로 하라고 하니 같은 아이디를 계속 공통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아시아나 항공은 홈페이지의 웹접근성의 어려움으로 사용을 거의 하지 않으니 오래 전 가입된 아이디를 기억할 리가 없다. 그래서 아이디 조회를 하려고 시도했다. 또 생년월일과 이메일 등을 물어왔다. 간간이 무슨 오락기 숫자 맞추듯이 연월일을 굴려가면서 생일을 입력하였다. 그랬더니 회원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신규 회원가입을 하면 되겠구나 하고 신규가입을 시도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기존회원이라서 신규회원 가입이 안 된다고 한다. 생일과 이름을 가지고 조회하면 회원이 아니고 생일과 이름을 신규로 가입하면 기존회원이라서 신규가 안 된단다. 이 작업을 수십 번 반복했다.

결국 나는 특별한 이벤트 5000마일 공제가 아니라 3000마일 공제를 하는 이벤트를 포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일리지 서비스 자체까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순간 아! 항공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판매하면서 홈페이지는 철저하게 모든 국민이 아닌 회원용으로 특정 회원집단의 이익을 위한 전용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회원에서 장애인은 전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른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항공권을 예약했다. ‘아시아나’가 나에게는 ‘아쉽잖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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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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