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행연구'. ⓒ김의규

안경

손성일(남, 1977년생, 지체장애) 시인

세상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데

나는 세상으로 가까이 가려고

안경을 쓴다

거부받고 상처를 받았음에도

아침만 되면 안경을 쓰고

세상 가까이 가려는 나는

분명 사람이다

신이 나에게 기억시켜 놓은

희망 때문에

나는 세상으로 가까이 가려고

오늘도 안경을 쓴다

손성일: 남. 1977년생. 뇌성마비. 솟대문학 추천완료(2006) 전자시집 『나는 별을 세는 소년입니다』

시평 : 시인은 오늘도 안경을 쓴다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솟대문학의 가장 큰 딜레마는 글의 소재를 장애로 하는 것이 문학적 성장에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장애인 작가는 장애를 직접 경험하고 있어서 장애를 문학적 소재로 하는 것이 가장 쉽기도 하지만 가장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장점이 장애인 작가의 한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그래서 어떤 장애인작가는 일부러 장애를 소재로 작품을 쓰지 않고 장애인문학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장애를 소재로 글을 써서 더 성공한 장애인작가도 있다. 비장애인 작가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장애인작가들은 찾아내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작품을 구상할 수 있어서 장애인 소재 작품에 있어서는 장애인작가들이 훨씬 유리하다.

여성문학이 여성 작가들에 의해 발전하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장애인문학이 장애인작가에 의해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성문학이 여성 인권 운동에 큰 역할을 하였듯이 장애인문학이 장애인 인권운동의 도구가 될 것이고 보면 장애인을 소재로 글을 쓰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손성일 시인의 시 「안경」에는 장애라는 단어는 없지만 시인이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장애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안경을 쓴다는 시인의 은유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시력이 안 좋은 수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안경을 쓰지만 그것이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의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안경을 쓰며 그것을 하나의 거창한 의식처럼 특화시켰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독자들이 이 시를 읽고 가슴에 약간의 울림이라도 생긴다면 거리에서 만나는 장애인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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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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