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기 난초. ⓒ이승범

해오라기 난초

김종태(남. 1953년생. 지체장애) 시인

비록 내게 주어진 자리

습한 곳일지라도

나는 하늘을 향한다

여기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그 자리가 바로 내가 서야 할 자리

뿌리 내리고 나는 여기서

내 꿈을 펼치리라

알토란 같은 믿음 아무도 몰라도

한 자 높이로 낮은 자 되어

세상 슬픔 모두 안고 남은 자 되어

내 꿈을 기어이 하늘로 펼치리라

땅에 살아도 하늘을 날고

가진 것 가난해도 모두 나누며

항상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며

내게 심으신 그 큰 뜻 모두 이루리라

하늘을 날아도 땅을 버리지 않고

땅에 묻혀도 하늘을 잊지 않고

살리라, 펼치리라, 그리고 날리라

김종태_문화관광부 청소년 권장도서 추천 시집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선정. <월간 조선> ‘한국명사 100인이 뽑은 명문장’에 시 「잡초는」 수록. 시집 <이별을 위한 발라드>, 시화집 <너 꽃 해>, 수필집 <촌스러운 것에 대한 그리움> 외. 하모니카연주단 ‘라시찬양단’ 창설, 하모니카 강사로 활동.

시평 : 버려진 것이 더 아름답다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시인은 명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몇차례 도전하다가 대기업에 입사하여 직장생활을 하였다. 결혼하고 아빠가 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열차사고로 한쪽다리를 잃은 것이다. 엘리트로 남들보다 앞서가던 그가 한순간에 뒤로 뒤로 뒤처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퇴사를 해야 했고, 의족을 한 그를 사람들은 장애인이라고 하였다.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던 그는 문학소년이었던 학창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그의 시 소재는 야생화였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하루를 보내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름 모를 야생화였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야생화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야생화를 발굴하여 사진을 촬영한 후 그 꽃에 대한 시를 써서 야생화를 소개하였는데 이 작업으로 ‘야생화 시인’이란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되었다.

‘한국명사 100인이 뽑은 명문장’에 그의 시 「잡초는」 이 수록될 정도로 시인은 인정을 받았다. 시 「해오라기 난초」도 습지에서 서식하는 난초를 통해 낮은 곳에서도 꿈을 갖고 항상 기뻐하며 감사하며 살다보면 큰 뜻이 이루어진다고 희망을 주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하늘을 날아도 땅을 버리지 않고, 땅에 묻혀도 하늘을 잊지 않고-에 시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출세했다고 어려웠던 시절 함께 하던 사람들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지금 어렵다고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땅과 하늘은 서로 공존하는 인간의 공간일 뿐임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시인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버려진 것이 더 아름답다”고 외치고 있다.

해오라기 난초(영시)

Fringed Orchid

Kim Jong-tae

Even if the spot I have been given to live in

is a humid place

I will look up to the sky.

Here, where I am standing now,

is the place where I must stand,

putting down roots, here

I will spread wide my dreams.

Though no one knows my dearest belief,

becoming one span more lowly,

left cradling all the sorrows of the world,

finally I will spread my dreams high and wide into the heavens.

Though I live on the ground, I will fly through the sky.

Though owning little, I will share everything,

always joyful, and praying and giving thanks,

until the great plan you planted in me is accomplished.

Though flying through the sky not leaving the earth,

though buried in the ground not forgetting the sky,

I will live, I will spread wide, and I will fly.

Mr. Kim Jong-tae. Born 1953. Physical disability.

Designated recommended reading for young people by the Ministry for Culture and Tourism

Poetry collection: Ballads for Farewell; You, Flower, Sun

Essay collection: A Longing for the Rustic

The poet founded a harmonica band and works as a harmonica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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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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