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수화'를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수화'를 모르면, 소통은 어떻게 했을까?"라고 의구심을 품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필담'이라고 대답하였다. '필담'을 통해 나는 얻은 게 많이 있었고, 책도 많이 읽게 됐다.

'필담'도 나에게 무용지물이면 나는 이 세상에서 무소통자로 살아갈 수 있었을 뻔했을 거라고 아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필담'이 전하기 어려운 한계는 '수화'가 더욱 잘 전달하기에 적합한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필담'에서 글씨체의 강약을 통해 어느 정도의 감정 조절을 파악할 수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수화는 다양한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얼굴 표정을 '비수지기호'라고 한다. 손 이외 몸이나 머리의 움직임, 눈 응시, 그리고 얼굴표정 등으로 음성언어의 장단이나 강세와 같은 비분절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가 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수화와 함께 비수지기호로 전달할 수 있는 것만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나는 '필담'으로 생활했던 기간이 길었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수화와 함께 비수지기호를 표현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전달하려니까 힘든 마음이었지만 가까운 친구들과의 소통 속에서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나도 친구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던 만큼, 나의 소통은 사회를 이해하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필담을 통해 소통을 나누려고 했지만, 청인들은 '거의 바쁜데 왜 귀찮게 종이에다 써야 하는 건가?'라는 표정을 먼저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화를 배우고 난 뒤의 나는 소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수화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아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한 움큼의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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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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