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근에 겪었던 하나의 ‘소통’ 일화가 있다.

직장인들 중에서는 바쁜 아침시간대에 아침식사를 자주 거르는 대신 직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녹차라떼를 주문해서 마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어느 날, 새로 개업한 듯한 카페가 눈에 들어와 한번 들어가보았더니 아직 개시를 안한 것 같이 정리 중이었다.

정리에 한참인 주인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휴대폰에 "녹차라떼 따뜻한 것으로 주세요."라고 입력한 후에 카운터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그제서야 뒤돌아본 주인에게 내 휴대폰을 보여주었더니 아!~ 하고는 미소를 지어주셨다.

그렇게 5분여 정도를 기다렸을까. 따뜻한 녹차라떼를 감싸고 있는 종이컵홀더에 "뜨거우니까 조심하시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침마다 바쁜 마음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주인의 '짧은' 한 마디는 나의 '여유'를 넘실거리게 했다. 이처럼 작은 '배려'가 어쩌면 '소통'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번 일이 소통의 처음은 아니었다. 가끔씩 마주치는 이웃의 모습 속에서 내가 꿈꾸던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었다.

'농인'은 겉모습으로는 우리와 다름없지만 정작 소통의 소외감에서 '답답함'을 풀어내기가 힘든 사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보여주는 작은 '소통'의 배려가 있다면 그 '답답함'을 어느 정도 감소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소통'의 배려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는, 오늘의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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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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