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조하는 장면. ⓒKBS 방송화면 캡처

지난1일 오전 10시 25분경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지하 승강장에서 김홍숙(63, 시각장애인 1급) 씨가 선로로 추락했다.

김씨는 언니와 역에서 만나기로 하여 전화로 위치를 물어보며 승차 대기 4-4에서 서로 만나자고 하였다.

시각장애인들은 밖으로 나가서 만날 장소를 약속하기에는 출구번호를 확인할 방법도 없고, 상점 간판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흰지팡이를 들고 서 있으면 행인들의 구경거리가 될 수 있어 모두들 승차하기 위해 대기하는 곳의 번호나 열차방향의 맨 앞이나 맨 뒤 등 지하철에서 내리는 곳이나 타는 곳에서 약속을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김 씨는 당연히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스크린도어의 벽에 부착된 대기선 번호를 점자표지로 확인하기 위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이 역사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난간만 설치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이 다행히도 우연히 난간을 향해 나아갔을 때에는 추락을 방지할 수 있지만 난간과 난간 사이 즉, 승차 위치에서 앞으로 나아갈 경우에는 당연히 추락할 수밖에 없다.

스크린도어는 선로 벽과 같은 위치에 있고 점자블록은 30cm 벽에서 떨어져 있어 스크린도어의 벽에 부착된 점자표지판을 확인하려고 하는 경우 그 역사가 스크린도어가 없다면 당연히 발을 헛디뎌 선로로 추락하게 된다.

선로 옆 빈 공간 대피를 설명하는 그림. ⓒKBS 방송화면 캡처

김 씨가 선로에 추락하여 팔과 발, 머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자 주저앉아 있었는데, 용감한 한 시민청년 김규성 씨가 이를 발견하고 선로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열차가 달려왔다.

승객들은 모두 열린 문틈 사이로 추락한 사람을 걱정하며 내려다보았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을 하자, 김규성 씨가 다친 김 씨를 열차가 있는 선로 옆 빈 공간으로 피신시킨 다음 부축하며 구조하는 모습이 보였다. 공익근무원이 선로로 내려가 구조를 도왔고, 역무원이 들것을 내렸다. 시민 조기훈 씨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KBS방송사에 제공하여 이날 9시 뉴스에 보도되었다.

김 씨는 평소 안마봉사활동을 하며,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동화 구연 동아리 활동도 하고, 요리교실도 참가하면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생을 꿈꾸며 살아왔다.

김 씨는 당일 11시 20분 경 119구급차로 평촌 한림대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치료를 받은 후, 동대문구 소재 세란병원으로 옮겨 5일 오후 4시경에 왼쪽 손목뼈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왼쪽 눈의 찰상과 머리충돌로 인한 구토증세, 골반 통증도 호소하고 있으나 2주 후 정도 증세가 호전되면 거주하고 있는 곳의 인근 지역인 노원구 소재 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한 시민의 도움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일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코레일은 이 시민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그런데 감사패를 주는 코레일, 책임은 없는 것일까? 스크린도어가 지금은 대부분의 역사에 설치되어 있어 설치되지 않은 역의 경우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코레일은 스크린도어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할 의무가 시각장애인에게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인 행위가 더 위험하다. 스크린도어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흰지팡이를 내밀거나 다가가는 그 자체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전동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없어 스크린도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흰지팡이를 내밀었다가 객차 사이에 끼어 사람이 빨려 들어갈 번한 일도 있었다.

CCTV 확인 결과, 가입된 A보험사는 전화를 하면서 걸어갔으니 주의가 산만하여 추락의 과실의 책임이 있다고 100만원만 보상한고 하였다. 지하철은 일반 도로가 아니고 비교적 안정된 지역이고, 위치를 알기 위해 통화한 것이 부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시각장애인은 추락에 주의할 방안이 없다. 점자블록에서 한 발만 앞으로 나가면 추락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과실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이 과실이다.

이에 비해 지하철 역사는 과실이 너무나 크다. 안전장치가 미흡하다.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중이라고는 하나, 이는 안전의 문제로 계속되는 장애인의 추락 사고를 방치한 채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비에 대한 보상에 너무나 사무적이고 무성의하다. 지하철에서는 상해보험을 가입하고 있어 보험 한도 내에서 보상을 일부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외의 치료비에 대하여는 대책이 없다.

이미 응급치료에 58만원의 비용이 나왔으며, 수술비와 앞으로의 치료비를 감안하면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요양으로 인한 활동 제한을 감안하면 혼자 생활하고 있는 김 씨로서는 손실이 너무나 크다. 김 씨는 한 3년 동안은 굶고 살아야겠다고 쓴 웃음을 짓고 있다.

코레일이 보험에 의존하면서 일부 책임만 진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김 씨와 동료 시각장애인들은 동물병원 골절치료비보다 적은 치료비 상한액이라며 걱정하고 있으며, 시민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이 되도록 최소한의 안전설비를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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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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