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 가는 길에 동대구역에서 저상 시내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역 주변의 공사와 교통체증으로 버스가 정류소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변에 정차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버스의 출입구 높이가 평소 때 보다 높아 한 번에 타지 못했다.

다행히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뒷문으로 휠체어 발판을 내려주셔서 그것을 이용해 탑승해 학교까지 와서 하차 할 때도 휠체어 발판을 이용해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미안하다고’ 하셨고, “나는 오히려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면서 헤어졌다.

문제는 휠체어나 전동휠체어 이용 편의를 위해 도입 운영 중인 저상버스가 실제 버스차체 높낮이 조정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앞문 출입구 높이가 일반 버스보다 높고, 또한 앞의 경우처럼 인도의 버스정류장을 벗어나 정차하여 탑승해야 할 경우엔 인도(人道)높이 만큼 그 높이가 높아져 필자(筆者)와 같은 뇌병변 장애인에겐 오히려 탑승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실제 휠체어나 전동휠체어가 저상버스를 이용할 때는 높이를 조절하고, 평평한 지면의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휠체어 승차용 경사판을 이용할 수 있다.

이후로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는 오히려 저상버스가 올 경우 탑승하지 않고, 다음 일반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곤 한다.

여기서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저상버스가 오히려 뇌병변 장애인 등 지체장애인에게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오랜 기간 피나는 투쟁의 결실로 충분치 못하게나마 운행 중인 저상버스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라도 시내버스 정류소의 기울기를 휠체어 경사판 이용에 지장 없는 정도로 정리한다던지, 일반버스에 비해서 대형인 저상버스의 안전하고 완벽한 정차 후 승차를 위한 ’ㄷ’모양의 버스정차 구역을 구비하여 활용하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 또는 보조기구’의 관련 인프라 정리와 확충을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장애인 편의시설 또는 보조기구의 인프라 정리 및 확충의 문제는 비단 ‘저상버스 정류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장애인의 정보통신 활용을 증진하기 위해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PC 보급사업’에서도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어 우리 장애인들의 정보통신 생활 영위(營爲)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장애인에게 PC만 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일례(一例)로 PC가 있으면, 키보드(key-board)사용에 도움을 주는 타이핑(typing)막대나, 한손 키보드 등 이용 장애인 개인별 장애 특성에 맞는 보조기구까지 염두(念頭)에 둔 보급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전 나의 지인(知人)인 한 척수 장애인은 PC를 보급 받았는데, 문제는 척수장애인은 사용이 불편한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보급 받은 것이었다.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입력되는 압력에 따라 모니터에 흐르는 전하량(電荷量)으로 변환(變換)하는 과정을 거쳐 그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리를 가진 기기이다.

그런데, 척수장애인에게 대상물을 지적하고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아주 짧지만 일정시간 동안 압력을 가하는 동작을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의 지인은 그 컴퓨터를 엣 속담처럼 ‘그림의 떡’처럼 책상에 장식용으로 한동안 놓아둔 적이 있다.

이렇듯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대표적으로 정보통신을 비롯한 각종 보급사업의 실시에 있어서는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는’, ‘앞만 보지 않고, 전후좌우(前後左右)를 두루 살피는 유기적(有機的)이고, 체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하드웨어(hardware)만 있어서도, 또는 소프트웨어(software)만 있어도 시스템은 작동하지 못한다. 시스템의 근간(根幹)을 이루는 하드웨어와 손발의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가 서로 긴밀하고 원활한 협조체계를 이루어야 원하고 목적했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나 서비스를 시행하거나 제공할 때 그야말로 탁상공론(卓上空論)이 되지 않도록 사전조사, 장애유형별 장애당사자들의 의견수렴(意見收斂)과 시범실시(示範實施) 등 사전평가를 통한 수정과정(修正過程)과 평가(評價)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실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비록 절차상 번거로움이나 시간상, 비용(費用)상의 추가가 발생하더라도 향후의 수정이나 섣부른 조기(早期)실시에 따른 부작용(副作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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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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